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의 꽃 사리장엄구와 범종
이 장에서는 공예의 꽃이라고 불리는 사리장엄구, 금동향로, 청동에 장식을 가하는 방법인 입사, 평탈, 나전기법에 대해 다루고 범종과 도기를 소개한다.
저자는 사리장엄구를 언급하기에 앞서 공예의 종류를 재료와 용도 측면에서 분류하고 있다.
재료 – 도자공예, 금속공예, 목공예, 유리공예 등
용도 – 생활 공예, 불교 공예, 고분 공예 등
또한 통일신라의 공예는 이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기법과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한다.
고분 공예의 꽃이 금관이었다면, 불교 공예의 꽃은 사리장엄구이다.
이 표현에서는 저자의 고차원적인 감식안을 엿볼 수 있다.
경주 감은사 삼층석탑 사리장엄구를 사진 도판에서 보면, 현재 시점에서 만들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화려하고 세밀한 사리함과 사리기를 볼 수 있다. 특히 사리기는 그 구조적인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장식과 세밀한 표현이 돋보인다. 칠곡 송림사 오층전탑 사리장엄구는 보존 상태가 뛰어나 마치 제작한 지 얼마 안 된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하며, 함께 발굴된 유물 또한 현대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경주 불국사 석가탑 사리장엄구 또한 고운 빛의 물성을 띄고 있어 고아한 느낌을 준다. 특히 경주 나원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는 마치 미니어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탑을 형상화한 것이 이채롭다.
금동향로는 익산 미륵사, 안압지, 창녕 등에서 출토된 몇 점만이 전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리움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금동긴손잡이향로는 당대 향로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유물로서 그 가치를 담고 있다. 익산 미륵사에서 출토된 금동 향로는 안정적으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형태로 중후한 미적감각을 보유한 유물로 평가된다.
청동에 장식을 가하는 기법으로 만든 공예품에는 청동금은입사새무늬항아리, 금은평탈보상넝쿨무늬거울, 나전꽃동물무늬청동거울이 있다. 이 공예품 중에는 세밀한 무늬와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여럿 보인다. 특히, 금동수정장식촛대, 금동초심지가위 등은 오랜 세월의 강을 건너오느라 유물 전체가 부식되었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 형태만큼 조형미가 뛰어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범종은 사찰에서 의식을 행하거나 시간을 알릴 때, 혹은 사람을 불러 모을 때 활용된다. 이런 범종은 통일신라 금속공예부문에서 아주 독창적인 분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 범종은 그 형태와 울림에서 뛰어난 예술성과 음향학적으로도 독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볼 수 있다. 저자는 통일신라 범종의 특성을 제법 긴 지면을 할애하여 상세하게 설명하며 그 우수성에 대해 논한다. 상원사 동종을 모델로 한 <범종 세부 명칭>이라는 참고자료를 보면, 범종의 독특한 구조와 형태를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상원사 동종, 황룡사 동종, 성덕대왕신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상원사 동종과 성덕대왕 신종은 사진 도판으로 직관할 수 있어 그 예술성을 자세히 살피는데 도움을 준다. 음통과 울림통의 문제를 고찰하는 관점에서 성덕대왕신종은 근 30년 전 종합 학술 조사의 결과로 ‘맥놀이 현상’이라는 독특한 현상을 돌출해 냈다는 것이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학기술로 본 성덕대왕신종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에서는 수식과 수학적 계산식을 활용한 복잡한 산술 방식으로 위대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통일신라시대의 도기의 특징이 되는 것은 인화무늬(印花紋)이다.
인화무늬는 하나의 무늬를 나무 도장으로 만들어 도기 표면에 찍듯이 반복적으로 무늬를 새긴 것이다.
이런 기법을 통해 만든 유물로 인화무늬함과 녹유네귀항아리라는 작품을 볼 수 있다. 반복된 무늬의 정렬은 탑형뼈단지, 삼체굽다리접시와 합과 같은 유물에서 느낄 수 없는 뛰어난 예술성을 담보하고 있어 이런 기법의 사용이 미학적인 가치를 더욱 고양시켰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녹유인화무늬뼈단지와 돌함은 그런 특성을 상징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