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의 근육

소중한 사람들에게 불쑥 나가는 화에 대해서

by Dada


화를 내고 난 뒤에 기분이 상쾌할 수는 없다. 반드시 마음 한 구석에 찝찝함이 남는다. 그리고 화를 냈던 상황에 대해서 하루 종일 곱씹어본다.


왜 화가 났었지? 꼭 화를 냈어야 했나? 유쾌하게 넘어갈 수는 없었을까? 왜 그 때 침착하게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았을까?


대부분 굳이 화를 내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화를 냈었다. 아끼는 옷을 아빠가 건조기에 돌렸을 때, 아껴서 조금씩 사용하는 화장품을 동생이 거의 밥숟가락으로 푸듯이 사용할 때, 남편이 운전 중 조작이 미숙해 보이고 길을 헤맬 때, 이런 때였다.


집 밖에서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 번 잘 못하면서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부터 나간다. 백 번 다시 생각해도 그 옷보다는 집안일을 함께하는 아빠의 마음이 더 중요했다. 동생이 내 화장품을 좀 넉넉하게 쓸지라도 다 큰 형제와 한 지붕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함께 사는 남은 기간동안 동생이 내 화장품을 좀 더 쓰면 어떤 가. 결혼 전부터 내가 타던 자동차는 남편에게 적응기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고, 길을 잠시 헤맨다고 큰일날 만큼 우리가 시간이 촉박한 상황도 아니었다.


이렇게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고 나서도 나는 언젠가 분명히 다시 가족들에게 화를 낼 거다. 사실 그건 ‘화’는 아니고 ‘짜증’이다.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서 따지는 것이 화를 내는 것이고 짜증은 단순히 본인의 성질을 이기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에게 항상 다정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나에게 생기길. 그리고 만약에, 화를 내야할 상황이 생긴다면, 정정당당하게 나와 가족들을 지킬 수 있는 지혜가 생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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