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여행 - 영천시장

지난날의 추억을 피워 올리는 영천시장 여행

by 이상호

아내와 살아서 가볼 100곳 여행 세 번째로 형수님과 함께 영천시장을 구경했다. 시장에서 가족을 위해 일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 보였고 그 시간의 추억들이 함께 떠올랐다.



2019년 8월 27일 비 오락가락함


아내, 형수님과 함께 떠난 영천 여행

새벽부터 장사 준비를 해놓고 서둘러 출발했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아내와 형수님과 함께 영천시장 구경을 위해 이동하는데, 어떤 곳을 지날 때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어떤 곳을 지날 때는 비가 멎으며 하늘이 변덕을 부려댔다. 형수님과 아내가 오랜만에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하며 도란도란 나누는 모습을 보니 잔잔한 행복이 느껴졌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서로 화목한 것은 대단한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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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넘치는 영천시장의 풍경

내비의 안내를 따라 영천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인도에 수많은 천막들이 쳐져있었고 시골 할머니,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난전을 펼쳐놓고 있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잔뜩 흐린 날씨에 평소보다 작은 장이 열렸다고 했다. 그래도 끝없이 길게 형성된 길거리 장은 충분한 볼거리와 재미가 가득 펼쳐져 있었다.


초입에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을 기웃거리니 호떡과 양념어묵, 꼬지를 판매하고 있어 우리도 줄을 서서 종류별로 길거리 군것질을 하니 꿀맛이었다. 그러나 배를 많이 채울 수가 없었다. 영천에서 꼭 먹어봐야 할 육회가 들어갈 자리를 남겨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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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그리워지는 시장 풍경

시장구경을 하며 걸어가는데 자꾸만 어머니 생각이 났다. 우리 어머니도 옛날에 각종 채소나 미꾸라지를 길거리에 펼쳐놓고 팔았던 모습이 겹쳐져서 그리움에 마음이 아려왔다. 공들여 길러 수확한 풋호박이나 가지, 고추 등을 조목조목 펼쳐놓고 지나는 행인들을 목청껏 부르는 모습은 똑같았다.


대개는 무심하게 멀어져갔을 그 수 많은 뒷모습들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노란 콩잎을 보니 칼칼하고 짭쪼롬하게 콩잎을 무쳐주시던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자연산이라고 하는 미꾸라지도 사고 민물 새우도 샀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옥수수를 즉석에서 입맛 다시며 구매도 하고,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아저씨, 아줌마들과 흥정도 하며 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정(情) 문화를 즐겼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뭐든 금방 주문하는 편한 세상이지만, 예전에는 싫든 좋든 이런 작은 거래에도 사람과의 교류가 함께였다.

나의 이야기_사진_20190828_20.jpg 시장 풍경을 보며 어머니 생각이 났다


편대장영화식당에서의 육회 맛보기

영천에서 제일 유명세를 자랑하는 육회를 먹기 위해 시외터미널 옆에 있는 편대장영화식당을 찾아 주차하니 비가 다시 쏟아졌다. 이 오래된 가게는 장사가 잘 되면서 증축을 더해 커다란 미로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아예 허물고 새로 짓지 않고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인지 가게가 살아있는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육회 2인분과 불고기 2인분을 주문하여 맛을 보니 육회는 기름을 완벽하게 제거했으며 잘게 썰어서 양념했는데, 고기맛이라기보다 양념 맛이었지만 꽤 맛있었다. 육회만 2인분 추가 주문하여 깨끗이 먹고 있으니 지붕에 떨어지고 있는 장대비 소리가 요란하니 운치를 더했다. 식사를 마치고 이동하니 비도 멈췄다.



고향마을과 겹쳐지는 영천여행의 기억

시골길을 돌고 돌아서 고향마을에 들렀다. 오촌당숙이 영업하고 있는 식당에 들러서 차를 한 잔 마시며 어릴 때 추억들을 되새겨 보았다. 오늘 영천시장에서 만났던 모든 것들이 고향마을에서 얹어져 겹쳐 보이면서 산허리를 휘감은 안개처럼 추억이 뽀오얗게 피어났다.


영천시장에서 노점상을 펼쳐놓고 천 원을 벌기 위해 굽은 허리를 숙이고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님이 요양병원에서 종일 누워 계시는 어머니보다는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나도 빨리 가게에 가서 천 원을 버는 행복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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