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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 May 22. 2024

엄마 놀이?

어제 뭐 먹었더라?

단순히 한 끼 먹은 것을 기록하기에도 기억력에 한계가 있다.

원래도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갈수록 건망증이 심해지는 듯하다.

먼가 기억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분석해 보면  안 좋은 기억들이 많아서 그것들을 애써 지워버리려고 하는 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안 좋은 기억을 없애려고 좋은 기억들까지도 무의식적으로 흘려보내게 되는

안타까움으로 설명된다.

나는 정신적 상담은 받아보지 않았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그냥 깊게 생각하지 않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 매사가 그날이 그날처럼 흘러가는 것 같다.


육아휴직을 내고 가장 좋았던 것은  아이들의 학교행사에 적극적으로(?)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 매여 있을 때도 아이들의 학교행사에는

한쪽 눈을 질끈 감고 참여했었다.

어려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외출을

하겠노라고  말밷기는 그리 쉬운 선택도 아니었다.

아이들이 한참 어릴 때 아주 바쁜 지점이 아니었기 때문에 잠깐 허용되는 시간이 있었고, 나름 충실하게 참석했다.

다른 엄마들과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일 따위는 꿈도 꾸지 않고 원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휴직  후 자주 놀러 오는 아이의 엄마와 알게 되면서

총회, 공개수업, 학부모상담등을 참여하게 되며 함께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시는 일이 많아졌다.

일주일에 한두 번 기분전환도 되고 괜찮았다.

아이들을 키우는 공통점과 저마다 다른 환경의 가족들로 구성된 차이점들이 한데 섞여 다양한 삶이 보여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다.

각자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스펀지처럼 서로를  받아들이고 칭찬하는 모습이 아이들 못지않게 완벽했다.

자고로 처음 보는 사이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를 탐색하느라 바쁘다.

조금씩은 각자 가진 것을 숨기면서, 조금 잘난 것은 내비치기도 못난 것은 내버리기도 한다.

칭찬이 수없이 오가면서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본심과 성격이 드러나기도 한다.


성격이라면 크게 지지 않은 나는 최대한 몸을 숨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오래 안 가 살며시 드러내는  본심에 솔직해지자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내 인생 모토는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솔직! 담백! 쿨!

두 얼굴인 사람은 사람 취급 안 하고, 이간질하는 사람은 더 싫다.

그래서 사회생활이 더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3개월도 안 남은 육아휴직 기간이다.

주말을 이용해서 또는 평일이라도 가능한 저녁시간을 통해서 계속된 만남을 이어갈 순 있지만 일단은  최초 알게 된 한 명의 인연만이 끈으로 연결되고 정리될 듯싶다.

I의 성향 때문인지 새로운 사람과 이어지는 인연이

살짝 조심스럽다.


오늘은 일단 아이들의 학년과 하는 일, 그리고 나의 나이정도가 소개되었다.

그리고 동네에서 유명해져 버린 나의 빨간 스포츠카 정도가 오픈되었다.

크게 숨기거나 드러내는 게 없었던 평범한 자기소개를 끝으로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오늘 하루는 하교하는 아이들 간식을 못 챙겨주었지만 아이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

뜻깊었다. 


그리고 나는 흔히 말하는 엄마놀이를 하며 보낸 오늘 하루를 기억하고 기록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밥도 같이 먹고 차도 마시고 많은 이야기를 공유한 오늘의 엄마들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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