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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Jan 29. 2018

위로할 때 "~하세요"보다는 "같이~합시다"

진정한 위로를 건네고 싶을 때

암 진단 후 투병기간 동안 내내 나는 혼자였다.

이 엄청난 사실이 현실이라는 것이 당사자인 나 자신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누구에게 무엇을 전해 무엇을 구하겠는가 싶었다

식구들에게도 병원과 의사샘의 처방대로

잘 치료받을 테니

내 발병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자신의 일에 충실해라,

내 걱정으로 인해 본인의 일을 망쳐

내가 그걸 신경 쓰게 된다면

내 치료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내 치료를 방해하는 게 될 것이다,

하고 비장하고 단호하게 주문했다.


사실 그 전에 지인의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내가 해줄 게 없었다.

당시에는 진심으로 힘 내시라고, 완치하실 거라고, 기도하겠다고 하지만

난 다시 내 생활의 물결에 휩슬려 잊게 된다

정말 할 수 있는 건 마음밖에 없었다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그런 위로라도 구하고 싶지만

구한들 다른 이에게 마음의 짐만 더하는 꼴이 될 것 같았다


대신, 빨리 치료받고 털어내자,

그래서 이야기할 필요가 없게 하자,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생각보다 더디 흘렀고

그동안 집안의 대소사는 가발과 모자로 가리고 가거나

불가피한 일로 참석 못한다고 핑계를 대고 피했다.


기적 같은 시간이 흘러 3년여 뒤 완치

완전관해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더이상 나 사실은 암진단 받았었어,라고 말할 이유가 없어졌다.

단지 하루하루 건강하게 지내면 그만이다

조심은 하지만 걱정은 금물!

(이 암이란 녀석이 고약해서 재발, 전이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더할 수 없는 케어와 관리를 받지만 이녀석에게 발목잡히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건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나도 암진단 받기 전에는 어느누구 못지않게 건강했다.)


투병중 알게 된 사람들에게 받은 위로 중 가장 위안이 된 건 ~합시다, 였다

가족들은 집을 나서기 전에 운동 잘하고, 잘 챙겨먹으라고 주문을 하고 나가고

돌아와서는 실행 여부를 또 물었다.

난 내 멋대로 대답했다

잘했다고 하면 안심하고

잘 안 했다면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누구를 위한 걱정이고 염려인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30년 전 엄마가 간경화로 치료중일 때

난 돌배기 둘째까지 두 아이로 인해 경황이 없었다

내가 하는 거라곤 가끔씩 찾아가거나

전화로 뭐 했냐고 물어보는 것뿐이었다

내가 같이 하자거나, 같이 먹자,

같이 가자,라는 말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ㆍ

그렇게 몸에 좋은 거 하시고, 좋은 데 가시라고 말만 했지 나서서 같이 하자고는 못했다.

하면 좋은 데 하지 못하는 그 마음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30년이 넘어 내가 그 처지가 되니 그 마음이 헤아려진다

가까운 가족이라면 ~하세요,라기보다는

같이 하자고 손 내밀어 보세요.

환자에게 훨씬 도움이 됩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가끔 보호자들이 나누는 얘길 들을 때가 있다

대부분 긴 병에 병간에 지친 이들이다

어떤 분은 원무과에서 지갑을 꺼낼 때가 돼서야 겉옷을 뒤집어 입고 나온 걸 알아차린 듯

집안에 환자가 있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

하신다.


환자 못지않게 보호자들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할 수 있다

어떤분은 대놓고

못해,더 이상은 못해, 라고 말하지만

더이상 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순응하고 이제처럼 계속 간호할 것도 알 수 있다


보호자분들,

힘들더라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환자들도 최선을 다해 투병하고 있습니다ㅠ

그리고 힘들겠지만 같이 하자,라고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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