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쯤은 발로 걷자 - 치앙마이 워킹투어
오늘은 차가 없는 날. 그래서 택했다. 도보 여행.
치앙마이를 동북쪽으로 크게 휘감는 11번 도로, 그 바깥에 한인 타운이 있다.
내가 묵는 ZAK 레지던스도 그 근처다.
11번 도로를 따라 천천히 북쪽으로 걷는다.
목적지는 센텐 플라자 백화점, 그 위에는 마야몰, 그리고 더 위엔 님만해민.
호텔을 나서 센텐 플라자까지 걷는다.
지하 1층 음식 코너에서 아점을 찾다, 눈이 마주친 한 여인의 ‘이거 괜찮다’는 묵언의 사인을 받고 그대로 낚였다.
같은 걸로 달랬지만, 결과는 미적지근.
아, "마이 싸이 팍치!"(고수는 넣지 마세요!)라고 할걸.
고수 향이 코를 찌르지만, 속은 비었고 어제 과음도 했으니 꾹 참고 다 먹었다.
센텐 플라자 4층으로 가보니 거기에 또 푸드코트, 이쯤 되면 백화점이 온통 푸드 마켓이다.
마야몰까지 걷기엔 노곤함이 밀려와 잠시 안마의자를 찾아봤지만… 그건 체험용이 아니라 판매용.
결국 툭툭이를 타고 마야몰로 이동. 150밧.
마야몰은 지난번에 다 돌아봤으니 패스하고, 님만해민으로 진입.
피곤함이 몰려와 발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남자 마사지사가 오길래. "Oh, sorry!"
결국 여성 마사지사로 교체, 발마사지를 받으며 잠이 들었다. 이상하다, 왼발에서 오른발로 넘어갈 때면 꼭 잠이 온다.
깨어나 다시 님만해민을 누볐다.
‘원님만’이란 쇼핑몰을 발견. 원 투 쓰리 할 때 그 원이다.
치앙마이 강남답게 젊음이 넘치고, 맛집과 카페는 발에 차였다.
줄이 길어 먹진 못했지만, ‘카오소이 님만’이라는 집은 언젠간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 한 편의 에피소드.
예쁜 마사지샵 직원이 나를 이끌었다.
“300밧입니다.”
오케이 하고 지불했더니, 잠시 후 다른 마사지사가 온단다. “너가 하는 게 아니야?” 물었더니 웃으며 다른 마사지사 사진을 보여준다. 낚였다.
취소하려 하자, 번역기에 “50밧 수수료”라는 문구. 울며 겨자 먹기로 250밧만 돌려받고 나왔다.
이쯤 되니 오늘은 ‘낚시의 날’.
걷다가 갑자기 하늘을 보니 대한항공 비행기 한 대.
그 순간 문득 한국이 그리웠다. 몇 날 며칠을 떠나 있었더라.
해자를 지나 한 시간쯤 걸어 나이트바자에 도착했다.
단골 마사지사 ‘홈’에게 연락했더니 지금은 다른 손님 대기 중.
그래서 푸드코트 광장에서 꼬치 다섯 개와 리오 맥주 두 병으로 저녁 해결.
옆자리엔 독일에서 온 가족. 아이들에게 “Where are you from?”
“Germany!”
“오~ 저머니! 굿! 아임 프럼 코리아!”
아빠에게 “I’m a travel writer.”
아빠가 아이들에게 설명해 준다. "저 아저씨 여행작가래"
K-POP 이야기가 나오고, 자기 여동생들이 서울에 갔던 이야기도 덧붙여준다.
내 영어가 짧아 아쉬웠지만, 치어스하며 교류하고
내가 먼저 자리를 떴다.
저녁을 마치고 화장실을 찾다가 또 발견한 것 하나.
나이트바자 푸드코트 화장실은 5밧.
하지만 북쪽 ‘PHAPLOEN’ 푸드코트는 무료다.
게다가 깨끗도 하다. 소중한 정보 하나 획득!
남쪽으로 내려오니 텅 빈 칵테일 바. 음악은 크게, 손님은 0.
“장사 좀 시켜줘야겠다” 싶어 들어가 칵테일 한 잔 주문.
아니나 다를까 내가 앉은 뒤 잠시후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괜히 뿌듯.
그때, ‘홈’에게 문자가 도착.
“I’m free now.”
“Where are you now?”
곧바로 툭툭이를 타고 홈에게 향한다.
오늘 두 번째 발마사지.
오늘 얼마나 걸은 거지?
걷고 또 걷고… 6시간은 걸은 듯하다.
오늘 든 생각.
“매일을 첫날 온 것처럼 여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