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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Jan 31. 2019

엄마도 책 읽을 줄 안다

오래된 편집자의 재해석

공선옥 음식 에세이 <그 밥은 어디서 왔을까>


이미 출간된 책을 재출간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계속 꾸준히 나가는 책이라면 굳이 절판을 안 했을테니까.

지난 6월에 출간된 공선옥 작가의 음식 에세이 <그 밥은 어디서 왔을까>는 

"행복한 만찬"으로 10년 전에 출간된 것을 개편 증보하여 개정판으로 출간한 것이었다.


공선옥 작가는 가난을 명랑하고 건강하게 그린다. 난 그점이 좋다.

근대 소설가 강경애의 맥을 잇는 작가라 할 만큼

공선옥 작가는 소외된 삶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그려낸다.

가난을 구질구질하고 절망적이 아닌 그래도 살아갈 만한

인간미 넘치는 따듯한 시선으로 그리기에

다 읽고 나면 흐믓하기까지 하다.


작가와 거의 동년배인 나는 초창기부터 이미 나와 한부류임을 직감하고 줄기차게 따라다녔으니

편집자가 된 마당에 그분의 글을 재출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내 손을 거쳐 내 해석대로 글을 재편집하고 나니

단순한 음식이야기가 아니고

자식의 끼니를 위해 사계절 내내 동분서주하는 엄마의 모습이 드러났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던 우리네 엄마들의 얘기다.


거기다 그런 엄마의 얘기를 듣고 같은 고장에서 자란 작가 따님의

추억 가득 담긴 일러스트까지 더해져 금상첨화였다.


"우리 고향에서는 그런 음식 안 먹는데..."

"제주도는 먹을거리가 지천이라 시레기는 안 먹었어."

너나없이 먹고 살기 힘든 당시의 상황에서 동년배 엄마들은 격하게 공감하고 

어린 시절 먹고 자란 음식에 대한 생각에 행복한데,

정작 책을 사는 주류들인 딸 세대는 공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울 애가 책 주문할 때 내거도 같이 하라고 해야겠다."

책 한권 주문하려 해도 몇만원이상 주문이면 뭐 더 준다, 포인트 추가된다, 

하면 그 유혹을 놓지 못해 바구니에 담아두고 기다린다.

만원 남짓한 돈이면 배송비까지 포함해 내집 안방에 쓱 들어오는데 말이다.


지금의 20~30대의 엄마들인 50대는 책을 읽거나 사는 일에 익숙지 못하다.

자식들의 참고서나 반찬거리에는 서슴없이 지갑을 열어도

자신을 위한 지출에는 익숙지 않다.


엄마도 책 읽을 줄 안다.
엄마가 밥도 잘 짓지만
엄마도 밥, 책 읽고 싶다.
공선옥이 쓴 밥 이야기 재밌다더라.
동호 엄마도 읽었다더라
네 책 살 때 같이 사다오
그 밥은 어디서 왔을까,다
맛있는 반찬 해놨다.


자식들은 엄마가 밥만 하는 줄 안다.

혹시 밥때가 되어야만 엄마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진심 궁금하다.

엄마를 위해 엄마가 읽을 만한 책 한번 추천해 보면 어떨까

박완서 작가가 공선옥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건 여러 군데서 나온다.

"못 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도 추천하고 있다.

오래된 편집자가 오래 묵은 감성으로 재탄생시킨

따듯한 음식 에세이 읽기를 권합니다.

책 구경할 수 있는 곳 링크합니다

http://www.yes24.com/24/Goods/61564727?Acod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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