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시즌1) 7화

VIPS

by 정작가


극의 첫 장면에서는 죽은 알리의 얼굴이 관에 담긴 채 옮겨가는 상황이 카메라 줌 아웃 기법으로 표현된다. 네 번째 게임의 세트장 위를 가파르게 오르던 카메라 시점은 프론트맨의 관점에서 스무 명 남짓한 진행 요원들이 시체를 담아 옮기는 작업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프론트맨은 전화 수화기를 통해 침입자에 대해 묻는다.


“침입자는?”

“아직 못 찾았습니다.”

“반드시 찾아내. 곧 VIP들이 도착해.”


<VIPS> 편에서는 <오징어게임>에서 베일에 싸여있던 존재들이 드러난다. 수백억 판돈이 달려있는 <오징어게임>에서 과연 자금조달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생각해 보면 그 상황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 존재들이란 바로 한 게임에서 수억 원 이상의 판돈을 걸 수 있는 재력가들이다.


거대한 규모의 게임의 장에서 희비는 엇갈린다. 우리 인생에서 결핍과 권태는 인생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여기서 게임 참가자들은 자본의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소위 VIP라고 하는 자들은 인생의 권태를 없애기 위해 베팅을 하고 게임을 관전한다. 게임 참가자들은 한 명에게만 우승의 영광이 돌아가지만 VIP들에게는 베팅 액수만 달라질 뿐이다. 똑같은 게임에서 누군가는 목숨을 걸지만, 누구는 돈을 잃을 뿐이다. 사실상 이 게임은 지극히 불공정한 게임이지만 공정한 게임의 탈을 쓰고 진행된다. 오로지 1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수백억의 상금을 차지할 수 있다는 설정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비정한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한 때 코미디프로에서 회자되었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멘트는 물신화된 경쟁사회 구도속에서 도구화되어 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여실히 드러내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게임을 마친 게임 참가자들은 숙소로 들어온다. 무리 중 덕수는 침대에서 자고 있는 미녀와 대면한다.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미녀는 살아있다. 미녀는 진행 요원들이 자기를 구해준 일에 대해 장광설을 푼다. 여기서 말하는 깍두기는 은어인 ‘까따리’를 순화한 표현인 것 같다. 미녀는 게임 참가자 39명 중 유일하게 까따리 즉, 게임에서 짝이 안 맞아 혼자 남은 사람이 되어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기사회생해서 오히려 목숨을 걸고 게임을 했던 이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게 된 것이다. 드라마에서 종종 배우의 장광설은 영상으로 미처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을 입을 통해 설명하는 형식으로 재연되는 경우가 있다. 미녀의 대사 또한 그런 범주에 속한다. 전 영상에서는 미녀가 진행 요원에게 끌려가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는 곧 죽음을 맞을 운명임을 예감케 하지만 결국 목숨을 보전하여 게임 참가자들에게 깜짝 쇼를 선사하게 된 것이다. 드라마에서 이런 반전은 극의 재미를 부가하는 요소로서 기능한다.


다시 프론트맨이 영어를 통화하는 장면. 프론트맨은 전화를 보며 석연치 않은 듯한 행동을 한다. 유심히 보면, 수화기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이를 단서로 프론트맨은 자기 구역에 침입자가 들어왔음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상의 작은 소품이 사건을 전개시키는 구실을 하게 만든 것이다. 프론트맨은 어디론가 급히 걸어가다 걸음을 멈추고 품속에서 권총을 꺼낸다.


“난 항상 수화기를 반대로 놓거든.”


이 말을 신호로 하여 프론트맨은 침입자를 찾아 나선다. 근처 캐비닛을 샅샅이 뒤지며 추적해 보지만 침입자를 발견할 순 없다. 문서고에서 서랍이 꺼내진 흔적을 발견하지만 곧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전화에 그리로 급히 향한다. 숨어있던 황준호는 그제야 한시름 놓는다.


다시 게임 참가자들이 있는 숙소. 덕수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감자를 어그적 어그적 깨물어 먹는다. 상대편에 있는 미녀는 손가락 욕으로 응수한다. 한편, 새벽과 기훈은 풀이 죽은 채 넋이 나간 모양새다. 각기 짝이 되었던 치매 노인과 지영의 죽음 때문이다. 이때 등장하는 상우의 대사는 침묵을 깬다.


“유난 떨지 마. 여기서 처음 만난 노인이었을 뿐이잖아. 저 사람 짝은 자기 부인이었어.”


기훈은 넋을 놓고 앉아있는 남편의 모습을 본다.


한편, 해안가 발견된 사체에서 경찰 신분증을 발견해 프론트맨에게 건네는 진행 요원의 모습이 보인다. 공무원증에는 황준호라는 이름이 선명하다. 이어 VIP가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는 프론트맨.


“시체 소각해.”


다시 숙소. 부인을 잃은 남자 참가자가 분을 삭일 수 없다는 듯이 울면서 더 이상 게임을 못하겠다고 호소한다. 상우는 그에게 달려가 일목요연하게 현 상황을 설명한 후 합리적 대응을 요구하는데……. 이런 비극적인 상황과는 상관없이 헬리콥터에 내려오는 VIP 일군의 모습이 보인다. 황금가면을 쓴 그들은 각기 다른 짐승의 얼굴을 한 모양새다. 내부로 들어온 VIP들에게 프론트맨은 호스트의 부재를 설명한다. 약간 동요를 하지만 게임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말에 일단 안으로 들어간다.


숙소. 기도를 하는 사람의 낮은 목소리만 조용한 공간 속에서 울려 퍼진다.


VIP룸. 다소 기괴한 문신과 복장을 한 도우미들이 움직임 없이 흩어져 도열해 있다. 이때 프론트맨을 따라가던 한 남자가 CCTV를 보며 소리를 지른다. 목을 매어 죽으려고 하는 참가자에게 최종우승에 베팅한 번호라고 하며 욕을 날린다. 다음 게임 전에 다시 베팅이 가능하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프론트맨. 그들에겐 타인의 죽음조차도 돈으로만 거래될 뿐이다.


한편 황준호는 이틈을 노려 VIP룸에 접근해 도우미 요원을 제압시키고 복장과 가면을 착용한다.


아침에 난데없이 관이 들어오자 아연실색한 게임 참가자들. 목을 매고 숨져있는 지난밤의 오열하던 참가자의 주검을 목격한다. 69라는 참가자의 번호조차 극에서는 성적 욕망을 추종하는 기호로서 극의 내용을 다채롭게 하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마치 전화기와 같은 소품을 활용하여 이벤트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그 와중에도 카운터는 작동하여 남은 게임자가 16명임을 전광판은 알려준다. 다섯 번째 게임에 대한 안내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나온다.


VIP룸은 마치 고대 로마 시대의 퇴폐한 공간을 재연하기라도 하듯 원색적인 조명과 문신이나 보디페인팅을 한 듯한 도우미가 곳곳에 도열해 있어 그 선정성을 더욱 부각한다. 죽음의 게임인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베팅하는 VIP들의 행태는 물신화된 자본주의 전형을 보여주는 상징적이고 압축된 이미지로 대체된다. 다섯 번째 게임의 미니어처가 VIP들에게 공개되고 그들은 그 게임에 대해 묻는다.


게임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낯선 공간에서 마네킹에 걸려있는 1~16까지의 번호는 그들에게 다음 게임의 승패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시금석이 된다. 예상대로 1번과 16번이 남는다. 게임의 룰을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과 끝은 다들 꺼려하는 번호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한 번도 일등을 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된 한 참가자의 요청으로 번호를 바꾸게 되는 기훈은 그 덕에 그다음 게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다섯 번째 게임은 늦게 시작할수록 유리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관전하고 있는 VIP들은 그들이 숫자를 선정하는 과정까지도 지켜보면서 시시덕 댄다. 여기서 1이란 번호를 택한 참가자는 그것이 상징적인 의미의 선택임에도 불과하고, 도리어 그것이 자기 운명을 더욱 옥죄는 족쇄로 작용한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라. 자본주의가 힘없는 개인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다.


다섯 번째 게임은 <징검다리 건너기>로 강화유리와 일반유리가 끼워진 다리를 정해진 시간에 건너가야 살아남는 게임이다. 당연히 강화유리를 택하면 살고, 일반유리를 디디면 깨져서 죽는다. 이들이 이 게임을 통해 벌어지는 이벤트와 에피소드는 극이 끝날 때까지 가장 중심적인 내용으로 자리하게 된다. 유리 업자 경력을 가진 베테랑도 결국 이 코스를 통과하지 못하고 죽고 살아남은 자는 총 세 명이 된다.


이들이 게임 과정에서 보여준 상황은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향해 치닫는다. 불신, 이기심, 복수, 원망, 적개심, 폭력 등 인간 감정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백화점처럼 게임을 훑고 지나간다. 미녀는 결국 덕수를 안고 동반 자살하는 죽음을 택하고, 천신만고 끝에 세 명은 마지막 게임의 주자로 남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게임의 주최였던 프론트맨이 참가자들 가운데 조명을 통해 유리의 특성을 파악하게 되자 조명을 꺼버렸던 장면이다. 공정한 게임 운운했던 이들이 불리한 상황에 이르게 되자 게임의 규칙을 바꿔버린 것이다. 규칙은 힘 있는 자들에게는 유연하게 움직이는 괴물일 뿐이다.


이번 회차에서 가장 명장면은 시간이 도달해 징검다리였던 유리가 폭파되면서 튀는 수많은 파편을 슬로모션 영상으로 처리한 화면이다. 얼굴을 스쳐 가는 유리 파편에 상처를 입고 피가 튀는 장면은 단연 압권으로 꼽힌다. 이 장면 또한 새로운 사건을 배태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드라마는 이렇듯 한 사건이 사건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런 사건의 연속이 얼마나 개연성의 띠고 있느냐에 따라 극의 수준은 향상되거나 퇴보한다.


한편, 사라진 잠수장비 한 정으로 침입자가 해저 동굴을 도망친 흔적을 발견한 프론트맨은 뒤를 쫓는다. 황준호는 잠수장비로 무인도를 향해 헤엄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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