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을 넣은 된장찌개
고집을 '꺾는다'고 표현한다. 고집이 대체 뭐길래 꺾기까지 해야 하는 걸까?
남편은 된장찌개를 끓일 때 항상 된장과 고추장을 함께 넣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렇게 하면 고깃집에서 먹는 된장찌개처럼 좀 더 자극적인 맛이 난다. 처음에는 내가 먹던 된장찌개와 다른 맛이 나서 신선하게 느끼며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집에서 자주 먹기에 내 입맛에는 된장만 넣고 끓인 부드러운 맛의 된장찌개가 더 맞는 것 같아서 은근슬쩍 이번에는 된장만 넣을까, 라고 떠보면 절대 안된다고 한다. 고추장을 함께 넣고 끓인 된장찌개가 진정한 된장찌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속으로 ‘된장고추장찌개가 아니고 된장찌개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지 않겠어?’ 라고 생각하지만 그에게 직접 말하지는 않는다. 내가 된장찌개를 끓이는 날에는 내 마음대로 하면 되기 때문에 고추장을 넣지 않는데, 밥을 먹으면서 된장찌개가 간이 심심하고 너무 건강한 맛이라며 꼭 한 마디를 붙인다.
오늘 남편이 된장찌개를 끓이는데 처음으로 그 고집이 꺾였다. 마침 집에 고추장이 떨어진 이유였다. 행여나 당장 편의점이라도 가서 고추장을 사오자고 하진 않을까, 생각했지만 남편은 그냥 된장만 넣고 끓이면서 계속 구시렁댔다. 일부러 옆에서 ‘음~ 오늘 된장찌개 너무 맛있다,’ 라고 말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고추장만 좀 넣으면 더 맛있어서 깜짝 놀랠거야.’ 답하면 나는 그냥 웃는 수밖에 없다.
남편은 가끔 그렇게 특이한 것에 고집을 부린다. 탄산음료를 마실 때 ‘제로’음료는 절대 마시지 않는다. 대체감미료를 사용해 맛이 빈 음료를 마실 바에는 맹물을 마시겠단다. 얼마 전에는 저당 딸기잼을 사왔더니, 몇 숟가락 맛보고는 이건 딸기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 입맛이 좀 걱정스럽지만 매일 그렇게 먹는 것은 아니니 입맛에 대한 그의 고집은 당장은 굳이 꺾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은 고추장을 섞은 된장찌개를 먹으면서 찌개가 제대로 끓여졌다며 좋아하는 남편의 모습에 미소를 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