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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율 Jun 25. 2023

<사적이고 지적인 미술관(후암동 미술관)> 서평

700만뷰 칼럼, 종이책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은 어딘가 갑갑하다. 농부 가족에게 애원하다시피 해 그린 작품치곤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각자의 아련한 눈, 뭉툭한 코, 깊게 팬 주름이 때로는 부담감도 안겨준다. 반 고흐는 이를 일부러 의도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농부 그림을 보고 불편해지길 바랐다. 농촌 생활은 아름다운 환상이 아닌 거친 현실이란 점을 절감하길 원했다. 그래서 더 투박하게 선을 그었다. 더 과장해서 색을 칠했다. 반 고흐는 이쯤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썼다. "진전되고 있어. 지금껏 네가 본 내 그림과는 아주 다른 무언가가 있어."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헤럴드경제 기자인 저자가 쓴 책 '사적이고 지적인 미술관'은 그런 반 고흐를 표현주의 선구자로 칭한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반 고흐의 뜻밖의 스토리를 추적해 '감자 먹는 사람들'이 왜 반 고흐에게 그토록 특별한 작품이지, 미술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유기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그런가 하면 클림트의 그림 '키스'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거장 피카소의 멘토이자 라이벌은 누구였는지, 팝아트의 '팝'이란 글자는 어디서 유래했는지 등 익숙하지만 미처 몰랐던 미술사의 비하인드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사적이고 지적인 미술관'은 르네상스부터 팝아트까지 이같은 미술사의 선구자 이야기 23편을 소개한다.


자칫 '어렵고 지루하다'고 외면당하기 십상인 미술사를 흥미진진한 지적 교양서로 만든 힘은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섬세한 스토리텔링에 있다. 저자는 선구자들이 겪은 고민과 핍박, 이 과정에서 마주한 사랑과 우정까지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몰입도 높은 도입부의 ‘팩션’에 사로잡혀 한편한편 감상하다보면 시대를 뒤흔든 화가들이 개척한 미술사조는 물론 큰 틀에서 미술사의 맥까지 짚을 수 있다. 책 제목 그대로 예술가들의 흥미로운 '사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지적인' 이론과 역사까지 섭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480 페이지에 달하는 책 곳곳에 친절하게 설명된 세계사적 사건과 미술사조의 뜻, 관련 화가들에 대한 소개는 파편화된 지식을 한데 엮어 통섭의 경험도 하게 한다. 저자가 서두에 밝힌 "독자를 미술 '애호가'에서 '마니아' 단계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목표를 촘촘하게 지원한다.

책은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헤럴드경제에서 매주 토요일 연재되고 있는 시리즈 '후암동 미술관'을 뼈대로 탄생했다. 기자 생활 대부분을 사회부와 정치부에서 보낸 저자는 취재 현장에서 익힌 집요함을 이번 기획 기사에 녹여냈다. 미술 사조 선구자와 대표작, 사조를 각각의 취재원으로 대하듯 끈질기게 캐물으며 뒤쫓은 기색이 역력하다. 근 1년 사이 누적 조회수가 700만회 이상을 기록한 이 시리즈는 독자들로부터 출판 요청과 함께 "토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재미에 깊이까지,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있다", "미술 모르는데 흥미진진해 끝까지 읽었다" 등의 반응을 얻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미술 선구자와 함께 미술사조까지 알아야 하는가. 저자는 삶의 해상도를 언급한다. 외국어를 알면 그 외국어로 된 뉴스부터 책, 영화, 드라마 등에 장벽 없이 마주한다. 스포츠를 알면 왜 저렇게 팬들이 열광하는지를 이해하고,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이로써 세상을 더욱 고화질로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미술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로코코 양식을 접한 후 유럽풍 골동품 가게를 둘러보는 일, 인상주의를 공부한 뒤 바닷가에서 해돋이를 보는 일, 표현주의를 이해한 다음 요동치는 별과 흔들리는 밀밭을 보는 일. (…)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던 어떤 장면들은 가끔 눈시울을 뜨겁게도 만든다."/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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