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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 May 09. 2024

제발 나가서 먹자!

어버이날 1

소고기 보쌈 족발 명태조림 주꾸미 전복 장어 초밥

양고기 샤브샤브 참치회 랍스터 문어숙회 불고기

추어탕 갈치조림 짜장면 탕수육...



"밖에 나가면 맛있는 게 너무 많아. 외식하자."

"우리 엄마는 밖에서 먹는 거 싫어해. 조미료 많이 쓰고 비싸서 싫어하셔"

" 어차피 집에서 먹어도 물가가 비싸서 그게 그거야. 평소에 집밥만 드시는데 이럴 때 맛난 거 사 드리면 좋지 않아?"


몇 번이고 말을 해도

남편과 시누이는 요지부동이다.

가족행사 중  아버님 생신에는 어머님과 상의하여 샤브샤브 닭백숙처럼 건강한 외식 적도 있다.

어머님도 분명 좋아하셨다.

어머님도 나가 먹는 걸 선호하시리라 굳게 믿고 있다.

다만 자식들이 돈 쓰는 게 안타까우신 거지.....


"집에서 고기나 구워 먹자."

"엄마, 예약도 했고, 나가서 먹자. 맛있는 거 사 드리고 싶으니  맛있게 한 끼 먹어요."

"그럴까?"

이것이 올바른 정답이다.


"집에서 고기나 구워 먹자"

"알겠어요"

그냥 콱!

도대체 뭘 알았다는 건지...


결혼초에는

내가 며느리로서

내가 장소를 알아보고

내가 좋은 장소로 섭외하고

내가 예약을 하고

내가 연락을 했다.

그렇게 참석만 하면 되는 포지션을 차버린 건 시누이다.

미리 선약을 했는데도 교회에 일이 생기면

내빼버리는 통에 짜증이 낫고, 온 가족이 빠지는 게 아니라 시매부만 빠지는 것이라며 그것이 인정되는 분위기에 더 짜증이 낫다.

가족보다도 교회가 더 중요한가?

그렇다면 선약의 의미는 뭐지?

갑자기라면 당일에라도 미리 말은 했어야지

아무래도 이건 기본 문제다.

갑자기도 아니고 선약도 아니다.

그냥 교회가 일빠다.


그 후는 나는 때려치웠다.

두 남매가 하도록 열심히 도왔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토 달지 않고 적극 참여했다.

어쩌면 부모님 성향을 잘 아는 자식들이 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설거지도 하지 않았다.

집에서 먹자는 사람들이 해라.

며느리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설거지라면 절대 사절이다.

그러나 나도 함께 먹었기 때문에

어쩌다 있는 일이기 때문에

설거지 까짓 거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안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하는 건지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옷 중에서 가장 예쁜 옷을 입고 우아하게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고 싶다.


그래서 이번에도 말 잘 듣는 우리는  집구석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어쩌다 한번 밖에서 숯불에 구워 먹는 고기는 별맛이다.

고기는 죄가 없잖아......

그러나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침부터 하루종일 비가 내렸고 우리는 진짜로 집구석에서

고기님을 맞이했다.


역시나 고기는 옳다.

새우, 버섯, 소시지도 곁들임  음식으로 나쁘지 않았다.

아무 신경 안 쓴다 도 미리 나물이나 부침개등을 해 놓으신 것들도 괜찮았다.

다만 어제 대전 이모 환갑을 다녀오신 어머님은 피곤해 보이셨다.


사실 어머님도 나가서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추측일지 모른다.

나이가 드셔서 준비하기도 차리기도 힘들고 귀찮으실 거라는 사실도 내 추측이다.

나는 우리 엄마가 그렇기 때문에 어머님의 상황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넘겨짚는 것인데  어머님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말씀으로 표현해 주시면 좋겠는데 그런 성격이 아니신 듯하다.

늘 나만 솔직하게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님의 딸이나 아들이 어머님의 의중을 파악하는 그 역할을 하면 좋을 텐데 영 맹한 거 같다.


외식은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의 희생 없이 모두가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누군가는 밥을 퍼고, 누군가는 설거지를 하고,

누군가는 물을 떠 와야 하는 희생이 없어도 된다.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가족 모두가 조금씩 움직이면 되지 않나?

그러니까 그게 좋은 사람들끼리 하란 말이다.


외식  비용은 음식제공과 그 모든 것들을 포함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비싸더라도 서비스를 받으니 상관없다.

다 필요 없고

그냥 제발 나가서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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