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esar Choi Apr 20. 2021

한잔의 커피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 가격이 되었을까?

커피가 농장에서 생산되어 우리가 마실 때까지의 여정은 길고도 험난합니다. 

커피는 아열대 기후의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됩니다. 

자연 방치된 커피나무는 최대 9미터까지 자라지만 

농장에서는 쉽게 커피 열매(커피체리라고도 불린다)를 수확할 수 있도록 

키가 2.5미터를 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커피 재배의 한계 고도는 해발 2,400미터까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적의 재배지는 해발고도 약 900m~1,800m 정도입니다.

연평균 기온은 약 섭씨 21도, 연중 서리가 내리지 않는 곳입니다.

고지에서 재배된 커피 열매는 발육이 서서히 진행되어

저지대에서 재배되는 커피 열매보다 더 진하고 풍미가 깊은 편입니다.



재래식으로 재배하는 경우 농부들이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커피나무 사이를 누비며 일일이 손으로 잘 익은 빨간 열매만을 선별하여 땁니다.

대규모 기계화된 농장의 경우, 농부들이 효과적인 기계 작업을 위해 나뭇가지를 먼저 쳐 놓습니다.

그 후 커다란 기계가 커피나무 사이를 훑고 지나가며 열매를 쓸어 담습니다.


현재 재배되는 커피 품종은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리베리카 등입니다.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커피의 95%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입니다.

아라비카 커피는 비교적 신맛과 달콤한 맛이 많고 맑고 깨끗하며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

로부스타 커피는 구수한 맛이 잇으나 맛이 거칠고 씁니다.


일반적으로 로부스타보다는 아라비카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가격도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커피 생산량은 70%는 아라비카 커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커피 열매를 수확한 후 생두를 골라내는 가공 과정을 거칩니다.

가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최종 풍미와 가격이 달라지므로 가공방식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자연건조방식이라고 불리는 건식법(Dry processing)과

물로 세척하는 습식법(Washed processing, 수세식 방식이라고도 함)의 두 가지 방법으로 크게 나뉩니다.

그 외, 펄프드 내추럴 방식(Pulped Natural Processing),

반건조 방식(Semi Dry processing),

반수세 방식(Semi Washed processing) 등이 있습니다.


자연 건조 방식은 체리를 수확한 후 그대로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습식법은 열매의 껍질을 벗겨내고 물에 넣어 발효시킨 후 

세척하여 점액질까지 모두 제거한 후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자연건조 방식의 커피는 습식 접으로 정제된 커피보다 중후하고 과일의 풍미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습식 가공 방식은 자연 건조 방식에 비해 깔끔하며 생두 본연의 특징을 잘 이끌어 내 줍니다.


가공 방식은 대체로 농장의 기후와 지리적 특성에 따라 결정됩니다.

요즘은 가공 방식에 따라 커피의 최종 향미가 달라진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한 농장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가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아라비카 커피의 경우 수확 후 습식 가공 처리 과정을 거치고

거래 가능한 생두가 되는데 적어도 14일 정도 걸립니다.


건조 과정을 모두 마친 후 생두는 도정, 분류 작업을 거쳐 크기와 밀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집니다.

분류 작업과 등급이 매겨진 생두는 보통 황마 자루나 삼베 자루에 담깁니다.


기본 포장 단위는 나라마다 다른데

에티오피와 브라질은 60kg,

코스타리카와 과테말라는 69kg, 

콜롬비아는 70kg입니다.

포장에는 생산 국가명, 산지명이나 수출 항구명, 분류 등급이 필수적으로 적혀 있어야 합니다.

생두 크기나 품종, 재배 고도, 수확기, 가공방법, 맛의 특징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자루에 담긴 생두는 생산국 항구에서 4일~60일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어떤 경우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2년 정도 기다리기도 합니다.

커피 자루는 수출국 항구에서 배에 실려 대양을 건너 수입국 항구로 향합니다.


배에 실려 있는 기간은 통상 2주~6주 정도이며

긴 경우에는 8주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커피가 수입항의 창고에 도착하면 로스팅을 위해 트럭이나 기차에 실려 각지로 옮겨집니다.

이 곳에서도 커피는 여러 날, 경우에 따라 수개월 보관되기도 합니다.


생두의 맛과 향을 가장 크게 발현시키는 과정이 로스팅입니다.

생두를 로스터기 속 드럼에 넣어 최대 섭씨 190~290도의 고온으로 돌려가며

고온의 열을 가하는 과정입니다.

로스팅은 기술자가 잠시도 한눈팔지 않고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작업입니다.

시간, 온도, 커피의 모양과 냄새, 커피가 볶아지면서 내는 소리까지 살펴야 합니다.



로스팅이 끝나거나 시작하기 전에 블렌딩 과정을 거칩니다.

블렌딩은 원산지와 로스팅 정도가 다른 커피를 섞어 풍미와 강도를 맞추는 과정입니다.

블렌딩 작업은 그때그때 공급되는 커피 종류가 달라지더라도

최종 제품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스팅과 블렌딩을 마친 후 커피 유통 경로는 업체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기업에서는 장기간 유통할 수 있도록 곧바로 진공 포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업체는 가급적 소량 로스팅하여 원두의 신선도가 최상일 때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커피 전문점에서 음료로 추출합니다.


농장을 떠난 커피가 한잔의 컵에 담기기까지는

수출국과 수입국 양 쪽에서 여러 번 커핑 과정을 거칩니다.

커핑(Cupping)은 커피 감정사의 시음을 통해 품질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감정사는 분쇄된 커피 가루의 향기를 먼저 맡고

물을 붓자마자 올라오는 향기도 맡습니다.

4분을 기다린 후 컵 상층에 뜨는 커피 층을 스푼으로 걷어냅니다.

적당한 온도가 되면 깊고 둥글게 생기는 커핑 스푼으로 커피를 떠서 시음합니다.

이때 후루룩 소리를 내고 들이마시기도 합니다.

소리를 내는 이뉴는 커피를 공기 돠 함께 입 전체에 넓게 퍼뜨리기 위해서입니다.


커피를 두세 번 시음한 다음 다른 커피도 같은 과정을 반복합니다.

커피가 따뜻할 때, 미지근할 때, 식었을 때로 나누어 차츰 변화하는 맛의 흐름도 체크합니다.




커피는 다양한 재배방식과 가공방식 등이 존재하고 유통과정도 복잡합니다.

커피의 여정을 한마디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재배와 수확, 가공 처리와 분류 및 등급화 작업, 포장과 선적, 커핑과 로스팅까지

커피가 농부에서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여러 손을 거치면서 겪는 과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커피가 생산에서 소비까지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노동이 투입되고

기계 설비가 활용되고 여러 차례 화학 처리가 이루어집니다.

각 단계마다 커피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합니다.


소비자의 입맛과 기호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커피 업계도 커피 재배부터 추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고

각 단계를 세분화시키고 있습니다.

내가 마시는 한잔의 커피가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안다면

커피 경제학의 절반은 이해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커피가 어떤 커피인지,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데

티모르 테이블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해 여름'을 닮은 커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