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천연 사이다를 무척 좋아했다. 일반 사이다와 달리 뽕따 아이스크림과 같은 소다향이 첨가돼 더 청량한 느낌이 있었고 어딜가나 존재하는 칠성사이다에 비해 희소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솔의눈, 데자와와 더불어 호불호 대장급 음료수로 일컬어지는 맥콜은 주로 부모님 세대가 향수에 젖어 찾는 음료다. 현재까지도 제로 음료 유행에 올라타 출시하는걸 보면 추억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수요가 있는 듯하다.
이미 몇몇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두 가지 음료 모두 일화에서 생산된다. 그리고 일화는 대표적인 통일교 산하 기업이다.
사이다를 좋아하던 나 역시도 일화의 존재와 정체성을 알기는 어려웠다. 어릴 적 일요일마다 K리그를 중계했는데 당시 리그를 호령하던 팀이 성남 일화였고 유니폼 전면에 박힌 맥콜을 보고서야 일화가 음료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통일교와 연관됐다는 사실은 조금 더 크고나서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저 종교와 엮인 기업들은 굳이 나서서 그 연관성을 밝히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숨기려고 하는 인상을 받는다. 더 놀라운 것은 다만 음료에 그치지 않고 제약이나 리조트, 건설까지 오만 분야에 속속 진출해있다는 사실이다. 드문드문하지만 꽤 분명하게 통일교의 입김은 우리 사회 곳곳에, 일상 도처에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3년 전 일본에서 아베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했을때 통일교의 영향력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나는 신앙을 갖지 않아서 종교학적으로 정교와 이단을 구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무신앙자가 보는 종교의 가치는 공동체가 하나의 믿음을 토대로 결속하고 사회 전반에 희망을 가져다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또 선의에서 나오는 자발적 기부의 행태는 그 공동체를 굴리는 동력이지만 어떤 조건을 달고 신도에게 금전을 요구하거나 수탈을 명문화하는 순간 종교가 가진 가치는 퇴색되고 믿음을 가장한 기업이 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교를 사이비로 취급하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아베 총격범의 범죄 배경에는 끝없이 통일교에 헌금하는 어머니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뭔가에 홀린듯 생활의 편의를 포기하면서 내는 금전이 주체적인 선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JMS를 비롯한 많은 수의 종교(취급을 받지 못하는 종교)들은 그 종교를 발생시킨 장본인을 하늘에서 내린 유일한 사람 내지 신의 현신으로 신격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공통점은 신도 개인의 안녕이 신격화된 창립자에게 달려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지고 그에게 헌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방식의 수탈로 이어지는 듯하다. 종교의 가치를 실현하지도 못할 뿐더러 신도를 수탈하는 행위가 드러난 마당에 이미 통일교는 종교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간 아무 말 없이 지내왔던 것은 권력과의 유착을 통한 숨기기의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작금의 논란과 수사를 통해 유착의 의혹은 속속 제기되고 있다. 아마 통일교의 비전 비슷한게 아닐까 싶은데 저 집단의 목표나 행사의 이름에 세계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글로벌을 지향하는 듯한 이미지 탓에 통일교와 전혀 무방한 행사일지라도 유명인사의 참석 몇 번이라면 이질감은 쉽게 희석됐을 것이다.
그간의 행보와 전혀 무관한 행사이기에, 참석자에게 금품을 제공했을거란 추측은 합리적이다. 종교 활동과 관련된 수익과 기부금은 납세의 의무에서 자유롭기에 대체로 위세를 떨치는 종교 법인이 굶주리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선의인지 확실치 않은 신자들의 헌납이 종교 법인을 배불리고, 배부른 종교 법인은 여유로운 자금 상황을 이용해 권력에 닿아 그 힘에 편승하며 힘이 다시금 위세가 되어 헌납을 늘리는 순환구조를 만들고 있는 듯 보인다. 권력 뿐 아니라 넉넉한 자금을 통한 여러 산업 진출을 통해 영향력을 높여온 통일교의 자취는 사업의 측면에서 꽤 성공한 투자이지만 종교, 헌법상 원칙 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퇴행이었고 스스로 종교로서의 정체성을 소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종교의 사례일 뿐 모든 종교를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종교 법인에 대해 물리는 책임과 의무들이 일반 기업 법인격체에 비해 가볍고 느슨하다는 점은 분명한 문제다.
나 또한 종교법인과의 마찰을 현재도 겪는 중이다. 앞선 글들에서 밝혔듯 나는 간호사 면허를 토대로 커리어를 이리저리 틀어왔고 작년에는 1차 의료기관, 동네 병원에 닿았다. 통상 병원장 개인이 개원하는 방식과 다르게 종교 법인과의 합작으로 개원한다는 말은 일말의 불안감을 가져왔다. 그 법인은 대신 매를 맞아주고 매값을 받는, 무늬만 사장에 가까웠다. 이전에도 여러 지역에서 법인의 이름으로 병원을 개원했었는데 내가 머물렀던 병원의 가오픈 날짜에 임금이 체불된 직원들 30명이 방문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불안감은 현실이 됐고 몇 달뒤 나 역시 임금이 체불된 채권자로 남았다. 더 기가 막힌 건 계속되는 체불에 대해 누구도 통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병원은 24년 2월부터 24년 7월까지 존속했고 이후 개인 의사에게 양도했다. 체불된 이후 법적 절차를 위해 등기부를 발급받았는데, 24년 3월 이후에도 새로운 법인의 사무소가 여럿 등록되었고 해당 사무소의 업종은 전부 병원이었다. 임금 체불과 관련된 진정과 고소만 수백건에 달해도 새로이 영업을 시작하는데에는 전혀 장애물이 되지 못했고 아마 체불은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법률상 종교 법인은 일반 법인과 달리 상법이 아닌 민법에 기초해 설립된다. 때문에 회계나 감사의 의무가 없고 규모마저 작다면 사실상 날림으로 운영되기 일쑤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비용과 세금, 의료보험급여액의 입금 등을 관리했는데 별다르게 세금이 납입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한 영리 활동임에도 종교 활동으로 둔갑시켜 이익을 취했을 가능성도 있을지 모른다. 체불금은 여러 차례 강제 집행에도 1년이 넘은 지금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 등기부상 법인의 자산은 부동산을 포함해 20억대로 기록됐는데 몇 백만원조차 잔고가 없는 현실이다. 근본적으로 노동 법규의 허점이 체불이라는 사태를 만들었을지 모르나 방임에 가까운 국가의 종교 법인 통제는 법인의 현재 자산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게 하면서 체불의 수만 늘리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격언을 피해가는건 종교 법인이 유일하다. 종교인과 종교단체가 청빈하게 살 것이라는 선입견은 깨진지 오래인데도 관련 법규들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분명히 수입인데도 목적에 의해 비과세로 분류되는 자체가 해묵은 인식의 흔적이라는 생각이다. 기부금과 헌금이 법인의 종교 활동과 유지비를 충당하고도 남는 경우 납세의 의무를 지우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OECD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높은 법인세율을 자랑한다. 1%포인트의 변화에도 국가가 들썩이고 세수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는 형편이다. 종교 법인 역시 영리 활동이 가능함에도 세율의 영향은 오롯이 일반 법인의 몫이다. 종교 법인이 새로이 사업을 영위할 때 기존 법인에 준하는 법인세를 부담하거나 설립 목적에 맞게 종교 활동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종교 법인과 일반 법인은 존재의 가치가 각각 다르다. 우리 사회가 각각의 존재 가치에 대해 묻고 확인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종교라는 이름하에 깍두기로 존재하는 사태의 위험성도 살펴볼 일이다. 통일교 사태는 몇몇 개인의 일탈을 넘어 종교 법인에 대한 전반적인 재고의 기점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