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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Jun 29. 2018

다낭 비즈니스 여행

#1.
21살 때 잠시 자퇴를 하고 청계산 앞에서 오이를 판 적이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등산을 하러 갔다가 등산객들이 오이를 먹는 걸 보고
심심한데 장사나 해 보자 해서 했었다.

#.2
오이 네 박스를 떼다가 시세보다 좀 더 싸게 팔았다.
어쩌다보니 다 팔렸다.
(젊은 사람이 뭘 하고 있으니 불쌍해서 판매가 된 것일테다.ㅋㅋ)

나름 재미가 있어서 그 다음날에는 열 박스를 떼와서 팔았다.

#3.
다 못 먹겠다는 분들도 있어서
그 다음날부터는 오이를 반으로 잘라서 팔았다.
껍질을 벗겨 잘라서 비닐팩에 넣어 팔았다.
먹기 좋게 자른 후 다른 과일도 좀 섞어서 비닐팩에 넣어 3000원에 팔아보기도 했다.
(이건 잘 안 팔렸다)

#4.
뭐 그렇게 석 달 정도 매일…은 아니고 
한 주에 2~3번 청계산 앞에서 오이를 팔았다.


#5.
오이 하나만 가지고도 참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었고, 
여러가지 가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덕분에 군대 가기 전까지 돈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일들을 해 볼 수 있었다.


#6.
‘어떤 일을 해 볼 수 있을까’ 에 대한 답을 찾으러 베트남에 갔었다.

아침 일찍부터 쌀국수를 만들던 아주머니.
또 베트남에 오면 연락 해 달라고 내 카카오톡 계정을 물어보던 그랩 기사.
돌아갈 기차를 못 구했냐며 흥정을 시작하던 아저씨.
...를 만났다.


#7.
자신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생활의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면서
오이만 보면서 즐겁게 살았던 나의 석달이 떠올랐다.

#8
비교 후에 느끼는 불행은 진짜가 아니다.
위대한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살았을 뿐 
또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살지는 않았으니까.


#9.
타인의 재료, 타인의 사람들에 너무 신경쓰지 말자.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재료들에, 
내가 지금 직면한 사람들에 더 집중해야겠다.

첫 쌀국수.
현지인이 하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

베트남의 주택은 앞쪽에서 보면 아주 폭이 좁고 뒤로는 길게 생겼다.

이런 주택형태는 정부의 정책 때문에 생겨난 것.
앞 도로면 폭이 5m 정도를 넘으면 기둥을 하나 더 세워야 되고 세금도 많이 비싸진다고 한다.
그대신 뒤로는 얼마든지 길게 되어도 상관이 없다.

그래서 이곳 베트남의 집들은 거의 앞쪽은 아주 좁고 뒤로는 길다랗게 되어 있다.
장식도 거의 앞쪽만 되어 있고 옆 벽에는 창문이 거의 없다.
언제 옆 집이 지어져 가릴지 모르니까.



다낭 대성당

외관이 분홍색이라 핑크 성당. 이라고도 하고,
꼭대기에 합금으로 된 회색 닭 조각상이 있어서 치킨 교회. 이라고도 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 다낭에 지어진 유일한 성당.
(1923년 2월 설계, 1924년 3월 10일 봉헌)

미사는 매일 12시마다. 새벽 5시, 오후 5시.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 명동성당인가 싶기도 했는데..ㅎ
한국어 설명이 아직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다낭 한 강 건너에 있는
다낭 한 시장(cho han)
cho가 시장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영업 시간은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설날에만 쉰다고 했다.

1940년대 만들어진 2층 전통 시장.
옷 부터 생물까지 안 파는 게 없었다.
미용실도 있는데, 흰 머리를 뽑아준다.

생물을 파는 곳에는 파리 쫓는 기계가 없어서
사장님이 파리채를 들고 무척 바빴다.



콩카페

‘콩’은 비앳꽁. 베트남 공산당, 
사회주의 모티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꾸민 카페.
유머러스하고 친근한 공산주의.
카키색을 테마로 한 복고스러운 인테리어.
직원들 유니폼도 같은 콘셉트.

‘콩’은 ‘더하기’의 의미도 있음.
베트남 전통 커피 맛에 특별함을 더했다고 한다.

연유커피는 맥심 커피 맛이었고
코코넛 커피는 밍밍한듯, 맛있는듯.

베트남 전역으로 확장 중(하노이 25개,하이퐁 1개,다낭 1개,나트랑 1개,호치민 5개) 


다낭 참 박물관.
세계에서 유일한 참파 왕조 전문 박물관

2세기에 참인이 한나라로부터 독립해 세운 왕국.
19세기 초에 베트남에 흡수됨.

우리나라 5000년 역사를 뭉뚱그려 ‘한반도 왕국’이라고 할 수 없듯이,
1700년 참파 역사를 정말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남아 역사 자체를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

입장료는 14만동. 우리돈으로 7000원
전시품 400점을 포함해서 2000점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


다낭 영흥사/해수관음상

영흥사 일주문을 지키는 이는 ‘관우’
영흥사가 자연 재해를 막아준다는 믿음.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서 찾는다고.
부처님 앞에서 두 손을 모은 후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빌고 절 세번을 하면 된다고.

베트남 사람들이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도록 오늘도 다낭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수관음상.
베트남 전쟁 후 베트남을 탈출한 14000명이 다낭 앞바다에서 포탄 공격으로 수장되었는데
이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 만든 해수관음상.
크기는 30m, 부처님 얼굴이 잘 생겼다.

역시나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것은 ‘보이지 않는 것’

바나힐.

프랑스인들의 휴양지.
지금은 화교 자본이 만든 꿈과 희망이 가득한 놀이 공원.
5km짜리 케이블카를 타면 만날 수 있다.
놀이공원 위에는 사원이 있다.

사원에서 마신 명상차(meditation tea)가 좋아서 차 재료를 7만동 주고 샀다.
뭐가 들어갔는지 한번 봐야겠다.


호이안.
베트남 인사동...
...에 있던 청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

주문이 적힌 나무와 손짓으로 소통한다.
조금 불편할 뿐. 그저 조금 다를 뿐.

밖은 무척 분주한데
안은 아주 조용해서
마치 정말 다른 세계.

결국 사업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다르게 만들어서 알리는 것


오행산. marvel mountain.

겉만 보면 normal
안을 봐야 marvel.
손오공이 갇혀 있던 산일만 하다.

산 속에 스피커를 설치해둬서 음악이 나왔다.
어떤 의도인지는 알겠는데, 굳이 필요해보이지는 않았다.

역시 산 입구는 상인들의 자리.
가격표가 적혀 있어서 편리했다.

비오는 날이라 습기가 높았다.
내가 땀을 많이 흘리자, 상인들이 나한테만 계속 이야기 했다.
‘너 필요한 거 있을 거 같은데, 물 좀 마셔.’


다낭 기차 여행

기차를 기다리면서 TV를 보니 한국 드라마가 계속 나왔다.
열차 구조가 베트남 사람 신체 구조에 안 맞아 보였다.
휴대용 선풍기(손풍기)를 엄청 좋아했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1802년부터 1945년까지 13대에 걸쳐 이어진 응우옌 왕조의 왕궁.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요새이자 궁전.
이곳의 뜰은 가로 세로 각각 2킬로미터, 높이 5미터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성벽은 다시, 해자로 둘러싸여 있었다.

많은 것이 사라져 있지만
왕궁이 온전히 보전되었을 때를 체험할수 있는 VR 체험장이 있었다.
왕궁을 처음 본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상상력을 자극받은 사람들은 왕궁이 복원되기를 희망하게 된다.
그래서 이 왕궁은 곧 온전히 복원될 것이다.

전기차도 다니고 있었다.

참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말로만 듣고 생각만 하던 해변 달리기
미케 해변은 20킬로 라던데
5킬로 밖에 뛰지 못 했다.

그래도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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