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매트 위에 올라가면 현실과 다른 세상이 열린다. 일상에서 우리는 나의 ‘바깥’에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산다. 이를테면 당장 아침에 일어나서 허겁지겁하는 출근 준비와 출근해서 하는 상사의 비위 맞추기라든가, 혹은 집에 돌아온 뒤 마주하는 빨래 바구니에 쌓인 빨랫감이라든가, 식사를 하고 난 뒤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거리라든가, TV나 스마트폰을 열면 끝없이 쏟아지는 유명인들의 소식이라든가.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반응하며 살아가는 동안 일상생활에서 ‘나 자신’을 마주할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요가 매트 위에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1 제곱미터, 0.3평 남짓한 공간에서 우리 몸 구석구석 들여다보아야 한다. “오른발을 양손 사이로, 왼발은 45도, 양손은 머리 위로 뻗어주세요, 비라바드라아사나 1.”라는 요가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몸을 움직인다. 일상에서 우리는 내 오른발이 어떻게 바닥을 딛고 있는지, 양쪽 팔이 허공을 어떻게 휘젓고 있는지 알아차릴 겨를이 없지만 요가를 하며 매트 위에 있는 동안은 매 순간 내 손과 발, 팔꿈치, 뒤꿈치, 골반과 어깨 등 내 몸 구석구석이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의식하고 알아차려야 한다. 머리서기와 같이 가만히 버티는 것만으로도 집중이 필요한 자세 속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면 머릿속의 온갖 잡념들도 정수리를 통해 바닥으로 빠져나가는 듯하다. 오직 ‘나 자신’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넘어지지 않고 물구나무서기를 할 수 있다.
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익숙하지도 않았고 전혀 소질도 없는 상태에서 요가를 시작했다. 중고등학생 내내 입시를 하며 책상 위에서 보낸 시간이 많아 어깨는 움츠러들어있고, 골반과 척추는 뒤틀려 지낸 지 오래였다. 20년 넘게 운동과 상관없는 인생을 살아온 터라 목은 거북이가 되어서 앞으로 나와있고, 코어 힘이 부족해 상체는 앞으로 무너져 있었다. 요가의 전사 2번(비라바드라아사나 2) 자세를 하며 다리는 넓게 벌리고, 팔은 양쪽으로 뻗어서 내 몸을 넓게 사용하는 것이(넓어 봤자 매트 위지만) 요가를 처음 시작하던 시점의 나에게는 상당히 과감한 동작이었다. ‘가슴을 여세요, 귀와 어깨는 멀어집니다,’라는 선생님의 큐잉에 맞춰서 가슴을 열고 귀와 어깨를 의식할 때 왠지 모르게 가슴을 당당하게 펼치는 감각이 새롭게 다가왔다. 사람마다 요가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포인트는 다르겠지만 매트 위에서 내 몸을 움직일 때 느끼는 자유로움에서 나는 요가에 빠진 것 같다. 매트 위에서는 내가 주인공이었다.
요가를 하는 사람들에게 매트는 운동장과 다름이 없다. 매트 위에서 몸 구석구석의 근육들을 살피며 늘이고 힘을 주고 하다 보면 단단하게 뭉쳐 있던 어깨는 풀려 있고, 지끈거리던 머리는 맑아지고, 답답하던 가슴도 후련해진다. 그렇게 매트 위에서 활력을 얻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여전히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일상은 이전보다 은근히 더 괜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