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시내 골프 투어
오늘은 피만팁 골프 클럽으로 향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이곳 원래 이름은 스타돔이었다.
2012년 처음 치앙마이에 왔을 때 나는 스타돔을 매일같이 찾았다.
렌터카는 꿈도 못 꾸던 시절, 그냥 송태우에 몸을 실은 채 골프백을 안고 가던 그 시절의 나. 골프장의 퀄리티 따윈 중요치 않았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골프 친다."
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
그랩을 불렀다.
골프백을 싣고 공항 옆에 있는 피만팁으로 가는 길에 택시기사에게 물었다.
"하루에 얼마 버세요?"
"한... 2000밧쯤요?"
골프장에 도착하니 107밧이 나왔다. 110밧을 건네며 3밧을 팁으로 드렸다.
백드롭 후 계산을 하니 워킹은 1100밧이다. 캐디팁은 400.
왕복 그랩비까지 따지면 1720밧 약 72,000원에 골프를 즐긴다.
피만팁은 큰 기대보다는 드라이브 치는 맛으로 즐기면 된다.
한 90개쯤 친 거 같다. 파 숫자랑 따블 숫자랑 같고
나머지 모두 보기를 잡으면 90타다.
그래서 나는 모든 홀을 보기로 막는다 치고 파 잡은 홀 숫자를 센다.
파가 5개면 85타. 10개면 80타 싱글이다.
버디는 운 좋은 날의 선물이다.
중간에 캐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캐디도 싱글맘이었다.
"태국에는 왜 이렇게 싱글맘들이 많아요?"
"남자들이 다 떠나서."
"왜 떠나요?"
"새 여자를 찾아 떠나요."
그래서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태국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는 잘생기고 뭐 이런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자기 곁에 남아주는 남자라고.
라운딩 후 클럽하우스에서 음식을 시키는데 좋아 보이는 그림메뉴를 보고 시켰는데
막상 음식이 나와서 먹어보니 별로였다.
그래서
항상 평균적인 음식을, 맨 앞에 있는 음식을 시키는 게
실패를 줄이는 팁이다.
그러고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그날도 라운딩을 마치고 점심과 맥주를 맛있게 먹고
오후에 라운딩을 나가려고 하니
라운딩 불가!
캐디들이 오후가 되면 더워서 죄다 집에 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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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치앙마이 시내 북쪽에 있는 란나 골프장으로 향했다.
치앙마이 시내엔 골프장이 딱 두 곳.
남쪽의 피만팁, 북쪽의 란나.
그랩을 부르니 131밧이라고 뜬다.
약 15분 후 란나 골프장 도착!
워킹 라운딩 요금 1300밧을 내고 스타트로 가니
한국인 두 부부와 함께 5인 플레이를 주선한다.
은퇴 후 치앙마이에 장기 체류하며 골프 즐기러 오신 분들이란다.
분위기는 거의
“치앙마이 코리안 골프촌.”이다.
란나는 치앙마이에서 난이도 최고라는 소문답게
포대그린, 장애물, 잡초 페어웨이의 3종 세트를 갖췄다.
매 홀마다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생존 게임.
파온은 꿈일 뿐.
평균 80타 치던 골퍼도 여기선 96타를 찍는다.
타당 20밧 내기? 여기선 진짜 스릴이다.
중간에 70대 신사분이 귓속말처럼 다가와 말했다.
“혼자 여행 다니는 거 정말 좋아 보여요. 난 치앙마이에서 술집 한 번 못 가봤어요. 감시가 심해서…”
헛웃음이 났다.
부부 골프 여행, 아내 얼굴은 밝고 남편은 숙연한 이유. 어쩌면 그 말이 힌트였는지도.
마무리하고 그랩을 부르니, 순방향이라 120밧.
저녁 햇살을 맞으며 창밖을 보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치앙마이는… 참 묘한 매력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