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4세
이반 4세가 권력의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개혁의 칼을 빼 들었지만 그는 뜻대로 자기 의지를 관철할 수 없었다. ‘보야르’라고 하는 계급이 기득권을 유지하며 사사건건 왕의 뜻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반은 결국 왕국을 떠나 모스크바 남부에 있는 알렉산드로프로 거처를 옮겼고, 이런 행동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무정부 상태에 빠져든 러시아는 백성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이반은 보야르가 자신의 뜻을 거역하고 배신했기 때문에 퇴위를 결정했다고 장문의 공개 편지를 백성들에게 남겼다. 감정이 격화된 백성들은 폭동을 일으킬 기세였고, 그런 흐름이 잦아들지 않자 보야르는 시위와 폭동으로 인해 자신들의 입지가 부족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보야르는 어쩔 수 없이 이반에게 왕권의 복귀를 종용했으나 이반 4세는 이런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결국 보야르는 의지를 굽히고, 이반 4세가 원하는 방식으로 왕권 강화책에 동의함으로써 그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사태는 해결되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을 통해 비로소 이반 4세는 다시금 권력을 잡고, 중앙집권적 통치체제를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느 사회나 기득권 세력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반 4세 또한 즉위 이후, 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익을 추종하는 세력들의 입김 때문에 왕권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이반 4세는 결국 국가는 백성들의 지지를 얻지 않으면 제대로 운영할 수 없음을 직관적으로 알게 되었고, 자신의 거취를 활용하여 민심을 동요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그 또한 그런 전략이 성공을 보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데는 확신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행동 없이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어려웠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과감한 작전을 통해 백성들의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우리는 곧잘 주어진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노력 없이 그런 상황에 순응하며 문제 해결을 간과할 때가 많다. 하지만 상황은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부정적인 의식에서만 벗어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길은 언제든지 열려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반 4세 또한 하루아침에 기득권 세력들과의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음을 간파하고, 직접 대결 대신 우회로를 택하여 백성들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