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원은 나의 심리치료실
본업에서 유난히 지치는 날들이 있다. ‘몸’이 지친 날에는 생각 없이 요가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어렵지 않다. 실제로 요가를 하기 어려운 날은 ‘마음’이 지친 날이다. 코로나 이후로 웬만한 요가원들은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이미 예약해 놓은 요가 수업을 취소하기도 애매해서 지친 마음을 꾸역꾸역 이끌고 요가원에 간다.
그렇게 ‘멘탈이 나간 상태로’ 요가원에 꾸역꾸역 간 날은 매트 위에서 내내 누군가를 탓한다.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나의 몸(그런 날은 유난히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어려운 동작을 시키는 요가 선생님(선생님은 항상 그래오셨다)을 탓하고, 그러다가 생각이 회사로 향하면 회사의 문제점들을 찾기 시작하고, 다시 정신이 매트 위로 올라오면 왜 이 동작에서 힘을 이렇게 밖에 주지 못하는지 나 자신을 탓한다. 그리고 ‘아 역시, 오늘은 요가 수업을 취소했어야 하나. 오지 말 걸 그랬나.’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보면 어느새 선생님이 ‘피크 포즈(peak pose)’에 접근하기 시작하신다. 요가 수업에서 ‘피크 포즈’는 그날 수업의 도전 자세, 가장 어려운 자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대부분의 요가 수업은 ‘피크 포즈’에 접근하기 위한 근육들을 이완하고 강화하는 시퀀스로 이루어진다. 아무튼, 온갖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차 있던 내 머릿속은 ‘피크 포즈’를 따라 하는 순간이 되면 다른 생각에 보내던 에너지들을 손 끝, 발 끝으로 보낸다. 예를 들어, 머리서기 2(묵타 하스타 시르사아사나)에서 까마귀자세(바카사아사나)로 전환을 시도할 때 자세를 만들기 위해 애쓰느라 손 끝에 힘이 놓치지 않는지, 배에 힘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신경 쓰는 와중에 선생님이 ‘등을 동그랗게,’라고 지시를 주시면 손과 복부, 발 끝, 등에 대한 생각이 내가 수업 전반부 내내 했던 다른 생각들을 밀어낸다. 어떻게 해서든 요가 자세를 만들어내려고 집중하는 순간에는 내 머리를 바닥에서 떼어내고 말겠다는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아무리 그게 회사 일이더라도 말이다.
물론 회사 일을 잠시 잊는 것이 나를 스트레스받게 하는 일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순간적으로 회사 업무를 잊고 나의 몸에 집중을 하며 땀을 흘리고 나면, 이상하게 세상에 관대해진다. 마음이 착해진다고 해야 하나. 퇴근 직후 요가를 하며 매트 위에서 나 자신을 미워하고, 세상을 미워하던 마음은 기억 너머로 사라지고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며 세상에 관대해진다. 그리고 그 관대해진 마음으로 다음날 다시 회사에 가서 여전히 똑같은 상태인 문제들을 마주한다. 전 날과의 차이점이라면 그 문제들을 대하는 나의 마음뿐이지만 신기하게도 똑같은 문제가 나를 전 날만큼 괴롭게 만들지 않는다.
요가 매트 위에 올라가는 것은 내가 나름대로 찾아낸 정신줄을 놓은 나 자신이 다시 정신줄을 잡고 현실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은 요가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고 있는 거지?’하는 의문도 갖는다. 물론 다들 현생에서 멘탈을 부여잡는 각자의 방법이 있을 거다. 일상에서 정신력을 부여잡을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 또 일상에서 놓쳐버린 정신줄을 되찾기 위해서, 나는 아마도 계속 매트 위로 올라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