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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Apr 10. 2017

멀쩡한 정신은 가짜다

우리 CS팀장님 이야기

집닥 CS팀장님은 22살에 결혼하셨다.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11번 이사를 하셨다.

둘째 아드님을 낳고 나서 바로 일을 시작하셨다. 2000년부터 일을 하셨다.

그 일은 보험 영업일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고 하셨다.

막상 해보니 자신의 적성과 너무 잘 맞았고 뜨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하루에 24건 영업 달성을 한 적도 있었다. 담당 상사가 그만 하라고 할 정도였다고 하셨다.

말이 24건이지, 하루 24시간을 근무했다고 쳐도 한 시간에 영업 1건을 성사시켜야 달성하는 건수다.


오늘은 집닥의 CS팀장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남편을 잘 만났다고 하셨다. 남편과의 금슬이 좋아서 참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예를 하나 들어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니까, 이사를 할 때 보면...


남편분 : 내가 알아봤는데 이 집, 요 집, 저 집이 괜찮아

팀장님 : 그래서 어떤 집이 제일 괜찮은 것 같아?

남편분 : 내가 보기에는 이 집이야. 이 집으로 하자구.

팀장님 : 그래? 그러면 이 집으로 하고, 이 집에 들어가려면 한달에 얼마가 필요한거야?

남편분 : 음...한달에 100만원 정도?

팀장님 : 그래? 알았어. 


그때부터 팀장님은 다른 생각 없이 그 금액을 달성하는데 온 힘을 쏟으셨다고 하셨다.


이사를 할 때마다 좀 더 좋거나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11번의 이사 끝에 2005년에 팀장님 가족의 집을 분양받게 되셨다.


'한국인 이선화'씨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났다.


사람들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멀쩡하게 살라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 매사에 정밀하게 달아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 양반, 결정해 버리쇼. 눈 꽉 감고 해버리는 거요."


정신이 멀쩡하다는 것은 생각이 많고 이것저것 따지는 일이 많다는 의미다.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성취보다는 장애물을 먼저 이야기한다.

멀쩡한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의 기쁨보다는 가는 동안의 힘든 부분을 먼저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은 무언가에 취해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목표와 열정에 취해서 정신없이 살아갈 때 

비로소 주어진 일에 정성을 다 하게 되고, 타인을 감동시키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질문을 드렸다.




"팀장님 자녀분들을 회사에 초대하실 수 있을까요?"

팀장님은 보험 회사 시절이라면 초대해서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집닥에서는 아직 그러지 못하겠다고 하셨다.

이유를 물었다.


지난 회사에서 팀장님은 그 일에 대해서 거의 모든 부분을 잘 알고 계셨다. 거침없이 자신감 있게 일을 하셨다. 하지만 집닥에서의 일은 지금까지 했던 일과는 다른 새로운 일이었다. SNS도 집닥 입사 후 처음 가입을 했고, 인테리어에 대해서도 계속 새롭게 공부하고 있다고 하셨다.


스스로 보험 일만을 알고 지냈구나 싶기도 했다. 

예전처럼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위축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아직은 자녀분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고 하셨다. 

지금처럼 노력을 해서 지금보다 업무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 그때는 가능하겠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23살의 팀장님 모습을 상상했다. 

일이 적성에 잘 맞아서 열심히 했다고 하셨지만,

23살 먹은 아기 엄마가 집 밖을 나가서 자신의 일을 해야겠다고 한 결심이 얼마나 어려웠을까. 

생때같은 아이를 친정어머니께 맡겨두고 회사로 나아갈 때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러서 지금까지 했던 일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볼 때는 쓸데없어 보일지 몰라도 공고한 일상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가.

냉엄한 현실 속에서 엄청난 꿈을 꾸라는 건 사기지만 안 해본걸하고 새로운 것이 도전하는 용기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절망하기 쉬운 세상이지만 여기까지라고 포기하거나 일상에만 갇히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사진을 많이 못 찍었다. 커피 영수증 사진만 남았다.



팀장님은 아직은 자녀분들께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라고 하셨다.

그리고 일하느라 자녀분들을 잘 챙겨주지 못 한 부분이 항상 미안하다고 하셨다.


아직 나는 미혼이다. 

그래서(?) 자녀도 없지만

자녀에게 부모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가르침은 올바른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2시간에 불과했지만

시간에 학대받지 않고, 시간의 무게를 즐겁게 느끼며 사시는 팀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스스로도 마음이 다시 뜨거워졌으니까.


회사에서는 좋은 동료이시고

인생에서는 좋은 선배이시고

가정에서는 사랑스러운 아내분이시자, 훌륭한 어머님이신 

우리 CS팀장님과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즐거웠다.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팀장님과 더 잘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 점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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