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의 앵무새 육아일기 (2)
하루 최소 두 번, 내가 악마가 되는 시간이 초인종을 울린다.
방울이가 초록빛 똥까지 지릴 정도로 무서워하는 줄을 알면서도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수의사가 처방해 준 연고를 꺼내든다. 여러 번 내 살점을 물어뜯어 피를 낸 전적을 자랑하는 저 단단한 부리에 당하지 않도록 내가 면장갑을 낄 때마다, 방울이는 벽 쪽으로 돌아서서 깃털을 온몸에 꼭 붙인다. 여차하면 날아서 도망칠 준비를 하는 것이지만 어차피 윙컷이 되었기 때문에 날아봤자 시골 닭이 점프하는 정도다. 내 입장에서는 병아리만한 녀석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을 밟거나 무릎으로 뭉개지 않도록 주의하기만 하면 된다.
"방울이 약 바르자~"
마른 수건까지 들고 내가 다가가면, 파닥파닥 날갯짓을 하며 달려가는 방울이는 꼭 벽에 기대어 세워진 전신거울 뒤 틈으로 들어간다. 자연 상태에서 좁은 틈새에 서식하는 코뉴어의 본능이라는데, 그게 내 수고를 덜어주는 일이라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눈치다.
나는 수건으로 틈새의 한쪽을 막고, 다른 한쪽으로 손을 넣어 산삼 잡듯이 방울이를 붙잡는다. 방울이가 날갯짓을 하면 자칫 더 다칠 수 있으니, 아기를 감싸듯 방울이를 수건으로 싸맨다. 면봉으로 연고를 바르는 건 녀석을 잡기까지 걸린 시간에 비하면 순식간이지만 수건에 감싸인 방울이는 똥을 사방에 싸지르며 유일한 저항의 표시를 남긴다.
그 공포의 신호를 잘 알지만 나로서는 다른 방도가 없다. 수의사가 하루 여섯 번씩 약을 발라주라고 하는 걸 방울이의 스트레스를 배려해 두 번에서 네 번까지만 발라주는 것이 내가 녀석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어떡하라고 방울아. 약 바르기 싫으면 다치질 말아야지.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똥방울 요놈이 사진에서 보이는 전신거울 위 좁은 공간을 자기의 최애 스팟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내 손에 두 번째 윙컷을 받기 전까지 방울이는 힘이 좋아서 제법 잘 날아다니던 터라(아니면 앵카페에서 방울이를 분양할 때 해 준 첫 번째 윙컷이 그다지 잘 안 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짧은 거리를 날아서 씽크대 위처럼 폭이 좁은 곳에 올라가곤 했는데, 그러던 어느 순간 전신거울 위에 맛을 들였다.
전신거울 위는 코뉴어 한 마리가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라, 날지 못하는 보리가 나를 졸라서 저 사진처럼 방울이와 같이 앉아 있다가도 곧 내려가곤 했었는데 타고나길 독점욕이 강한 방울이에게는 그것이 매력적인 가산점이었다.
방울이는 허구한 날 눈만 뜨면 전신거울 위로 날아올라가, 자세를 평평하게 낮춘 상태에서 목을 위로 쭉 뺐다가 원위치시키길 반복하는 소위 '똥춤'을 추곤 했다. 녀석이 새장에 갇혀서 분노했을 때만 추는 줄 알았던 똥춤이 자기 독점을 과시할 때도 나오는 동작이란 걸 내가 알게 된 건 좋은 일이었지만, 녀석의 발 입장에서는 별로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전신거울 위에는 시트지로 포장되지 않은 원목이 노출된 부분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거기에 방울이의 두 발이 긁혀 피부가 까져 버린 것이다.
이 사진 오른쪽 끝부분이 방울이의 발을 까지게 한 유력 용의자다.
안 그래도 방울이는 우리 집에 오기 전부터 왼쪽 뒷발가락이 하나 없었는데(형태를 보면 태어날 때부터 없었던 건 아니고 잘려나간 것 같다) 발이 그래서 전신거울 위 좁은 공간에서 잘못된 자세로 서 있었던 건지, 그만 양 발이 다 저렇게 다치고 말았다.
이 사진에선 왼발 상처가 더 잘 보인다.
상처를 확인한 날 나는 바로 단골 수의사 선생님께 이 사진들을 보여드리며 연고가 필요하면 받으러 가겠다 말씀드렸고, 수의사 선생님은 두 가지 연고를 30분 간격으로 하루에 여섯 번 바르라며 처방해 주셨다. 총 6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사람인 나는 아프면 병원 다니면서 동물이란 이유로 방울이의 상처를 자연치유라는 불확실한 확률에 걸 마음은 없었기에, 곧장 은행어플로 돈을 송금하고 병원에 가서 연고를 받아 왔다. 내가 먹고 입는 건 항상 최저가와 할인을 노리면서 방울이에겐 돈이며 시간을 하나도 아끼지 않았건만, 방울이 입장에선 당연히 그런 나의 노력을 알 턱이 없으니 붙잡혀서 연고 바르기 싫다고 날마다 발광하는 것이다.
보리는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냐고? 사람과 마찬가지의 사회적 동물인 앵무새답게, 내가 방울이를 잡으러 가면 보리는 방울이와 같이 도망쳤다가 방울이가 내 손에 잡히면 걱정하는 눈빛으로 한 30cm 밖에 서서 우리를 지켜본다.
단 그 걱정도 주변에 사람 음식이 없는 상황에 한해서다. 한번은 저녁식사 전에 방울이를 붙잡느라 보리한테 신경을 못 썼더니, 보리가 걱정하며 가까이 왔다가 이내 방치된 나의 떡볶이 그릇으로 다가가 부리 끝으로 양념을 콕 찍는 것이 아닌가! 역시 사람 음식이라면 뭐든 호기심을 가지는 식탐 여왕 김보리 아니랄까봐 감시가 소홀해진 틈에 엄마 밥을 노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그런 보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어느 날, 이왕 똥방울을 잡은 김에 똥보리도 잡아서 두 녀석 모두에게 윙컷과 발톱 자르기를 시행해야겠다는 못돼먹은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저 사진을 찍은 날이었다.
보리가 오른쪽 발톱을 다듬을 때 몸을 비틀며 발버둥치는 바람에 발톱 하나를 너무 깊이 잘라 피를 내긴 했지만, 다행히 그 이상 보리를 다치게 하지 않고 성공했다. 방울이 발톱은 보리의 것과 달리 검고 불투명해서 발톱 속 신경이 보이지 않는 바람에 역시 하나를 너무 깊이 잘랐지만, 그래도 혼자 한 것 치고는 나름 성공이라 믿으려 한다. 원래는 마리당 두 사람이 달려들어야 하는 윙컷도 혼자서 무사히 끝내지 않았던가. 나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양심은 있는지라, 작디작은 몸 속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허세를 꽉꽉 채운 허세황제 김방울 씨가 "황제의 권위가 침해됐도다!" 하는 듯이 저항하는 모습을 보면 연고를 발라주기 미안하다. 약을 바르고 나면 마치 "엄마 미워!"를 외치듯이 온몸으로 토라지는 방울이를 달래주는 마음도 가볍지 않다. 하루 네 번씩 약을 발라주는 일도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니 마음 같아서는 하루쯤 방울이가 원하는 대로 연고 바르기 의식을 거르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허세황제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내 인생의 목적인 만큼 약 발라주기를 포함한 매일의 돌봄 루틴을 게을리하기는 어렵다. 그게 방울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악마가 되는 일이라도 말이다. 특히 앵무새는 아픈 곳이 있어도 정말 죽기 직전까지 숨기는 것으로 악명높은 동물이며, 무엇보다 아파도 사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엾은 존재이기 때문에 방울이가 아무리 싫어해도 내가 돌봐주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기도 하다.
밥을 주고, 새장을 청소하고, 연고를 발라주고 때가 되면 발톱과 날개를 다듬어 주는 것은 지루할 만큼 단순한 일상이라서 솔직히 나도 때로는 벗어나고 싶다! 그렇지만 생각을 조금 종교적으로 바꿔, '우리를 살게 하시는 분(Ipalnemowani)'이신 그분의 손길을 대신하여 매일 우리 앵무새 애기들을 살리는 일이라고 바라보면 거의 십자군에 버금가는 내 신성한 임무와도 같은 이 일을 게을리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살다 보면 "Deus vult"가 이토록 멋진 말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는 것이다.
결론은 사람에게나 앵무새에게나 건강이 최고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건강만한 게 없다는 걸 느낀다. 아무리 가는 덴 순서 없다지만 인간과 코뉴어의 평균수명에 비추어 봤을 때 내 앞에는 무려 50년이 넘는 기대수명이 남았고, 두 녀석 앞에는 15년에서 20년 정도가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얼마나 살게 될진 신들의 뜻에 맡겨 두고, 나는 다만 나와 애기들이 주어진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다.
물론 돌봄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닌지라, 나는 방금 전에도 방울이 약을 발라주기 위해 정말 가고 싶었던 1박 2일 여행을 취소했다.
야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