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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Dec 07. 2024

정치가 허업虛業인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세상인 이유

김종필 형님(?)은 정치를 허업虛業. 이라고 했다. 그는 36살 즈음에 군사정변을 기획했고 만 45살에 국무총리를 한 사람이다. 그 외 정치 경력을 따져봐도 대한민국 역사상 그를 따라갈 사람은 없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정치는 허무한 일. 이라고 했다. 왜 그렇게 이야기했을까. 나름의 결론을 내려본 게 있다.


정치는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분배다. 어떤 사람이 정치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뭐가 생산이 되는 게 아니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거를 잘 거두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어떻게 나눌지를 결정하는 게 정치다.


예를 들면 부유층에게 얼마만큼 거두어서 극빈층에게 어떻게 지원해 줄지를 결정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허무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자기 손에 남는 뭔가가 없으니.


최근 3일 동안 일어난 일들을 보면서 그런 일을 맡은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면서도 이기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에릭 홉스봄. 이라는 영국 좌파 역사가가 있다. ‘혁명의 시대’라는 책을 썼다. 1789년부터 1848년의 유럽 역사가 담겨있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 는 생각은 고대 그리스부터 있었지만 계속 이루어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고된 생산활동을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18세기 후반에 영국에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재료만 투입하면 상품을 무한히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동시에 프랑스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났고, 나폴레옹이 전쟁 개인기(!)를 발휘해서 전 유럽에 자유, 평등, 박애가 담긴 나폴레옹 법전을 관철시켰다. 그 ‘이중혁명’이 일어나면서 전 세계에 민주공화국들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다.


이번에 예상치도 못 한 일이 일어났다. 비극적인 상황을 막은 사람들은 깊은 밤에 밖으로 나섰던 시민들이었다.

과거였다면 국민들은 그 다음날이나 되어서야 알았을 거다.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하고, 방송국과 국회, 선관위(!)를 군인들이 점령하고 서울 시내에 탱크와 장갑차가 들어오고 난 후에야.


기술이 발전해서 군인들이 유리창을 깨부수는 걸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봤다. 덕분에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라는 생각은 영화 대사로 남았다. 이걸 총괄적으로 기획한 사람이 이렇게 될 걸 몰랐다는 게 더 신기할 정도다.


이 일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좋은 시대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분배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잘 지켜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에릭 홉스봄은 그 후에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를 써서 시대 3부작을 완성했다. 다 흥미로운 내용들이다. 어렸을 때(?) 그 쪽(!) 책들을 많이 읽었다.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 또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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