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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Jan 20. 2017

그 남자가 이케아 침대를 산 이유

인, 알, 못 콘텐츠 팀장의 고백

나는 ‘집닥’이라는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 회사에서

콘텐츠팀 팀장을 맡고 있다.



사실 나는 인. 알. 못이었다.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그래서 알지도 못 했다. 잠깐 머물다 이사할 집을 꾸미는 일은 참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집안의 장식도 거의 하지 않았고 가구도 임시로 쓰다가 이사할 때 버리기 쉬운 것으로만 썼다.


그런 내가 콘텐츠 팀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보여서였다.

글쓰기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편이었고, 좋은 팀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보였다.



어떤 콘텐츠를 언제, 어디에 올렸나....



콘텐츠팀의 일은 ‘창고지기’와 비슷했다. 집닥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콘텐츠를 분류하고 저장해두었다가 소비자들이 보기 좋게 가공해서 다시 내어놓는 일이었다. 일을 하면서 많은 시공 사례들을 볼 수 있었다. 전문 포토그래퍼가 찍은 인테리어 사진들은 하나 같이 예쁘고 아름다웠다.


나는 그 이미지와 내용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일을 일상 업무로 삼았다.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업무를 하던 나날이었다.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인테리어를 잘 모르는 내가 집닥의 콘텐츠를 담당하는 게 맞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비 오던 그 날. 차 안에서의 글 질문


그러던 어느 날 대표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비가 많이 내리던 여름날이었다. 퇴근시간과 겹쳐서 차가 무척 밀렸다. 3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이 넘게 가게 되었다. 남자 둘이서 1시간을 차에 있어서 대화가 끊기고 와이퍼 소리만 들릴 법할 때쯤, 나는 대표님에게 여쭈어 보았다.


“대표님은 왜 집닥을 시작하셨어요?”


“음…. 글쎄… 인테리어라는 게 참 재미있는 건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그런 거였지.”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공간을 꾸미기 전 우리는 여행 갈 때만큼이나 설렌다. 여기에는 이걸 들여놓고, 저기는 저렇게 꾸미고, 함께 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함께 의논하면서 공간만이 아니라 삶의 방향도 맞춰본다. 하지만 인테리어가 진행되면서 혼탁한 부분이 끼어들고, 처음의 설렘은 짜증과 답답함으로 바뀐다.

인테리어의 상황이 바뀌었을 뿐, 인테리어의 본질은 원래 즐거운 것이다.


집닥은 인테리어 원래의 즐거움을 찾아주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였다.

고객의 안심을 찾아주기 위해 매일 같이 고객 전화를 받고 있었다. 고객의 행복을 찾아내기 위해 매일을 하루 같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고객의 즐거움을 위해 매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내가 매일 보는 잘 찍힌 시공사례 이미지는 단순한 공간 사진이 아니었다.

그 공간을 사용할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망과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었다.



이 사람들이 집닥의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때부터 일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과 자세가 달라졌다. 집닥의 이야기를 모아 스토리 펀딩을 진행하였다. 30만 명 이상의 분들에게 인테리어를 준비할 때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 미리 이야기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었다. 스토리 펀딩을 진행하면서 흩어져 있던 콘텐츠들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었고 콘텐츠팀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질도 더 향상할 수 있었다.


쑥쑥 큰다 집닥!!


연이어 카카오 채널에 집닥이 콘텐츠 입점하였다. 원래 콘텐츠팀은 펀딩이 성공하면 후원자분들께 주기적으로 집닥이 엄선한 인테리어 콘텐츠를 보내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펀딩 성공이 불투명해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중 카카오 채널 입점이 성사되었고 현재 약 10000여 명의 팬 분들께 카카오톡을 통해 집닥의 인테리어 콘텐츠를 선사해드리고 있다.



인테리어 가이드북 작업 중....


인테리어 가이드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집닥이 받은 17000여 건의 견적과 시공사례, 현장 방문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고 있다.


집닥 홈페이지나 카카오 채널에서 다양한 형태로 새롭게 가공하여 소비자 분들께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집닥은 인테리어는 삶의 전환점이라고 믿고 있는 회사다. 우리 콘텐츠팀은 집닥의‘말과 글’을 다루는 팀이다. 집닥의 믿음과 행동이 소비자들에게 잘 표현되고 전달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조립이 완료되고 가장 먼저 침대에 누운 존재



나는 어제 내 방의 접이식 침대를 접어 한 자리에 두고 이케아 조립식 침대를 새로 장만했다. 1년 넘게 쓴 간이침대를 버리고 제대로 된 침대를 사게 된 이유, 몇 시간씩 앉아 마침내 침대를 조립해 보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집닥에서 일한 1년여의 시간 덕분이다.


잠깐 머물다가 옮기는 것은 지금 살고 있는 공간이지,

나의 인생에서 ‘임시로 사는’ 순간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공간을 꾸미는 것은 공간을 바꾸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 공간을 살아가는 자신을 존중해주는 일이고 자신의 시간을 사랑하는 행위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그 일이 온전히 행복하고 즐거운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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