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보러 운전하며 가는데 긴 정지 신호를 기다리다가 버스를 기다리는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너무도 눈에 익은 모습이라 정류장 부근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챙 달린 모자 아래로 머리카락이 한 올도 보이지 않는, 치료중인 암 환우의 모습입니다. 무더운 날씨도 감당하기 힘들어 민머리를 모자로만 가린 모습에 4년 전 제 얼굴이 오버랩됐습니다.
몇 년 전 여름의 제 모습입니다. 더위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무심한 표정으로 지금의 그녀처럼 서 있었을 겁니다. 쏟아지는 햇살을 챙 달린 모자로 막고 있었지만. 모자 안은 민머리임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절망감이 가득 차서. 누가 나를 보든지 다른 사람의 시선까지 의식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 볼 테면 보라지, 본들, 뭐 어쩌라구.
이맘때, 더위마저 기승을 부리던 때,
나는 민머리를 가리기는커녕 모자를 써도 속이 비치는 모자를 쓰고 다녔으니 말입니다.
산다는 게 살아야 하는 게 힘들기만 해서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기만 바라고
병원에서 정한 일정을 마지못해 따라가는, 내 자신도 어쩔 수 없었던 그 막막한 시간들입니다
그런데 오늘 그녀의 모습은 당당했습니다.
고와 보이까지 했습니다.
이제 30대 중반인 듯한 젊은 환우였습니다.
막 항암을 시작한 듯 모자 아래는 민머리고,
혈색도 좋아 보였습니다. 예뻤습니다.
불과 1,2분 가량 순간 스쳤을 뿐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위해 기도했고 그녀가 잘 이겨내 암에서 회복돼
일상으로 잘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보냈습니다.
이 한낮에 더위 속에 당당하게 선 그녀의 모습에서
그녀가 치료를 잘 받고 완치될 거라는 게 느껴집니다.
그녀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누군가 그녀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그녀 또한 완치하여
나 같은 마음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위로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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