오징어게임 (시즌1) 5화

평등한 세상

by 정작가


기훈 팀은 줄다리기 게임에서 막판 상우의 기지로 승리를 거둔다. 단두대의 칼날은 밧줄을 잘라냈고, 진 팀은 모두 추락사할 수밖에 없는 운명 앞에서 카메라는 위에서 주저앉은 기훈 팀의 일원들을 차례대로 잡아낸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목숨을 건진 자들의 안도가 느껴지는 장면이다. 그들을 훑던 카메라는 게임에서 진 이유로 추락사한 이들의 참혹한 모습에 고정되어 더욱 비극미를 고조시킨다. 줄을 자르는 단두대는 생명의 줄을 자르는 상징적인 의미의 서사로 읽힌다.


프론트맨이 지게차로 추락사한 이들을 정리하는 진행 요원들의 모습을 CCTV 화면으로 물끄러미 쳐다본다. 통제실에서 볼 때 이들의 죽음은 게임에 진 가상의 인물에 불과하다. 게임 참가자의 사진에 적힌 디지털 숫자는 한 인간의 가치가 기호로 치환된 상황을 목도하게 한다. 검은 플라스틱 가면을 쓴 프론트맨은 표정을 읽을 수 없어 더욱 공포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모든 정보를 손에 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위치는 통제하는 자와 통제당하는 자의 위치로 대별된다.


엘리베이터를 탄 기훈 팀은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로 서 있거나 앉아있다.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한 교인과 그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지영의 대화가 이어지고, 그조차도 제지하는 강새벽. 만사가 귀찮은 표정이다. 게임의 승리로 결국은 상대 팀원을 죽인 결과를 초래하고도 구원에 대한 감사기도를 올리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위선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평등한 세상> 편에서는 다시금 게임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사투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장 기훈 팀과 덕수 팀은 취침 시간의 일전을 앞두고 바리케이드를 쌓는다. 기훈은 덕수에게 강한 자인 너부터 죽일 거라고 경고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덕수는 그날 밤 공격을 재개하지 않는다. 한편, 의사 출신 참가자는 게임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기 위해 장기 밀매 작업에 동원되어 일을 한다. 그런 과정에서 진행 요인들과 시비가 붙고, 조용하던 장기 적출 현장은 혼란 상태에 빠진다. 이런 시스템의 균열은 진행 요원으로 잠입해 활동하던 준호의 부각으로 더욱 깊은 혼돈의 늪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진행 요원이 죽게 되고, 의사 출신 참가자와 시비가 붙던 진행 요원 또한 프론트맨에게 죽임을 당한다. 프론트맨이 진행 요원을 죽이기에 앞서한 말은 이번 회차의 중심 주제를 더욱 부각한다.


“너희들이 시체에서 장기를 떼어내서 팔든 장기를 통째로 씹어먹든 난 관심이 없어. 하지만 너희들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망쳐놨어. 평등이야. 이 게임 안에선 모두가 평등해. 참가자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공평하게 경쟁하지. 바깥세상에서 불평등과 차별에 시달려 온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너희들이 그 원칙을 깼어.”


이어 진행 요원은 프론트맨에게 살해당한다. 평등의 원칙을 내세우는 이들의 논리를 어기는 진행 요원의 살해는 그 자체로서 모순을 강화시킬 뿐이다. 불평등을 조장하는 권력이나 평등을 기치로 내세우는 프론트맨의 입장이나 타인의 운명을 통제하는 방식에서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불평등을 이유로 살인을 합리화시키는 게임 시스템이 새로운 방식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권력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비정한 권력의 속성이 변하지 않음을 일깨워 준다. 고로 평등한 세상에 대한 환상은 그저 이런 드라마 속의 이벤트에 불과할 뿐이다. 작가는 이런 유토피아적인 공상이 인위적인 게임 속 세계에서만 가능하다고 역설(力說)하는 것이다.


준호의 존재를 눈치챈 프론트맨은 위기 상황임을 직감한다. 비상벨이 울리고, 참가자들은 취침 시간인데도 불이 켜진 채 감시를 받는 상황에 이른다. 프론트맨의 사무실에 잠입한 준호는 문서고를 뒤지다 ‘오징어게임’이라고 적힌 대량의 파일철을 발견한다. 거기서 찾고 있던 형의 프로필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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