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금요일 저녁.
부산역에서 부관훼리를 타고 시모노세키를 간다.
오후에 남편과 합류하여 저녁으로 먹을 족발을 사서 배에 탑승했다. 임신 중이기도 해서 좌석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었는데 이미 만석이라 다인실을 배정받았다. 그래도 개별 침대가 있어서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다. 들고 온 음식은 배 안에 있는 라운지에서 먹었다.
배 여행의 장점은 가는 시간이 길어 그 여행의 설렘을 오래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이 여행을 가는 사람과 함께 일본에 도착하면 뭘 할지 이야기 꽃을 피우며 밤을 보낼 수 있다. 또 비행기와 달리 밖에서 산 음식을 배 안에서 먹을 수도 있다. 옆 테이블에는 치킨, 그 옆 테이블에는 직접 싼 김밥과 소주, 그 맞은편에는 컵라면을 드시고 계셨다. 라운지는 여행의 들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일본 음식을 잔뜩 사서 먹어야지! 그때는 여행의 소감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배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 시모노세키에 도착했다. 일본 소도시에서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그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주기도 하는데 나는 3천엔, 남편은 천 엔 바우처에 당첨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시모노세키 역에서 고쿠라 역으로 이동했다.
고쿠라 역에서 바로 이어지는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몸에 무리를 최대한 덜 주기 위해 역내 호텔을 잡았는데 태교 여행으로 최고였다. 바우처로 유명한 스케상 우동을 먹고 근처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쇼핑을 했다. 칼디도 가고 100엔 샵도 가고 GU도 가고... 쇼핑을 할 때마다 짐이 늘어났는데 모든 짐을 남편이 다 들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가득했다. 많은 짐을 들고 앞장서서 걸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이 정말 든든해 보였다.
점심으로 남편이 좋아하는 초밥을 먹으러 갔다. 내가 직접 만든 여행 토퍼도 늘 챙겨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호텔은 역뿐만 아니라 쇼핑몰과도 연결되어 있었는데, 초밥 집도 쇼핑몰 내에 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바로 호텔로 돌아와서 낮잠을 잤다.
밤이 되었다.
야끼니쿠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남편을 위해 야끼니쿠 가게를 찾았다. 임신 이슈로 무알콜 하이볼을 시켜 먹었는데 너무 하이볼 맛이 나서 남편이 여러 번 의심했다. 직원은 웃으면서 진짜 논알콜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고 우리는 일본의 기술에 감탄(?)했다.
자고 일어나니 컨디션이 아주 좋아서 밤에 고쿠라성까지 산책을 했다. 사실 걱정이 많았던 여행이었지만 실제로 와서 맛있는 것을 먹고 걸으니 걱정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기분이 좋았다. 특별히 관광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느낌이 났다. 고쿠라성에서 꼼지의 초음파 사진을 들고 예쁜 사진도 찍었다.
엄마가 이렇게 신나니까 꼼지도 신나서 춤을 추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