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한 줄의 수고로움

홈메이드 생면파스타에서 찾는 작은 노동의 가치

by Dada

밀가루와 물을 섞으면 반죽이 된다. 밀가루와 물의 비율, 숙성 시간에 따라 그 반죽은 빵이 되기도 하고 면이 되기도 한다. 생면 파스타를 제면 할 때에는 수분감이 적게 반죽을 좀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반죽에 달걀을 섞고, 강력분에 세몰리나 듀럼밀을 섞어 색과 식감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파스타는 마트에서 파는 건면파스타 밖에 없는 줄 알던 나에게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면서 살짝 미끄럽기도 하던 생면파스타의 식감은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생면파스타는 대게 파스타바에서만 파는데 그런 파스타바를 일부러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보통 한 그릇에 2만 원이 넘는다. 그리고 가면 파스타 한 그릇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행과 함께 즐길 다른 메뉴를 주문하고 와인 한 잔까지 마시고 나면 둘이서 10만 원은 가볍게 쓰게 되니 외식으로 생면 파스타를 먹는 것은 쉬운 결심이 아니다.

결혼하고 독립하면서 나의 부엌이 생기고, 크지 않은 부엌이지만 내 부엌에서 생면파스타를 직접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셰프님들은 제면기가 없어도 생면을 뚝딱뚝딱 만드는 것을 보고 나도 제면기 없이 생면파스타를 만들어 보기로 했었다. 하지만 밀대로 반죽을 납작하게 밀어내는 힘이 부족해서인지, 반죽의 배합이 문제인 것인지, 내가 제면기 없이 만든 면은 굵고 단단했다. 파스타로 만들었을 때 소스보다 면의 밀가루 맛이 더 느껴진 달까. 역시 집에서 생면파스타를 먹는 건 무리인가, 고민하다가 온라인으로 가정용 제면기를 구입했다. 구입한 제면기로도 두세 번 연습을 하고 나서야 그럴듯한 파스타 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생면을 뽑는 일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고 시작했으나 내가 예상한 것보다 수고로웠다. 생면 반죽은 빵 반죽보다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물은 거의 넣지 않고 달걀과 밀가루에 올리브유 한 스푼을 넣고 반죽을 만드는 동안 이게 과연 반죽이 될까, 의문을 가지면서 인내심을 갖고 반죽을 해야 한다. 단단한 반죽을 치대다보면 오른팔이 저릿저릿 하고 이마에는 땀도 맺힌다. 반죽이 되고 나면 냉장고에 30분 정도 숙성을 시킨 뒤에 제면기를 이용해서 얇게 민 뒤에 면으로 만든다. 제면기로 얇게 밀 때도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 두꺼운 단계부터 얇은 단계까지 여러 번 차근차근 침착하게 밀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힘도 많이 들어가고 부엌은 밀가루 천지가 되지만 과정에 비해서 결과물은 소박하게 느껴진다. 이제 파스타의 면이 준비되었을 뿐이니 말이다. 면을 만들고 나면 그제야 파스타 요리를 시작한다. 집에서 생면파스타를 만들다 보면 밖에서 사 먹는 생면파스타가 왜 비쌀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된다.

제면한 라자냐 면과 파스타 면

과정이 복잡하긴 하지만 집에서 직접 만드는 생면의 묘미는 내가 넣고 싶은 재료를 마음대로 넣을 수 있다는 거다. 베란다에서 키운 바질 잎을 뜯어서 바질 생면을 만들기도 하고, 냉장고에 남은 처치곤란인 케일을 반죽에 넣으면 왠지 근사한 초록빛깔의 케일 생면이 된다. 통밀 100% 생면 파스타는 외식으로 먹기 쉽지 않겠지만 집에서라면 가능하다. 한 번 넉넉하게 만든 뒤 1인분 양으로 소분해 냉동실에 넣어두면 원하는 때 또 생면파스타를 먹을 수 있다.

바질 생면(왼쪽)과 통밀 생면(오른쪽)으로 만든 파스타
베란다의 바질


면발 하나하나에 들어간 시간과 정성은 식탁에서 보람으로 돌아온다. 아마도 나는 다음에도 또 밀가루와 계란을 꺼내서 파스타면 반죽을 만들고 있을 거다.


파스타의 면을 만드는 것은 수고로움에 비해서 결과물이 소박하지만 면의 품질에 따라서 파스타의 맛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좋은 파스타면은 소소한 소스만으로도 파스타의 품질을 올린다. 어쩌면 우리 인생에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을까. 집안일도 상당히 수고로운 것에 비해 결과가 눈에 띄지 않는 작업이지만 가족과 내가 머무는 공간을 돌보는 것은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뒷받침한다. 회사에서는 잡무를 담당해 주던 막내의 역할이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막내가 휴가를 써 잡무라고 생각했던 일에 공백이 생기면 팀의 업무가 뒤죽박죽이 되기도 한다. 생면파스타를 만들면서 작은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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