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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 May 28. 2024

엄마놀이2

휴직을 하니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들의 아침식사를 챙기는 것이 평일 오전 루틴이 되었다.

유부초밥, 김밥, 계란밥, 두부부침등 비교적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이 주 메뉴이다.

급히 일어나 세수만 하고 바로 식탁에 앉았는데도 잘 먹는 아이들을 보면 신이 난다.

항상 두개의 식판에 따로 담아 준다.

잘 먹지 않는 딸의 양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것이 없다.

아들은 담아주는 밥이든 국이든 반찬이든 남기는 법이 없다.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무조건 다 먹으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딸은 워낙 양이 적어 많이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살짝 더 얹어주는 밥을 다 먹지 못한다.

한의원에서 소화력이 약해 조금씩 자주 먹고 배부르다 하면 정말 그 양이 다이니 절대 억지로 먹이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은 잘 안 들어도 의사말은 잘 듣는 편이다.

한의사 역시 나에게는 주치의다.


아침만 차려 주고 나면

나의 할 일은 끝났다.

양치질하고 옷 입고 물 챙기고 가방 메고 하는 일은

각자 스스로 한다.

이제 혼자서 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되었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나는 어린 시절 나의 엄마가 모든 일을 해주는 편이었다.

그리고 현재도 엄마와 언니가 양 옆에서 많이 도와준다.

일하느라 바쁘니깐 가족들이 항상 챙겨주고

대신해 주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화장품도 쓰다 좋은 것이 있으면 주고, 옷도 어울리는 스타일로 골라주고 시간이 없는 내게 사다 주기까지 한다.

언니가 대신 입어보고 사진찍어 전송하면 내가 살지 말지 선택해서 알려주는 식이다.

멀리 살때는 그렇게 택배로 보내주었다.

신발도 신다가 편하거나 괜찮으면 주문해 주고, 반찬통도 몸에 좋은 유리로 바꿔주었다.

집안일과 밀착된 부분은 신랑이 알아서 한다.

각종 세제 주문부터 아이들 물티슈, 기저귀, 옷, 각종반찬 장 보는 일까지 남편이 주문한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하는 일도 별로 없고 그렇기 때문에  잘 모른다.

점점 더 몰라가는 40대이다.

이 역시 내 운이고 내 팔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대신 주는 모든 일에 대해 감사한 마음은 늘 갖는다.

그리고 나를 서포트해 주는 가족들의 노고(?)에

나는 더 바보가 되는 것 같지만 나도 언젠가는 꼭 도움이 되리라 결심한다.

그리고 비교적 수입이 많은 편이기에 어느 정도는 그들에게 관용을 베푼다.

늘 받기만 하는 새침데기는 아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는 감사한 것투성이다.

잠시나마 수술대에 올랐지만 큰 병이 아니라 한 번의 수술로 치료가 종료된 난소기형종 수술도 감사!

가족들이 모두가 제 위치에서 성실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도 감사!

좋은 아파트에 살게 되어 백화점 같은 주차장을 매일 이용하는 것도 감사!

몸은 고되지만 남들보다 조금은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맞벌이인 것도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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