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시즌1) 9회

운수 좋은 날

by 정작가


<오징어게임> 시즌1 마지막 회에서는 기훈과 상우의 최종 상금을 건 대결이 펼쳐진다. 극의 첫 장면에서는 오징어게임이 그려진 공터를 하늘에서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한다. 카메라는 회전하며 돌고, 화면이 바뀌어 곧 상우와 기훈을 뜻하는 218, 456이라는 번호와 그들의 사진이 줌아웃 되며 최종 대결을 예고한다. 현진건의 단편 소설 제목과도 같은 ‘운수 좋은 날’이 이번 회차의 소제목이다.


마지막 게임인 오징어게임에서 동전 던지기를 통해 기훈은 공격을 택한다. 극에서 주인공은 종종 극한 상황에서 자기의 성향이 변하고 일종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새로 태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경우가 그렇다. 그동안 보아왔던 기훈의 따뜻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그의 표정에서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하다.


오징어게임을 위해 입장한 기훈과 상우를 멀리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VIP들이다. 프론트맨은 오징어게임에 대한 유래를 설명하며 그들의 이해를 돕는다. 게임의 룰은 공격자가 오징어 머리에 해당하는 맨 윗부분에 도달하거나 수비자가 거기에 도달하기 전에 밖으로 밀쳐내거나 게임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 즉 둘 중 하나가 사망하면 게임은 끝나게 되는 것이다.


게임의 속성은 일종의 규칙이 있지만 오징어게임에서는 그런 규칙이 제한적으로 실행된다. 기훈이 흙을 한 줌 훔쳐 뿌린다든지, 불리한 상황에서 상우의 다리를 무는 행동이 그런 것이다.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해야 하는 속성은 마치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규칙만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갖은 책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응축해 놓은 듯하다. 기훈은 상우와의 결투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고, 상우를 죽이고 우승 상금을 차지할 수도 있었지만 게임을 포기하고, 상우를 살리는 길을 택한다. 이런 선택에 게임을 지켜보고 있는 가면을 쓴 VIP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제스처를 취한다. 게임의 룰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상우는 게임을 포기하고 기훈이 내민 손길에 스스로 죽음을 택함으로써 기훈을 최종 우승자로 확정한다. 상우의 죽음에 기훈은 오열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기훈은 결국 최종 우승자로 상금을 획득하게 되었지만 가장 친한 후배를 떠나보내야 하는 운명 앞에서 절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임이 끝나고 기훈은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온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한 기독교의 외침 속에 기훈은 발견된다. 이 장면을 보면, 세상은 그 자체로서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넋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돌던 기훈은 강변에서 꽃 파는 이와 대면하게 되고, 산 꽃송이 속에서 깐부였던 노인 오일남의 메시지를 접하게 된다. 한 빌딩의 병상에서 그를 만난 기훈은 그가 오징어게임의 설계자이자 진행자임을 알게 된다. 오일남은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에서도 그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노숙자를 과연 사람들이 구할 것인가 하는.


기훈과 노인의 대화에서는 포착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두 가지 의미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그것은 바로 결핍과 권태다.


“자네,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노인은 엄청난 부를 이루었음에도 삶의 재미를 찾을 수 없었고, 결국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과 오징어게임을 기획하고, 이를 관전하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게임의 일원이 되어 참여하게 됨으로써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재미를 느끼기 위해 모험을 감행했던 것이다.


극의 마지막 부분으로 가면, 기훈은 적색 계열로 머리를 염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그가 여태껏 살아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과 대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기훈은 새벽과 상우의 뜻대로 새벽의 동생과 상우의 모친을 이어줌으로써 그들과 암묵적으로 한 약속을 지킨다.


항공기에 탑승하기 직전, 기훈은 기존의 스케쥴을 포기하고 되돌아선다. 새로운 시즌을 알리는 마중물 화면을 끝으로 극은 종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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