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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망지 Oct 28. 2022

원래 기회가 항상 열려있을 땐 그 소중함을 모르잖아요

두시부터 다섯시간, 열여섯번째와 열일곱번째 편지



열여섯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잘된일일까요

오늘부턴 원래 업무 말고 다른 팀 업무 보조에도 투입이 되어서 잉여시간 없이 근무를 간간히 있습니다. 고로 시간이 훌쩍 금방금방 지나간다는 이야기에요. 어느덧 이 편지도 레귤러하게 잘 운영이 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려드리는 게 나을 것 같네요. 농담식으로 답장 안 보내면 그 다음날의 편지는 가지 않을거라고 겁을 주고 다녔더니, 어제 친구가 보낸 답장에서 제가 실수로 이틀 연속이나 편지를 주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나름의 메일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편지는 제가 매일 출근을 하는 동안 메일 속 편지는 매일같이 당신의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이왕이면 제가 보낸 편지에 답신이 꾸준히 왔으면 해서 저는 다른 말로 펜팔이라고도 부르고 있는 것이지만요. 


답장이 오면 아무래도 더 좋겠지만, 오지 않는다고 해도 매일 비슷한 시간에 최대한 당신을 찾아가도록 노력할거예요. 그게, 저와의 약속이자 나름의 책임감이니까요. 제가 원래 이 기괴한 (아무도 안시켰고) 아무도 안 궁금해할지도 모르는 메일링+펜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제 근무시간중에 두시부터 일곱시의 퇴근시간까지, 딱 그 다섯시간이 미치도록 시간이 안 가고 심심해서 였어요. 


원래 계획은 두시부터해서 이른 오후 언저리에 제가 편지를 여러분께 보내면, 퇴근 시간 전 늦은 오후의 언저리엔 답장을 받게 되어 그걸 또 읽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제 오후시간은 편지를 쓰고, 또 받아서 읽고 이 두가지를 하느라 금방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그러나 제가 간과한 것은 저 못지않게 친애하는 저의 친구들도 바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죠. 매일 답장을 바란다는 말이 혹여 부담이 되었다면 심심한 사과를 전합니다. 그치만 여유가 된다면 꼬옥. 부탁해요. 무튼 이젠 어느정도 많이 적응을 해버려서, 글을 쓰는 시간만으로도 하루의 딴짓은 충분히 채우는 느낌이에요. 글에도 탄력이 붙어버렸달까요. 예전보다 문체에 신경도 덜 쓰게 되었어요. 좋은 증상은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글을 쓰는데 막힘이 없어졌다는 소식이에요. 뻘소리를 너무 많이 하게 된 건 부작용으로 바라보면 되겠죠? 


오늘의 퇴근 후 계획은 단순하고 확실합니다. 집에 가서 두시간 반이나 되는 기묘한 이야기의 마지막 화를 시청할 것입니다. 물론 맥주와 안주도 함께요. 벌써 신이 납니다. 목요일 밤도 설렁설렁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맛이 있어요. 이번주의 큰 다짐은, 돈을 무진장 모아야한다! 입니다. 내일은 부디 제가 더 여유로워서, 더 정성들여 글을 쓰길 바랄게요. 목요일의 바람 같은 편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위로와 사랑을 여기에 두고,

2022년 9월 29일 목요일 PM 17:56





열일곱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어제는 계획을 실천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딴 길로 새지않고 집으로 곧장 귀가해서, 아껴둔 기묘한 이야기 마지막화를 경건하게 시청했죠. 시즌 5가 정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내년쯤엔 나올까요? 장수 시리즈물을 보고 있노라면, 등장인물들이 점차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어서 기분이 묘해집니다. 내적친밀감이 차곡차곡 쌓이거든요. 기묘한이야기의 경우도, 분명 시즌1에서 주인공무리들이 모두 아기들이었는데, 이젠 어느덧 훌-쩍 커버렸어요. 심지어 서양인의 노안까지 영향이 있다보니까, 이젠 내가 쟤네보다 어려보이는 것 같아요. 저는 거기 나오는 배우들 중에 마야호크 라는 배우를 무척 좋아해요. 정말,,, 멋지고,,,, 매력적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마야호크가 에단호크의 딸이라는 것이에요. 맞아요, 죽은 시인의 사회와 비포선라이즈의 주인공 에단호크요. 제가 에단호크도 참 좋아하거든요. 마야호크도 에단호크도.. 제가 참 좋아하는 서양인 얼굴들입니다. 심지어 간과했던 사실 하나는 마야호크의 어머니는 또 우마서먼이라는 배우라는 것이에요. 에단호크와 우마서먼이 각 남녀주인공으로 영화 ‘가타카’에 출연했었거든요. 이 영화도 참 재미있게 봤는데, 사실 이때의 주드 로를 좀 더 좋아해서 그 커플을 주의깊게 보지 않았네요. 


아무튼 마야호크가 이번에 새로 찍은 넷플 영화 “두리벤지”도 결국 최근에 시청했는데, 마야호크의 그 매력적인 마스크와 목소리 모두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마야 언니가 승승장구하길 바랍니다. (이 언니 음악도 해요.. 노래도 좋음)  


장수 시리즈는 사실 저 같은 사람에겐 장단점이 있어요. 일단 굉장히 금방 질려해서 그렇게 긴 회차가 있는 콘텐츠라면 중도하차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겠고, 띄엄띄엄 보다보면 자꾸 이전 이야기들을 까먹어서 공허하게 감상을 하게 된달까,,, 그치만 장점도 많죠. 한번에 몰아보는 binge watching이 가능하니까, 다음 편을 애타게 기다릴 필요도 없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저와 코드가 맞는 작품이라면 앉은 자리에서 순삭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니깐요. 


제 아픈 손가락 “가십걸”을 아십니까? 시즌 7개에, 막장에 막장이라는 아주 유-명한 인기 미드인데요. 사실 소문으로만 무성하게 들어봤지, 그리고 넷플에 아주 골수작품으로 존재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작품이 곧 넷플에서 내려간다길래 저의 조급함이 깨어나고 말았습니다. 원래 기회가 항상 열려있고 당연할 땐 그 소중함을 모르잖아요. 넷플릭스 끊어놓고 그 많은 작품들을 전부 “언젠간 보겠지~”하는 마음으로 살던 제가 갑자기 똥줄이 타서, 2021년 1월 새해의 시작과 함께 금기의 정주행을 건드리고 맙니다. 1월 30일에 내려간다 했던 넷플,,, 그래서 저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죠. 하루에 3-4 에피소드씩 보면 충분히 정복이 가능하다고요. 그래서 아주 무모하게 안하던 1.5배속 까지 적용해가며 가십걸을 정복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거대한 미드는 쉽사리 정복이 되지 않는 산이었습니다. 시즌 4까진 꾸역꾸역 빠르게 달렸는데, 문제는 그 주인공들이 갈수록 난리난리를 해도해도 너무 하는 것 입니다. 지들끼리 돌려사귀는 것부터 눈치는 챘다만, 뭔 어린 애들이 사랑싸움도 심하고, 원조교제에,,, 결혼 후 파혼에,,,, 그보다 아무리 부자 상류계층이 컨셉이라지만, 다들 그 하버드랑 예일대를 집앞 아카데미 학원 가듯이 쉽사리 들어가더라고요. 글쎄 돈 없고 빽 없어서 미끄러져서 간게 뉴욕대라는 설정이,,, 믿어지십니까?


볼수록 너무 재수없어서 제 감상 속도가 더뎌졌던 것 같아요. 그치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장수시리즈를 정주행하며 그들과 나란히 삶을 보내다보면, 내가 마치 그들과 같이 살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안 보면 보고싶고, 우리 블레어랑 세레나는 뭐하고 지내려나 궁금하고. 그래서 결국은 누구랑 연애를 마지막으로 할까? 싶고.. 애증의 관계죠. 얼마전에 넷플릭스 들어갔는데 가십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길래,, 아,, 드디어 이 친구들이 날 떠났구나 싶어 아주 조금은 허했습니다. (근데 또 다시 살아났더라고요?) 넷플릭스는 가십걸을 자신들의 좀비로 키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묘한이야기도 이제야 다 따라잡앗으니, 정 볼 거 없으면 남은 가십걸이나 마저 봐야겠어요. 문제는, 우리가 잠시 절연했던 시절동안 시리즈의 앞의 내용을 다 까먹어서 어떤 전개가 이뤄지고 있었는지 감이 안 잡힌다 이거죠. 그래도 세레나는 보고싶네요. 블레이크 라이블리 언니,,,,, 당신은 최고! 


오늘은 신나는 금요일, 게다가 단비같은 연휴의 첫날입니다. 저를 웃게만드는 오늘의 계획은

친구네 집들이에 가는것이에요. 최근엔 혼자서 노는 것도 너무재밌고 소중햇는데, 

그래도 전 사람을 더 좋아하는 부류인 것 같아요. 친구를 만나 떠들 생각에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이번 연휴는 내리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잔뜩 풀 예정이에요.



위로와 사랑을 여기 두고,

2022년 9월 30일 PM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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