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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Sep 27. 2024

건물 앞에 무단 투기가 벌어졌다

건물 앞에 무단 투기가 벌어졌다. 투기 행위자를 잡으려고 잠복(?)을 했다. 추석을 쇠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몸도 피곤하고 해서 들어가려고 하는데 두 사람이 지나갔다.


그들은 같이 걸어가다가 내가 보고 있던 사거리에서 헤어졌다. 안녕. 안녕하고서 남자는 내 쪽으로, 여자는 그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놓고서는 여자는 세번이나 뒤돌아보았다. 남자도 그만큼 뒤돌아보았다. 뒤돌아보면서 서로 눈이 맞을 때마다 이미 여러 번 했던 인사를 이번에 처음하는 것처럼 했다.


연인이었나 보다. 두 사람 사이에서 관계의 우위에 서기 위한 계산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서로 좋아하는 마음만 보였다.


김보성 형님이 무한도전에 나와서 그랬다. 세상 최고의 수는 무수無數. 수가 없는 수. 라고. 그리스인 조르바도 그랬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일을 대할 때마다 재보는 그 저울 좀 깨부수라고. 대학 4학년 때 들은 국어국문학과 교수님도 그랬다. 사람들이 동물과 어린아이들을 좋아하는 건 이미 잃어버린 순수한 마음이 그들에게서 보이기 때문이라고. 계산없이, 원하는 것을 그저 추구하는 사람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


추석이 하루 지났는데 달은 오히려 더 좋다. 나는 솔로를 보면 세상 살이가 다 저렇지 하는 체념이 느껴지는데 오늘 잠깐의 두 연인을 보면서 오늘 본 달이 더 밝게 느껴진다. 내일부터, 아니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무수’한 마음으로 살아봐야겠다.


잠복했다가 이런 좋은 기분을 갖고 들어오다니.

역시나 세상 일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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