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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그리고 언니...

by 카라

나의 수명은 언제까지일까?

우리나라 평균수명까지는 괜찮을까?

100세 시대라는데?

문득 나의 수명이 궁금했다.


가끔 가족력 있는 질병 탓에 병원을 오고 갈 때를 빼고 나면 나름대로의 자신도 있었고

왠지 지진이 나거나 전쟁이 나도 나는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도 했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나치게 긍정적인 나의 성격에서 반영된 것이지 사실은 아니다.


한때는

오늘까지를 최선을 다해 살았으니

당장 내일 죽더라도 후회는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그래도 실력에 비해 운은 좋은 편이었고 운이 좋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긍정적인 기운으로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었다.

갑자기 떠오르는 크고 작은 시련들도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엔 나와 가족들을 꽁꽁 연결해 주는 밧줄이 되었다.


나의 가족

나는 1명의 언니가 있다.

나와 피를 나누었다는 점에서

참 의지가 되고 그렇기 때문에

키도 목소리도 생김새(?)도

풍기는 이미지도 참 많이 닮았다고다.

예쁘고 못 생기고를 떠나서

우리는 비슷하게

크게 잘나거나 못난 거 없이

그렇게 성장했다.


어렸을 때 엄마는 우리에게

잘 지내라고 단 한 번도 가르치신 적이 없다.

우리는 그냥 같이 나고 자란 탓에

서로를 많이 의지 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언니는 나를 자식(?)처럼 돌봐주고

나는 언니를 부모처럼 따랐다.


물론

학창 시절에

1살 차이는 사회 나가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으스대기도 하고(지금 생각하면 너무 이불킥이다.)

언니 팔에 묵주가 끊어질 정도로 치고받고 싸운 적도 있다.

덜렁거리는 성격 탓에 언니 옷 단추를 떨어 뜨는 것은 예삿일이었고, 대학시절 재밌는 추억을 만들라고 같은 방을 만들어주신 엄마 말이 무색하게도 나는 언니의 소중한 피아노 위에 젖은 수건을 매일 올려 망가뜨렸다.


결혼을 먼저 하게 됐지만

서로가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 서로 도움을 줄 수 있고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별다른 죄책감(?)이 없었다.

(그로부터 무려 10년 뒤에나 결혼을 할 거란 예상은 아무도 못했었지)


언니는 지금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나에게 해준다.

나 역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언니한테 해준다.

우리는 그냥 무조건 무턱대고 무엇보다도

서로가 1순위이다.


어제는

그토록 원하면

언니의 결혼식전날

형부에게 쓴 편지를 발견했다.

다시 읽어보니 너무 부끄러워

안 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계속 두면

언젠가는 추억이 되는 것이라

그냥 두기로 했다.


이미 언니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자매를 이 세상에 묶어주신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


나는 1명의 남편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착한 품성,
온화한 성격의 처세의 달인,
만능집안 살림꾼,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1등 신랑이다.
내가 사는 동안 수많은 일 중에
제일 잘한 것은 지금의 신랑을
선택한 일이다.
지금의 신랑이 있기에 아이들도 있고

아이들도 아빠의 장점을 닮아 착하고 성실하다.
나의 운의 모든 부분을 배우자 만나는 것에 썼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만큼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1명의 아들이 있다.

두 집안의 첫 손주로 태어나 귀하게 보살핌 받고

부러울 것 없이 자랐다.

내가 내속으로 낳은 아이라지만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에서도 성향의 차이가 있다고 하니 그런 면에서는 나와 조금은 맞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나와 남편이 성향을 닮았을 테니 전혀 다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도 남편의 성향파악이 안 된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이 두 남자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성별을 떠나서

말수가 적고 필요한 말도 내뱉지 않는다.

할 말은 하고야 마는 나와는 다르게 늘 말을 아끼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없다.

승자는 항상 이 둘인 것 같다.


나에게는 1명의 딸이 있다.

작고 아담한 나의 신체조건과는 다르게 얼굴은 작 고 키는 길쭉길쭉 시원시원하다.

160도 안 되는 나와 168이나 되는 내 딸이

쇼핑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가끔 하고 있다.

이 와중에 170 은 넘지 말자는

구체적이고도 다소 김칫국 마시는 상상도 해본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왕이면 외모도 괜찮게 컸으면 좋겠다.

기분 좋은 피지컬에 내면을 꽉 채운 묵직한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유치원 때부터 공감능력이 남달라 친구가 많고

손 끝이 야무지더니 학급의 회장도 당선되고 리더십도 있는 것 같다.

잘하는 것은 격려해 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나의 육아 방식에도 잘 따라와 준다.

이 쯤되면 나와 성향이 잘 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공감도 능력이라는 요즘 트렌드에 맞는 성격은

나도 부러운 부분이다.


이렇게 달라 보이지만 결국엔 나와 남편의 뼈와 살을 나눠가진 아이들은 오묘하게 닮아 있다.

어느 가족이나 그렇듯

비슷하기 때문에 싸우고 다르기 때문에 끌린다.

또 어떤 때는

비슷하기 때문에 끌리기도 하고 다르기 때문에 싸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볼수록 끌리는 매력은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가족은 어쩔 수 없는 피의 흐름으로 엮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든 일이 프리패스로 통과되는 위대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 아닌 타인으로의 발견되는 매력은 나의 최대의 장점이 된다.

배려하고 챙겨주고 공감하는 능력

이것이 리더십 하고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누구나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어른인 우리 부부에게도 아이인 아이들에게도 주어진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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