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시즌1) 8화

프론트맨

by 정작가


극의 첫 장면은 유리 계단 게임에서 살아남은 기훈과 상우, 새벽이 들어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계단에 흥건히 고인 핏물은 새로운 이벤트의 출현을 암시한다. 이번 회차는 기존 회차보다 유달리 분량이 짧다. 항간에는 한 시간을 다 채울 수 없을 만큼 소재의 빈곤에 허덕이거나 완성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긴 하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 순 없다. 다만 제작 과정에서 피치 못할 사연이 있음을 그저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극의 분량이 반 정도밖에 되지는 않지만 내용은 강렬하다. 극초반 기훈과 상우가 나누는 대화를 보면, 그들이 각기 서로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도전자들이 대부분이 사라진 상황이라 침상으로 가득했던 공간은 거의 공터 수준이다. 벽에 그려진 픽토그램에서는 그간 오징어게임에서 다루었던 다양한 게임들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극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만큼 정리하는 측면에서 그런 장면들을 부각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번 회차에서는 마지막 게임을 두고 살아남은 세 명의 도전자들과 프론트맨과 진행 요원들을 따돌리고 도주하는 준호의 상황이 번갈아 가며 전개되고 있다. 게임 참가자들은 격조 있는 분위기에서 우아한 식사를 하며 다소 정적인 모습이지만 낯선 섬에 도달해 산 정상으로 도주하고 있는 준호는 다소 급박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휴대폰이 제대로 터지지도 않는 상황에서 경찰에 지원을 요청하지만 결국은 벼랑 끝에 몰린 신세가 된다. 실제로 벼랑 끝에선 가운데 포위된 준호는 프론트맨의 존재가 자기 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프론트맨은 준호에게 회유를 해보지만 결국 이를 거절한 준호는 친형이 쏜 총에 맞아 바닷물로 추락하게 된다.


상대가 죽어야 취득 금액이 커지는 오징어게임의 속성은 흡사 자본주의 사회의 비정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다. 유리 계단 게임에서 커다란 부상을 입은 새벽은 사실상 자기가 게임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없음을 알고 기훈에게 자기가 죽더라도 동생을 보살펴 줄 것을 부탁한다. 그런 과정에서 상우를 죽이려고 하는 기훈을 제지하지만 결국 새벽은 상우의 칼에 목숨을 잃게 된다. 관 속으로 뉘어지는 새벽의 시신을 보며 진행 요원들에게 제지당하던 기훈은 어찌할 수 없는 운명 앞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다.


<프론트맨> 편에서 가장 모순적인 장면처럼 느껴지는 부분은 게임에서 살아남은 세명의 도전자들이 그럴싸한 옷을 입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고품격 식사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화려한 만찬 장소의 꾸밈 또한 역설적으로 그런 비극미를 더욱 고조시킨다. 화려한 샹들리에를 연상시키는 촛불의 향연은 마치 축제를 방불케 하지만 이곳에 초대된 세명의 도전자들의 표정은 그런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다. 수백억의 상금을 건 쟁투 앞에 가장 좋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후에는 고기를 자르던 칼로 사람의 생명을 살상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그들에게 이런 모순적 외피에 둘러싸인 과정은 오징어게임의 기만성을 여실히 드러내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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