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23)
"미화(가명)야! 학교까지 왔는 데 담임샘은 보고 가야지. 임마."
미화는 행정실에 잠깐 들러 수능 원서를 접수하곤 곧바로 학교를 나가려는데 나랑 마주친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미화에게
"미화야!
학교까지 왔는데 예전 담임샘 얼굴은 보고 가야지"
한 것이다.
그 말을 하자마자 미화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런데
그 예쁜 얼굴이 이상했다.
한쪽 눈이 실명된 것이었다.
아뿔싸!!!
작년 3월에 미화 어머니가 학교로 나를 찾아왔다.
얘가 고3이 되었으니 이것저것 상담을 하기 위해 오신 것이었다.
어머니는 보험회사를 다니신다고 했다.
그날 어머니는 미화 이야기를 나에게 많이 하셨다.
얘가 자취를 하는 데 냉장고도 그지 같고 테레비도 그지 같으니 갈아달라고 엄마한테 투정을 부린다는 거였다.
어머니와 상담 후 다음 날 조용히 미화를 불러 엄마가 힘들게 일하시는 데 너무 투정을 부리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미화와는 별일 없이 잘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자꾸자꾸 지각을 했다.
지각 지도를 하면서 미화와 나는 자꾸 부딪히게 되었다.
그러면서 미화와 나는 사이가 안 좋아졌다.
한 번은 모의고사 날 미화는 학교엘 오지 않았다.
아마 내심으로는 모의고사니까 안 봐도 그만이겠지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담임인 나는 폭발해 버렸다.
실장을 시켜서 내일부터 아예 학교를 나오지 말라고 미화 자취방에 가서 말하라고 시켰다.
그런데
이 녀석은 진짜로
다음날부터 아예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담임인 나와는 사이가 더욱더 안 좋아졌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추석연휴 마지막날 우리 반 아이들 모두 등교하여 자습을 하고 있었다.
그날 오후쯤 미화가 교무실로 나를 찾아왔다.
미화가 말했다.
"선생님 저 자퇴하겠습니다."
나는 아이를 조용한 상담실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말했다.
"야 임마! 3학년 2학기인데 누가 너를 자퇴시켜 준대?"
나는 아이를 다독였다.
내일부터 가방 챙겨서 학교에 나와 알겠지?
한 시간쯤 이야기를 나눈 후 미화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교문을 걸어 나가는 미화 모습을 창문으로 보니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다음날부터 미화는 학교에 잘 나왔다.
지각도 안 했다.
그렇게 우리는 수능을 보고 졸업을 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다시 만난 것이다.
미화는 졸업 후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골프장 캐디를 했다.
그러다 골프공에 오른쪽 눈을 맞아 실명을 당한 것이다.
캐디를 그만두고 사회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교대엘 진학하려고 한다.
미화가 나를 보는 순간 눈물을 주르륵 흘린 것은
지난날 우리 담임선생님에게 했던 자신의 잘못된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기 때문이었으리라
미화와는 짧게 만나고 헤어졌다.
지금쯤 어디선가
좋은 선생님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있을 것이다.
미화야!
신은 우리에게 시련으로 포장된 선물을 주신대
어디서 무얼 하든 씩씩하게 잘 살아가길 바란다!
오늘은 가슴이 먹먹해 그냥 발행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