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치앙마이에 살아있다.
카르페디엠 치앙마이
여행작가 훈 남
[프롤로그] 오늘, 치앙마이에 살아 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치앙마이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삶은 꽤나 충만하다.”
하루는 탁발로 시작된다. 치앙마이의 아침은 고요하고 경건하다.
아침 6시 20분.
거리에는 이미 스님의 발걸음 소리가 느릿하게 깔려 있다.
주황색 장삼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한 손엔 밥통, 다른 손엔 그리고 맨발.
사람들은 조용히 무릎 꿇고 쌀 한 움큼, 마음 한 조각을 내민다.
치앙마이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소란하지 않고, 조급하지 않다.
조용한 하루의 시작.
커피 한 잔이 하루의 속도를 정해준다.
해자 내에 있는 조그만
카페에 앉아 60밧짜리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시계도, 일정표도 꺼내지 않는다.
이 도시에서는 계획보다 기분이 먼저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실으면, 나도 모르게 여유가 생긴다.
여유를 가지면 자유가 생긴다.
“그래, 오늘도 살아 있다.”
도이수텝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게 위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도이수텝이 있다.
푸르스름한 산 능선은 말없이 도시를 품고, 그 위에서 부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내려다본다.
조금은 흔들려도 괜찮다고,
당신도 여기 와서 그냥 있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는 특별한 음식이 아닌, 평범한 순간이다.
한 그릇의 식사와 꼬치 하나, 꽈배기와 커피
아주 작고 느슨한 바람.
이 도시의 매력은 ‘대단한 것’에 있지 않다.
아무 일도 없어서 좋은 오늘, 그 평범함이 선물이다.
해 질 녘의 치앙마이는 하루의 마지막 마법을 건넨다.
해 질 무렵, 도시의 실루엣이 붉은 하늘에 녹아든다.
오토바이 소리마저도 슬로모션처럼 느껴지고,
나는 멈춰 선다.
누군가는 오늘 하루를 허비했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안다.
오늘, 나는 ‘살아낸’ 것이 아니라 ‘살았다.’
밤의 치앙마이, 더 이상 무엇도 바라지 않는 시간이 흐른다.
핑강의 야경은 그래서 더 멋있다.
밤이 오면 모든 빛이 낮아지고
마음도 따라 낮아진다.
나는 오늘, 이곳 치앙마이에서
욕심 없이, 두려움 없이
그저 온전히 한 사람으로 살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