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키워서 먹는 바질
지금 사는 집에는 베란다가 있다. 봄이 되면서 화분을 마련해 베란다에 허브 씨앗을 심었다. 베란다에 허브 정원을 만들어서 각종 허브를 갓 딴 신선한 상태로 요리에 사용하는 원대한 꿈을 갖고 시작했다. 심은 씨앗은 바질과 로즈마리, 라벤더다. 라벤더는 싹도 나지 않았고, 로즈마리는 힘없이 자라고 있는데, 제대로 크고 있는 것이 맞는 건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허브 정원에서 성공적으로 수확하고 있는 것은 바질 밖에 없어 바질만 사진에 담았다. 그래도 올 해가 첫 시도인데 바질이라도 키워서 음식에 가끔씩 사용하고 있으니 '베란다 허브 정원사'의 꿈은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스스로 자존감을 지켜본다.
바질 이파리들이 꽤 커지고 수확을 할 만하다 싶을 때 가끔씩 따면 주먹 한 줌 정도 나온다. 집에 신선한 생 채소가 없는데 샐러드가 먹고 싶을 때 간단하게 먹기도 하고, 샌드위치에 사용하기도 한다. 생면파스타 반죽을 넣을 때 바질을 뜯어서 넣으면 심심하지 않은 초록빛 면이 만들어진다. 친정에 놀러 갈 때 한 줌 뜯어서 가면 엄마가 좋아하며 토마토 바질 마리네이드를 만들어 주신다. 신기한 것이 바질을 한 번 수확하고 한 달 정도 지나면 또 수확할 만한 새로운 잎들이 자라 있다. 씨앗을 사서 몇 알 심어 놓으니 집에 신선한 바질이 샘솟는 항아리가 생긴 기분이다.
물은 흙이 말라 있을 때 즈음 흙이 촉촉해지도록 준다. 가끔 흙이 말라 있는 상태로 하루이틀 정도 잊고 방치하면 바질이 출 늘어져 시들어 있다. 깜짝 놀라서 급하게 물을 주면 몇 시간 만에 금방 통통한 초록색 이파리로 돌아온다. 그 모습을 보며 작은 식물의 생명력에 감탄한다.
씨앗을 심어 키우는 것은 모종을 사거나, 이미 어느 정도 키워진 화분을 사 오는 것과 또 다른 기쁨이 있다. 씨앗을 깨고 하얀 뿌리가 나오는 순간부터 기쁘다. 떡잎이 나올 때까지 초조해하면서 매일매일 씨앗을 확인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키워서 잡아먹을(?) 궁리를 하며 정성을 들이는 것인데, 잡아먹기를 기다리는 것과 실제로 잡아먹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설렌다. 요새는 벌써 내년 봄에는 어떤 씨앗을 심어볼까 궁리를 하며 베란다 허브 정원사의 꿈을 다시 키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