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 여행에 도전합니다

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by 글루




하루하루가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퇴원 후 2주 동안 별다를 게 없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종일 집에 누워 있는 날도 많았다. 유튜브를 하도 많이 봐서 뇌가 녹는 것 같았다.


추운 겨울 남편도 감기를 여러 차례 앓느라 직장을 다녀오면 집에서 요양을 했다. 임산부가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며 나름 격리도 하고 잠도 따로 잤다.






2주 만에 병원에 갔다.


자궁경부 길이를 재고 초음파로 꼼지를 확인했다. 경부길이는 4cm로 튼튼했고 아기도 주수대로 잘 크고 있었다. 양수의 양도 적당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출혈의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본 꼼지는 이제 제법 커져 있었다. 예전처럼 한 화면에 몸이 아담하게 담기지 않았다. 둥근 머리뼈, 매끈한 척추, 쭉 뻗은 손과 발이 하나씩 보였다.


몸과 마음이 마치 아프기 전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이제는 슬슬 일상 복귀를 해도 되지 않을까? 지루하고 심심한 삶에 우울한 기분도 들었다.










남편과 오랜 시간을 상의한 끝에 조심스럽게 태교 여행을 가보기로 하였다. 조기 진통을 겪은 산모 중에 여행을 갔다는 후기가 거의 없어서 조금 고민이 되었지만 –대부분 취소를 하고 누워서 일상을 보냈다는 후기- 하루하루가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조금 철없긴 하지만 입원 때문에 취소된 여행이 매일 눈에 아른거렸다. 퇴원 후에 일상생활에 이상이 없고 걷기도 많이 걸어서 무리만 하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확신도 들었다.


다만 남편이 비행기는 타지 말자고 하여 배를 타고 일본에 가기로 결정했다. 배 안에서 누워 있다가 일본에 도착하면 역과 이어진 호텔에서 자주자주 쉬면서 틈틈이 나가 맛있는 거나 먹자고. 조금이라도 배가 아픈 징조가 보이면 계속 누워있자고. 나를 배려하는 남편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으로 고마웠다. 여행을 다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에서 설렘이 피어났다.




오랜만에 화방에 들렸다. 요즘은 다이소나 인터넷에서 문구류를 구입하지만 어릴 때는 자주 갔었다. 기분 좋은 종이 냄새가 났다. 종이를 하나하나 만져보며 마음에 드는 두께와 질감, 색으로 몇 장 골랐다. 생각보다 종이 값이 비싸서 놀랐다. 어릴 때는 백 원 이 백 원 했었는데.




집에 와서 컴퓨터로 글자를 인쇄해서 직접 여행 토퍼를 만들었다. 인터넷에서는 만 원 가까이해서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꼼지랑 여행 중’ 글자를 하나하나 오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처음에 만들었던 게 지저분하게 되어서 다시 만드느라 시간이 두 배가 걸렸다. 점심부터 만들기 시작했는데 남편이 퇴근하고 올 때 완성 됐다. 남편은 그 시간이면 사는 게 낫지 않냐고 이야기를 했지만 나름 뿌듯하고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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