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목요일 피검사 수치 404
토요일 2차 피검사 수치 1300
두 배만 뛰어라 간절히 바랬건만. 예상보다 높은 수치에 입꼬리도 같이 쭈욱 올라갔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아랫배가 따뜻했다. 의사 선생님의 예상대로 나는 무사히 임신에 성공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와서 매콤한 순살 아구찜을 시켜먹었다. 매운 음식이 마구마구 땡겼다. 이건 분명 우리 아기가 먹고 싶은 거겠지? 혹시나 내일이라도 입덧이 찾아올까봐 먹고 싶은 음식을 마구마구 먹었다. 이 음식의 영양분이 오롯이 우리 아기에게 갔으면. 남편은 임신을 축하한다며 서울까지 올라가 예쁜 옷과 내가 먹고 싶었던 케이크를 사왔다. 가슴은 찡했고 입 안은 달콤했다. 나의 임신은 나만이 바래왔던 것이 아니었기에.
일주일 뒤에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를 봤다. 화질이 안 좋은 오래된 티비 같은 화면에 반짝거리는 동전이 보였다. 아기집과 난황-아기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구조물-이 예쁘게 자리잡았다고 하였다. 검은색의 아기집에 결혼 반지같은 동그란 난황이 있었다. 내 배에 정말 우리 아가가 집을 지었구나! 다음 주는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럼 나에게 심장이 두 개가 생기는 걸까?
임신확인서를 들고 병원 밖을 나가려는데 병원 별관에 조리원이 있어 확인차 들렸다. 아직 6주밖에 안 된 콩알이인데 벌써부터 조리원 예약이 되었다. 조리원을 주욱 둘러보며, 이곳에서 생활하게 될 나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조심스레 그려보았다.
임신확인서를 들고 보건소에 찾아갔다. 우리나라에 임신 관련된 혜택이 많아서 머리가 어질어질했는데 직원이 나에게 깔끔하게 정리된 팜플렛을 주었다. 아마 나같이 머리가 어지러운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임산부 배지도 받고 아기 손톱깎이 등 각종 임신 수령 물품을 받았다. 생각보다 엄청 크구나, 임산부 배지! 나는 자랑스러운 마음에 작은 가방에 배지를 달았다. 너를 품었다는 건 나의 자랑이야.
드디어 일주일이 흘러 나는 다시 초음파를 보았다. 아기는 1cm로 자라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반짝거리는 심장을 눌렀다.
쿵쾅쿵쾅-
너의 심장 소리는 아주 우렁찼다. 아주 빨랐다.
쿵쾅쿵쾅-
1cm밖에 안 된 너의 작은 몸에 달린 심장은 어마무시하게 컸다.
아 너는 생명이구나. 너는 살아있구나. 화면 너머로 보이던 콩만한 너는 아직 나에게 많이 어색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는 오래오래 심장 소리를 들려주셨다. 다른 사람들처럼 눈물이 흐르진 않았지만 심장이 찡하게 아프고 코가 시큰거렸다.
이 심장 소리를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