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
첫 장면은 게임 참가자들이 생활공간에서 도열해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진행 요원들이 참가자들 사이를 지나가고, 기훈은 앞에 있는 노인의 사타구니 부분이 젖어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는 자기의 겉옷을 벗어 노인의 하체에 치마처럼 싸매준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노인.
드디어 네 번째 게임이 시작된다. 여전히 고유한 음악 소리가 들리고, 진행 요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라는 멘트가 들려온다. 게임 참가자들은 생활공간을 떠나 계단으로 올라가면서 마치 모빌처럼 공중에 죽은 채 매달려 있는 몇 명의 진행 요원과 참가자들을 보게 된다. 공포심을 자극하는 이런 장면은 마치 6.25 전쟁 시절의 참상을 재연해 놓은 듯하다.
한편, 황준호는 사라진 형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프론트맨의 활동 반경에서 서류철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는 등 증거 수집에 한창이다.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에 그곳을 향해 나아간 준호는 그곳에서 전화를 받기 위해 다가오는 프론트맨의 발소리를 듣는다. 이어 몸을 숨기고 프론트맨의 통화 내용을 엿듣는다.
이번 게임은 둘이 한 조가 되는 게임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두 번째 게임은 개별 역량을 테스트하기 위한 게임이었고, 세 번째 게임이 단체전의 특성을 띠고 있다면 이번 게임은 두 명이 한 조가 된 게임이라 강한 상대를 고르려는 의지가 강했다. 게임이 두 명이 하나 되어 다른 팀과 겨루는 경기라면 이 게임에서 노인과 여자들은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아직 게임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일단 강한 상대를 고르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황준호는 프론트맨의 통화가 끝난 후, 전화기로 다가가 긴급번호를 눌러본다. 112나 119를 눌러보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는다. 미녀라는 캐릭터를 가진 여자는 여러 사람들에게 다가가 자기와 편이 되어주기를 종용하지만 다들 선뜻 나서지 않는다. 결국 기훈은 노인과 상훈은 알리, 새벽은 지영과 편이 된다. 모두들 둘씩 편이 되어 게임장으로 향하는데 미녀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하고 혼자 남는다. 자동 탈락의 위기에 빠진 미녀는 진행 요원들에게 끌려간다.
게임 참가자들이 다음 게임을 하기 위해 이끌려 간 곳은 한 동네를 옮겨놓은 듯한 세트장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한 사람씩 10개의 구슬을 배정받게 된다. 게임의 규칙은 어떤 식으로든 상대편 열 개의 구슬을 쟁취하는 것이다. 이 게임 내용을 전해 들은 참가자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팀 플레이를 예상했던 믿음은 깨지고, 오히려 상대를 죽여야 사는 게임이 되었기 때문이다.
<깐부> 편에서는 서로 짝이 된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사투가 이어진다. 기훈은 치매에 걸린 노인을 속이기도 하고, 상훈은 알리에게 사기를 치기도 한다. 오히려 악역으로 각인되어 있는 덕수가 상대편과 정당한 게임을 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새벽과 편이 된 지영은 스스로 패배를 선택한다. 게임에 이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린 노인은 자기가 속임을 당해서 진 줄 알면서도 결국에는 구슬을 하나를 기훈에 주고 죽음을 택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죽음에 임하면서 기훈을 안아준다. 마치 생명을 나눠주는 깐부가 되기라도 하듯.
이번 회차에서는 죽음 앞에서도 과연 정의와 양심은 공존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져준다. 기훈이 치매 걸린 노인을 속이고 9개의 구슬을 딴 상황에서 노인이 남은 구슬 한 개와 상대방의 구슬 전부를 걸라는 제안에 기훈은 그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고 반발한다. 거기에 대고 노인은 그러면 사람을 속이고 구슬을 딴 행위는 공정하냐고 되묻는다. 노인이 결국 기훈의 속임수에 넘어가 구슬 대부분을 잃고서 남은 한 개의 구슬을 주는 행위는 깐부로서 죽음조차도 나눌 수 있는 인간 신뢰에 대한 가치를 천명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또한 상훈은 알리에게 게임에서는 사실상 진 상태였지만 기만 전술로 알리를 속이고, 대신 승리를 가져간다. 죽음 앞에서 그에게 정의와 양심은 허섭스레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반면 지영은 오히려 스스로 게임에서 짐으로서 상대를 구원해 준다. 자신을 성폭행하고 모친을 죽인 친부를 죽였던 그에게 게임의 장(場)에서 벗어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오징어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의 요건이 죽음을 걸어야 하는 처절한 사투여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를 기만하고 속이고 외면해야 하는,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비정한 생존논리를 다양한 예화들을 통해 보여준다. 경쟁과 협력이 조화로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길은 요원할 것일까? <깐부> 편에서는 남을 죽여야 하는 상황 속에서 과연 인간이 어떻게든 삶을 유지하는 것이 정답일까 하는 물음을 던져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