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다음 날 1월 1일.
올해는 남편이 끓여준 따뜻한 떡국을 먹고 집 근처 절을 방문했다.
몸이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새 해인만큼 소원을 꼭 빌고 싶었다. 작고 유명하지 않은 절은 앞마당이 한산했다. 겨울이라 나무에 나뭇가지만 남아있어 더욱 스산했다.
그 스산함이 좋았다.
내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런 느낌이 좋아 절을 종종 찾는다. 여기서 비는 간절한 소원도, 내 마음에 대한 위로이자 다짐일 것이다.
절 앞에 소원 초를 팔고 있어 구입했다. 불을 켜니 은은한 탄향과 새초롬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초를 꽂고 두 손을 모았다.
올해 꼼지가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 주세요.
다음 날 퇴원 후 첫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지난 이틀 동안 별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했기에 –초반에 수축이 잡혔던 것을 제외하고-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수축 검사를 했는데 역시나 정상이었다.
“자궁을 보면 특별히 피고임도 없고요.”
“네.”
“자궁 경부 길이도 좋습니다. 4cm 정도 되네요.”
“아.... 그러면 왜 하혈을 했던 걸까요? 수축도 왜 일어난 것인지....”
“흠, 글쎄요. 초음파상으로는 특별히 문제가 없어서 원인을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니까요. 앞으로 더 조심하시고 또 하혈을 하거나 수축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오세요. 2주 뒤에 뵙겠습니다.”
나는 커다란 물음표를 단 채 병원 밖으로 나왔다. 도대체 왜 피가 난 걸까? 입원 중에도 퇴원한 후에도 내 몸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입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았을까. 꼼지가 나에게 경고를 한 것일까. 만약 모르고 나트랑에 갔다면 위험한 일이 생겼을까. 그래서 조상님(?)이 도우신 걸까?
온갖 잡생각을 하며 부모님과 함께 백화점에서 식사를 했다. 그래도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본 꼼지도 아주 튼튼해 보였다. 아직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알 수 없는 너지만. 조그만 팔을 번쩍 들어 보인 너는, 팔을 머리 뒤로 착 넘기며 나에게 강한 생존 신고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