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의 앵무새 육아일기 (3)
작년 8월 30일, 앵카페에서 애기들을 데려오던 날만 해도 나는 앵무새 육아에 필요한 물건들이 뭔지 정확히 몰랐다. 기껏해야 의료비와 새장, 사료며 장난감 같은 것만 생각했는데 물론 이것들이 기본적인 물품이긴 했지만 내 예상을 벗어난 필수품들은 훨씬 많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선 다른 앵무새 집사들이 나처럼 헷갈리지 않도록 앵무새 기르기에 필요한 물품들을 총정리하는 동시에, 역시나 그게 다 돈이란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고로 조금 불편하지만 솔직하게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말해 보려고 한다.
우리 애기들을 데려오던 날은 총 61만원이 들었다. 애기들 몸값이 50만원이었고(마리당 25만원꼴) 나머지 11만원은 새장과 장난감, 사료 비용이었는데 이중 표백한 등나무 공과 천연 수세미 열매를 둥근 리스 모양으로 구성한 장난감은 버렸다. 애기들이 무관심해할 뿐 아니라 방울이 요놈이 수세미를 말그대로 뜯어먹는 바람에 애기들의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아무 맛도 안 날 수세미가 뭐 그리 좋다고 먹었을지 영원히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방울이 입에는 맛이 꽤 준수했었나 보다.
그 외에 앵카페 사장님께 서비스로 받은 장난감들도 있었는데 이것들은 플라스틱 소재일 뿐 아니라, 애기들이 삼키기 딱 좋은 크기의 부품들이 있기에 역시나 분리수거장으로 보냈다. 애기들도 플라스틱 장난감을 두려워했으니 어차피 버려질 운명이었다. 사람 몸에도 플라스틱이 안 좋다고 말이 나오는데 앵무새 몸에 좋을 리가 만무한지라, 나는 지금까지도 애기들한테 무표백•무색소•무독성 장난감만 준다. 나무 횃대 물어뜯는 저 똥보리의 사진처럼, 부리가 닿는 건 뭐든 씹고 뜯어 보는 앵무새의 습성상 최대한 화학물질이나 합성 소재에 부리를 댈 일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주는 장난감은 두 종류인데, 개당 900원 하는 저 등나무 공과 60g에 16,000원이라는 무서운 가격을 자랑하는 말린 천일홍 꽃이다. (사진 오른쪽의 발사나무 큐브는 사은품으로 받았는데 애들이 안 갖고 놀아서 문제다). 천일홍은 사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찾을 수 있는 꽃들 중 제일 비싸지만 애기들이 이것만 갖고 놀아서 다른 꽃을 거의 사 줄 수가 없다. 특히 방울이는 천일홍 꽃만 보이면 이성을 잃고 자기 짝새인 보리에게마저 부리를 들이대며 견제할 정도로 천일홍에 집착하기 때문에, 천일홍 꽃은 우리 집에 절대 떨어지면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그래도 천일홍이 비싼 건 사실이기 때문에, 지금은 이 사진에 보이는 양처럼 많이 주지 않고 한 번 줄 때 네 송이만 준다. 그것도 한 접시에 몽땅 담으면 방울이가 접시를 점령하고 보리를 못 오게 하기 때문에(이 사진에서도 보리가 꽃 접시 옆에서 눈치보는 모습이 찍혔다) 항상 한 접시에 두 송이씩, 총 두 접시를 줘야만 한다. 접시를 하나밖에 쓸 수 없을 땐 두 송이를 접시 옆 바닥에 두는 등, 방울이의 집착을 줄이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하는 것도 나의 일이다.
방울이랑 보리가 앉아 있는 3만 5천원어치 나무 횃대는 지금에야 방울이의 최애 스팟 중 하나지만, 이 횃대를 처음 본 날 방울이는 집이 떠나갈 정도로 짖었다. 그 덕분에 고생고생하며 횃대를 조립하던 나는 좀 서럽기도 했지만, 처음 보는 물건을 경계하는 앵무새의 본능 때문이란 걸 이해했기에 방울이에게 화를 내진 않았다. 오늘도 두꺼운 이불을 보고 겁먹어서 꽤괙꽥 짖어댄 겁쟁이 황제 똥방울 선생 아니던가.
자기가 지난 2월 11일 기준으로 몸무게 64g에 불과한 작은 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방울이는 이 집의 황제인 듯 허세를 부리며 늘 나무 횃대 위나 씽크대 위 같은 높은 곳에 올라가 있으려고 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시야 확보를 중시하는 앵무새의 습성 때문이라지만 방울이의 높은 곳 사랑은 보리와 비교해서도 유별나다. 내가 전신거울 위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기 전까지 방울이는 두 발이 까지는 아픔을 무릅쓰고 곧죽어도 그 자리를 고수했을 정도다. 하기야 이 집에서 가장 큰 새는 방울이가 맞으니까, 황제 놀이를 하는 것도 당연할지 모른다.
방울이는 또 저 9,900원어치 전자저울에도 겁을 먹는 바람에, 2월 11일날 몸무게를 잴 때도 해씨(해바라기씨)뿐만 아니라 사료에 천일홍 꽃까지 총동원해서 겨우 방울이를 전자저울 위에 올릴 수 있었다. 그저 해씨만 내밀면 전자저울 위가 아니라 블랙홀 너머까지라도 뛰어가는 보리와는 확실히 성격이 다르다.
보리가 저체중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전자저울 덕분이었다. 작년 9월,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두 녀석 몸무게를 쟀을 때 방울이는 63g이었지만 보리는 56g이었다. 그린칙 코뉴어 평균 몸무게가 60-80g이란 걸 생각하면 방울이는 정상 범위 안에 들었지만 보리는 정상 미만이었다.
그때 나는 앵카페에서 씨앗 위주의 잘못된 식단을 먹여서 애들이 영양 불균형에 걸린 줄 알고, 펠렛을 먹이면 보리 몸무게도 정상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난 2월에 다시 쟀을 때도 두 녀석 몸무게가 각각 1g씩밖에 늘어나지 않은 걸 보고, 나는 이미 성체인 얘네들이 코뉴어 중에서는 작은 축에 속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방울이는 그나마 작아도 정상 체중이지만 보리는 무엇 때문인지 체구 자체가 작다. 수의사 선생님이 확인해 주신 가슴뼈 기형 때문일지도 모르겠고(보리의 가슴뼈는 리처드 3세의 척추처럼 중간이 구부러진 모양이다), 어쩌면 보리가 날지 못하는 것도 이렇게 작은 체구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수의사가 아닌 나로서는 그저 보리가 적은 체중으로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내도록 최선을 다하는 조치만 취해 줄 수 있을 뿐이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 펠렛도 엄연히 애기들의 건강을 위한 필수품이다! 내가 지금 먹이는 펠렛은 사진에서 보이듯 주프림(Zupreem) 브랜드의 내추럴 펠렛인데, 처음에는 같은 브랜드의 후르츠 블렌드 펠렛을 먹이다가 당분이 더 낮은 이 펠렛으로 갈아탔다. 지금 애기들 건강 상태로는 당분이 아예 안 들어간 펠렛을 먹일 필요성이 낮기도 하고, 작년 11월에 과산란 대참사를 겪은 뒤로는 과일을 적게 급여하기도 해서 나는 당분간 이 펠렛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다만 원자재 가격이 다 오르는 바람에 결국 이 펠렛 값도 2만 3천원에서 무려 2만 8천원까지 5천원 오르는 바람에 큰일나긴 했다. 가격 상승 이전에 미리 비축해 둔 펠렛이 있지만, 이 비축분도 5월이나 6월쯤 다 떨어질 예정이라 가격이 정상화되던가 아니면 내 지갑 상황이 좋아지던가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사진에 보이는 저 종지들도 보리와 방울이를 위해 내가 마련한 밥그릇이다. 원래는 얘네가 앵카페에서 밥그릇으로 쓰던 유리 반찬통을 사장님이 주셔서 집에서도 썼었는데, 자세히 보니 반찬통에 이가 나가 있어 애기들이 발을 다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하나에 3천원 하는 국산 종지그릇 총 8개를 사서 매 끼니 때마다 밥과 물을 담아주고 있다. 챗GPT의 권유에 따라 밥그릇은 흰색과 검은색, 물그릇은 흰색과 녹색 종지로 쓰고 있는데 나에겐 밥그릇 색깔보다도 밥그릇이 국산이라는 사실이 더 든든하다. 참고로 얘네의 밥 양은(2마리 기준) 하루 22G 정도이고 네 번에 나누어 먹인다.
이 사진에 보이는 것들은 미니 가습기와 공기청정기인데, 사람이 쓰라고 제작된 물건이지만 앵무새를 키우는 데도 필요하다. 특히 봄인 요즘은 미세먼지 수치도 높고 황사철이라 할인 포함 18만 4천원으로 공기청정기를 큰맘 먹고 샀다. 내 인생에서 나를 위해 산 첫 공기청정기고, 애기들이 없었더라면 과연 샀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호흡기가 약한 애기들의 건강을 위해 산 거라 별 불만은 없다.
미니 가습기는 소리가 거의 없어서 애기들이 별로 신경쓰거나 경계하지 않는다. 방울이는 습도가 40% 밑으로 떨어지면 보리보다 기침을 많이 하고, 또 습도가 그 정도까지 낮아지면 나도 좀 눈이 뻑뻑해지고 입술이 건조한 증상을 겪기 때문에 우리 집 습도는 항상 40-60% 정도 되도록 유지하는 편이다. 여기에 가습기와 더불어 유용하게 쓰이는 게 바로 온풍기인데, 나는 애기들하고 사용하기 좋은 온풍기를 찾느라 무려 10만원을 넘게 썼다.
이게 지금 사용하는 사람용 미니 온풍기인데(52,900원) 이걸 구매하기 전에는 52,500원을 주고 앵무새용이라는 온풍기를 샀었다. 이렇게 비싸니 당연히 제값을 할 줄 알고 택배가 오자마자 송장을 찢어 버렸는데 세상에나, 온풍기에서 페인트 가루가 우수수 떨어지고 부품 조립하다가 고장이 나서 접착제 없이는 못 쓸 상황이 되었다.
접착제는 구할 수 있어도 페인트 문제는 어쩔 수가 없는지라, 결국 애기들의 건강을 위해 온풍기를 폐가전 수거함에 갖다 버리고 사람용으로 나온 걸 샀다. 이러느라고 총 10만 5천 400원이 깨진 것이니 처음부터 사람용 온풍기를 샀더라면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앵무새용 온풍기 찾는 분들이 만약 이 글을 본다면 사람용 미니온풍기를 적당한 걸로 구매하는 방법을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바이다. 어차피 사람용이면 각종 인증을 통과해야 하니 그게 더 안전하기도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집의 온습도를 보는 데 유용하게 쓰이는 게 바로 이 14,900원어치 온습도계인데, 리뷰를 보니 이건 사람 애기를 키우는 집에서 신생아용으로 많이 사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걸 구매할 당시에는 사람 애기를 키우지도 않는 내가 신생아 용품을 사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지만, 이후에 깨달은 점은 앵무새 애기들을 키우다 보면 사람 애기용 제품들을 꽤 많이 사야 한다는 것이었다.
방울이가 밥 먹은 뒤에 부리 닦는 데 쓰는 새장 덮개도 강화소창으로 샀다. 2개에 7만원이었지만 하나도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보리가 거울을 보고 자기 모습인 줄 몰라서 화내는 걸 막기 위해 전신거울 밑부분에 붙이는 천도(이 글 두 번째 사진에 살짝 보임) 신생아용 무표백 순면 손수건을 5장에 4,500원으로 사고... 물론 사람 애기를 키우는 수고보다야 덜하겠지만, 앵무새를 키우는 데도 그 못지않은 정성을 들여야만 한다는 걸 나는 내 지갑을 열면서 몸으로 느꼈다.
그나마 돈이 안 든 건 전에 다니던 직장이랑 집 근처 카페에서 무료로 가져온 엄청난 양의 신문지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직접 다 들고 집까지 가져와야 했기 때문에 돈이 안 나간 대신 몸이 조금 고생했다.
그리고 무독성 마스킹테이프도 정말 신문지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언제부턴가 똥보리 요놈이 벽에 발린 시트지를 물어뜯기 시작해서 감자가루 풀로 삼나무 판을 붙여보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번번이 똥보리의 부리력을 당해내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5,760원어치 무독성 마스킹테이프를 사서 보리가 입질하는 곳마다 붙였다.
특히 보리가 집착하는 시트지와 벽지 부분에는 이 사진처럼 철통 방어 조치를 취했다. 먼저 감자가루와 연자방을 끓는 물에 개어 만든 특제 천연 풀로 삼나무 판을 붙인 뒤, 하룻밤이 지난 후에 마스킹테이프로 나무가 안 보이도록 고정했다. 그렇게 하고서야 비로소 보리가 그 스팟에 집착하는 걸 그만뒀으니, 마스킹테이프의 능력은 신들의 선물이라고도 부를 만 하다! 테스카 님과 모든 신들이시여, 앵무새 키우는 사람이라면 마스킹테이프 하나씩은 필수로 구비하게 하소서.
이외에도 앵무새 키우기에 필요한 물건들은 정말 끝이 없어서 다 못 쓸 지경이다. 사진에 보이는 건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전선 보호대, 전선 정리용 찍찍이, 그리고 스프레이인데 전부 다 다이소에서 샀다. 꼭 애기들 눈에 보이는 곳에 나와 있을 필요가 없는 전선들은 찍찍이로 정리해서 안 보이는 구석에 넣어 두거나 전선 보호대로 감싸서 물어뜯지 못하게 해야 한다. 스프레이는 새장을 청소하거나 바닥에 애기들이 싼 똥을 닦을 때 유용하게 쓰는데, 그때도 일반 휴지를 쓰지 않고 대나무 섬유로 된 키친타올을 반 잘라서 스프레이로 적셔서 쓴다. 내가 볼일 보고 뒷정리할 때는 값싼 일반 휴지를 쓰면서 애기들 똥이랑 물건은 대나무 키친타올로 닦아주지만 오히려 안심이 되는 이 불합리함이란... 보호자들의 본능 같은 걸까?
말린 천일홍과 더불어 우리 집에 떨어지면 안 되는 필수품 중 하나인 대나무 키친타올의 자태가 이와 같다. 9팩(100장*9)에 11,900원 하는지라 한번 살 때 많이 사서 쟁여두고 쓴다. 애기들이 똥을 싸는 속도에 대처하려면 항상 넉넉히 갖춰 두는 것이 유리하다. 덤으로 작년에 동물병원에서 3만원 주고 산 소독약도, 1.5리터 물병에 희석한 뒤에 작은 스프레이 병에 조금씩 덜어서 새장이랑 횃대 청소할 때 쓰고 있다(병원에서 알려준 올바른 사용법이다). 혹시나 필요한 분들은 동물병원에 가서 앵무새 물품 소독할 때 쓰는 약품에 대해 물어보시면 될 것 같다.
내가 직접 발로 뛰어 찾아낸 앵무새 육아 필수품 목록들을 적느라 평소보다 몇 배나 글이 길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헤매지 않고 앵무새들과 함께 사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마음이 이런 글을 낳았다.
이쯤 되면 눈치챈 독자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이 "새엄마의 앵무새 육아일기" 시리즈를 쓰는 목적은 앵무새의 귀여움과 함께 사는 행복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라, 앵무새를 돌보는 데는 거의 사람을 키우는 수준의 책임감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물론 얘네들이 대학에 가진 않기에 등록금까지 마련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이 글에서 명시한 금액들은 의료비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걸 독자 분들이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그렇다. 우리 방울이와 보리는 입양한 지 사흘만에 둘 다 PBFD(Psittacine Beak and Feather Disease)와 PDD(선위확장증)을 진단받았고 그 결과 내가 의료비로 3개월간 442만원을 썼다는 대기록을 만든 주인공들이다. 찾아보니 그 돈이면 내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영국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후회는 조금 된다. 그래도 영국은 나중에 다녀올 수 있지만 애기들을 살리는 건 그 순간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여행보다 귀중한 일을 했다는 의문의 정신승리를 해 보려 한다.
세상의 그 어떤 음식보다 내 지갑을 제일 맛있게 먹는 명품조 김방울과 김보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