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놀이가 초기 증상이 되었네

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by 글루



‘증상 놀이’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이는 임신 준비 중인 여성이 신체 증상을 관찰하며 임신일까 아닐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어, 나 좀 속이 안 좋은데? 혹시 임신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하면서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다. 나는 오랜 기간 계획 임신을 시도했기 때문에 이 증상 놀이의 늪에 단단히 빠졌었다.



나의 경우는 이 순서를 따랐다.

일단 첫 번째, 임신 초기 증상에 대해 검색을 해 본다. 임신 초기 증상으로는 매스꺼움, 무기력함, 미열, 생리 끊김, 분비물 증가, 출혈, 가슴 통증, 피로, 빈뇨, 변비, 입덧 등이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께서는 생각하시겠지만, 현대인이라면 어느 정도 이 증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증상 놀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두 번째, 위의 증상이 내 몸에 나타나는지 아주 민감하게 관찰한다. ‘음, 나 열이 좀 나는 것 같은데?’, ‘방금 가슴이 찌릿했어!’

세 번째, 초조한 마음에 임신 테스트기를 하고 이리저리 굴려본다. 당연히 결과는 한 줄이다.

네 번째, 맘카페나 블로그를 열심히 뒤져본다. 나와 같은 증상은 없는지, 혹시나 임신이 아닌가 한 줄기 희망을 가지고.



남편은 나에게 기대를 내려놓고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의 아기에 대한 마음이 너무 간절했었기 때문에 그게 쉽지 않았다. 관심 없는 척 내 마음을 무시해 봤지만 어느 순간 내 몸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직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 일이 나에게 강한 우울감을 주었다. 어쩌면 그래서 임신이라는 희망, 나의 삶의 새로운 목표를 더욱 바랬는지도 모른다.



나는 많이 지쳤다.

우울한 마음에 침대에서 늘어지게 잠을 잤다. 약을 먹고 있던 터라 잠이 마구마구 쏟아졌다. 하루에 15시간을 잔 적도 있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난 날이면, 나 스스로에게 엄청난 자괴감이 들었다. 오늘도 나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갔구나. 내가 한심하고 무력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계속 잠만 잤다. 감기에 걸린 것처럼 몸이 뜨끈뜨끈했다.



그러던 와중에 두 줄을 본 것이다.

그렇구나!

이것이야 말로 나의 초기 증상이었다. 무기력함, 피로, 끊임없는 잠. 열심히 내 몸을 저울질하던 내가 이걸 놓치다니. 물론, 임신 사실을 알고나서부터 무기력한 증상이 싹사라 졌다. 아기 생각만 하면 도파민이 돌거든!



화, 목 연재
이전 02화너는 작지만 심장 소리가 우렁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