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놀러 오는 정원

회사 정원의 고양이

by Dada

회사 건물에 작은 정원이 있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봄에는 철쭉이 피고, 여름에는 초록색 그늘이 있고, 가을에는 단풍이 든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날에는 점심시간에 눈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 건물 속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중에 나름대로 사계절을 알아차릴 수 있는 공간이다.


올해 봄부터 웬 길고양이 한 마리가 담을 넘어와 회사 정원에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새끼 고양이와 어른 고양이 사이 어딘가에 머무는 듯한, 몸집은 작지 않지만, 얼굴이 앳된 고양이였다. 날렵하고 잘생겼다. 움직이는 모양새는 야생동물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표범 같았고, 눈동자는 담 너머의 정원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 고양이는 바로 직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회사에 나타나는 고양이가 있다,’는 소문은 굉장히 빠르게 퍼져나갔다. 직원들은 고양이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간식이라는 ‘츄르’를 구해 점심시간에 나가 그 길고양이의 환심을 얻으려고 애썼지만, 길고양이는 가까이 다가올 생각이 없었다. 자기의 환심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얼굴만 열심히 쳐다볼 뿐이었다. 돌담에 올라와 사람들을 관찰하고, 담에서 내려왔다가도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을 갔다. 도망을 갔다가도 다시 정원의 돌담 위로 올라와 우리를 관찰했다.

그 고양이는 츄르를 먹어본 적도, 사람과 친밀하게 소통해 본 적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건물의 직원들은 끈질기게 그 고양이에게 접근했다. 간식을 들고나가기도 하고, 다정하게 굴며 말을 걸기도 했다. 건물 안에서는 서로를 긴장하고 대하던 직원들도 정원에서는 그 길고양이에게 환심을 얻고 싶어 하는 한 인간일 뿐이었다.

간식이나 사료로 고양이가 가까이 오도록 유혹하는 게 잘 안되니 사람들은 밥그릇을 정원 구석에 내려놓고 한 발짝 떨어져 고양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것이 그 고양이의 마음을 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고양이는 이 사람들이 자기를 예뻐하려는 것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차렸다.

KakaoTalk_20251218_184821431.png 출처: 제미나이

분명히 경계심이 많고 사람과 생활해 본 적이 없는 기색이 역력한 고양이였다. 불과 반년이 흘렀을 뿐인데 그 고양이는 직원들이 주는 간식을 잘 먹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상당히 살집이 오른 완연한 성묘가 되었다. 반년 전의 날렵한 표범 같은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정원에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길고양이였는데, 이제 점심시간에 정원에 나가면 정원과 건물이 통하는 문 앞에서 직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회사는 유니폼을 입는데, 그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은 전부 반기는 것 같다. 나는 간식을 주며 귀여워한 적도 없는데 나도 반가워하며 쫓아오니 말이다. 만져달라고 배를 드러내고 눕기도 하고, 팔짝팔짝 뛰며 옆에서 따라오기도 하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그 생명력에 미소 짓게 된다. 우리의 점심시간이 끝나가 정원을 떠날 즈음에는 점심시간이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하러 정원에 찾아온다. 겨울을 대비해 사람들이 담요를 깐 고양이 방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건물의 모든 직원이 그 길고양이의 존재를 알고 귀여워하는데, 그 길고양이는 자기가 귀염 받는 것을 알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는 나는 사람을 경계하던 고양이가 사람과 친해지는 과정을 목격하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그런 경험을 회사에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하철을 내려 회사로 걸어가는 길도, 빌딩 안에서 근무하는 시간도 항상 비슷하게 건조하다. 하지만 그 길고양이가 놀러 오게 되면서 회사의 정원만큼은 좀 다른 공간이 됐다. 가끔 점심시간에 정원에서 길고양이를 만나고, 다른 부서 직원들과 길고양이를 귀여워하며 말 한마디를 나누는 짧은 시간은 사소하지만 뜻깊다. 회사 안에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온기다. 아마 그 온기가 점심시간에 사람들을 자꾸 정원으로 내려오게 하고, 또 길고양이가 계속 정원으로 놀러 오도록 했을지 모른다. 그 길고양이가 앞으로 오랫동안 회사 정원의 일원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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