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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Dec 30. 2017

아버지의 네번째 제사

#1.
고개를 넘어서 나오는 집에 창문이 하나 있었다.
창문을 통해서 집안이 보였다.
아버지는 회색 정장 바지에 흰 색 셔츠를 입고 계셨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참동안 집안을 지켜보았는데 아버지는 한번도 창 밖을 보지 않고
즐거운 표정으로 할머니와 이야기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달이 지났을 즈음
꿈에서 본 아버지는 그랬다.



#2.
그 꿈에서 깨고 나서
아버지가 참 행복하게 지내고 있구나 싶었다.
참 기분이 좋았다.



#3.
아버지의 네번째 제사였다.
기제사 4번, 명절 차례 8번을 지냈다.
그렇게 제사상을 스스로 차리다 보니,
집안 행사를 치른다는 거창한 생각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밥상을 차려 드린다는 느낌이 든다.



#4.
아버지는 아버지에게 주어진 삶과 상황에 대처하며
어떨 때는 살아내면서
어떤 때는 살아가면서
한 생애를 보내셨다.



#5.
보통 제사를 지내면 영혼이 온다고 생각을 한다.
제사상을 차리며
아버지가 오시든, 오시지 않든 큰 상관이 없다.
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께서 살아생전 부담감과 노곤함을
다 내려놓으시고
아버지께서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자유롭고 평안하게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6.
나이가 들어서도 
나 스스로 아버지께 밥상을 꼭 차려드리고 싶다.


저녁에 헐레벌떡 집으로 와서
장을 보고 서툰 솜씨로 음식 준비를 해서 상을 차리고
절을 두번 하고 아버지 사진을 보며
가만히 앉아 있는 20분 정도의 시간이
참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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