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얼른 결혼하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얼른 결혼하라고 하셨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부터. 당시 5년 넘게 만난 사람도 있었고, 장남이 결혼하는 걸 보고 싶어서 그러셨나 보다. 라고 여태까지 생각했었다.
유난히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한 해였다. 결혼 시장이 불황인지 난생처음 결정사라는 곳들에서 영업 콜드콜을 몇 번 받기도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철이 없는 사람을 철.부지不知. 라고 한다. 철을 모르는 사람이다. 지금 내 삶의 계절이 어디쯤 인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나잇값도 있다. 삶의 시기에 걸맞은 말과 행동, 과제가 분명히 있다. 아버지는 아들이 철부지처럼 살지 않았으면 해서 그렇게 결혼을 하라고 하셨던 걸 아닐까.
아버지의 12번째 제사다. 올해는 지난주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이천 호국원에 갔다 와서 더 뜻깊다. 작년에 2025년 제사 때는 주류제조 자격을 얻어 상품화된 술을 올려드리겠다고 했었다. 나의 게으름으로 상품화 한 단계 직전인 술을 올려드린다. 내년 장래희망이 있다면 해외로 판매하는 술을 올려드리고 싶다.
이런 상태라면 내년에도 철부지로 살 듯한데 큰 일이다. 혹시 아나. 이러다가 또 갑자기 한다고 할지.(뭘?) 지난번(!) 에도 그랬으니 뭐. ㅎㅎㅎ #인생은여름방학처럼 알 수 없는 거니까.
(2025년 12월 30일에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