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카르페디엠 치앙마이

치앙마이 시내 골프 투어

by 김재훈

오늘은 피만팁 골프 클럽으로 향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이곳 원래 이름은 스타돔이었다.

2012년 처음 치앙마이에 왔을 때 나는 스타돔을 매일같이 찾았다.

렌터카는 꿈도 못 꾸던 시절, 그냥 송태우에 몸을 실은 채 골프백을 안고 가던 그 시절의 나. 골프장의 퀄리티 따윈 중요치 않았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골프 친다."

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


그랩을 불렀다.

골프백을 싣고 공항 옆에 있는 피만팁으로 가는 길에 택시기사에게 물었다.

"하루에 얼마 버세요?"

"한... 2000밧쯤요?"

골프장에 도착하니 107밧이 나왔다. 110밧을 건네며 3밧을 팁으로 드렸다.

백드롭 후 계산을 하니 워킹은 1100밧이다. 캐디팁은 400.

왕복 그랩비까지 따지면 1720밧 약 72,000원에 골프를 즐긴다.


피만팁은 큰 기대보다는 드라이브 치는 맛으로 즐기면 된다.

한 90개쯤 친 거 같다. 파 숫자랑 따블 숫자랑 같고

나머지 모두 보기를 잡으면 90타다.


그래서 나는 모든 홀을 보기로 막는다 치고 파 잡은 홀 숫자를 센다.

파가 5개면 85타. 10개면 80타 싱글이다.

버디는 운 좋은 날의 선물이다.


중간에 캐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캐디도 싱글맘이었다.

"태국에는 왜 이렇게 싱글맘들이 많아요?"

"남자들이 다 떠나서."

"왜 떠나요?"

"새 여자를 찾아 떠나요."


그래서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태국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는 잘생기고 뭐 이런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자기 곁에 남아주는 남자라고.


라운딩 후 클럽하우스에서 음식을 시키는데 좋아 보이는 그림메뉴를 보고 시켰는데

막상 음식이 나와서 먹어보니 별로였다.

그래서

항상 평균적인 음식을, 맨 앞에 있는 음식을 시키는 게

실패를 줄이는 팁이다.


그러고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그날도 라운딩을 마치고 점심과 맥주를 맛있게 먹고

오후에 라운딩을 나가려고 하니

라운딩 불가!

캐디들이 오후가 되면 더워서 죄다 집에 간다는 것.

스타돔1.jpg
스타돔2.jpg
스타돔3.jpg 비행기가 이륙하는 사진을 순간적으로 포착
스타돔4.jpg

-----------------------

오늘은 치앙마이 시내 북쪽에 있는 란나 골프장으로 향했다.

치앙마이 시내엔 골프장이 딱 두 곳.

남쪽의 피만팁, 북쪽의 란나.

그랩을 부르니 131밧이라고 뜬다.

약 15분 후 란나 골프장 도착!


워킹 라운딩 요금 1300밧을 내고 스타트로 가니

한국인 두 부부와 함께 5인 플레이를 주선한다.

은퇴 후 치앙마이에 장기 체류하며 골프 즐기러 오신 분들이란다.

분위기는 거의

“치앙마이 코리안 골프촌.”이다.


란나는 치앙마이에서 난이도 최고라는 소문답게

포대그린, 장애물, 잡초 페어웨이의 3종 세트를 갖췄다.

매 홀마다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생존 게임.

파온은 꿈일 뿐.

평균 80타 치던 골퍼도 여기선 96타를 찍는다.

타당 20밧 내기? 여기선 진짜 스릴이다.


중간에 70대 신사분이 귓속말처럼 다가와 말했다.

“혼자 여행 다니는 거 정말 좋아 보여요. 난 치앙마이에서 술집 한 번 못 가봤어요. 감시가 심해서…”

헛웃음이 났다.

부부 골프 여행, 아내 얼굴은 밝고 남편은 숙연한 이유. 어쩌면 그 말이 힌트였는지도.

마무리하고 그랩을 부르니, 순방향이라 120밧.

저녁 햇살을 맞으며 창밖을 보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치앙마이는… 참 묘한 매력이 있어.”


KakaoTalk_20250517_191329710.jpg
KakaoTalk_20250517_191329710_01.jpg
KakaoTalk_20250517_191329710_02.jpg
KakaoTalk_20250517_191329710_03.jpg
KakaoTalk_20250517_191329710_04.jpg
KakaoTalk_20250517_191329710_05.jpg
KakaoTalk_20250517_191329710_06.jpg
KakaoTalk_20250517_191329710_07.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카르페디엠 치앙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