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by Caesar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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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두 제작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회사의 팀장님 한 분이 수강 했었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한번 들어볼까. 해볼까. 몇 달을 생각하다가
문득 지난주에 결심을 했다.
뭔가를 내 손으로 뚝딱뚝딱 만들어보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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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냥 취미로 해보려고 했는데,
과정을 보니 ‘구두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과정이었다.
어떡하지 하다가 그냥 수강해버렸다.
배우는 김에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뭘 엄청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 듣는 걸 목표로 해야겠다.

혹시 아나.
장사익 선생은 45살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서 최고 가인歌人이 되었는데
32살 끝무렵에 새로운 적성을 찾을 지도. ㅋㅋㅋ




#3.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이맘때 군대에 갔다.

그 때 나는 학과 공부나 새로운 생활에 적응을 잘 못 해서
자퇴도 한번 하고, 재입학도 했었다.
자퇴한 동안 장사도 하고 연애도 하고 단체도 만들고...
뭐 이것저것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사라진 의정부의 306보충대로 입대했었다.
부모님과도 대구에서 그냥 인사하고 헤어졌었고,
당시 만나던 사람과도 헤어진 상태라 눈물 흘리며 배웅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병무청에 근무하시는 친구 어머님이 나와주셔서 인사를 받으며 입대를 했었다.


앙드레말로는
‘18살부터 20살까지의 삶은 시장과 같다.
그 시장에서 삶의 가치는 돈이 아니라 행동으로 산다’고 했는데

20대 초반의 나는 무엇을
나 자신에게 사 주었을까?


첫눈이 내리는 때가 되면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그 순간들이
시린 허공을 건너와 내 기억을 건드린다.



#4.
22살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떻게 살 것인가’로 고민한다.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그 고민을 할 줄 알았다면
22살에는 좀 덜 할 걸 그랬다.
10년 뒤 42살에도 이 고민을 계속 할 것 같으니,

지금부터라도 스스로에게
닦달은 조금 덜 하고,
행복하다면 서슴없이 행복하다고 말하고,
새로운 기회는 계속 주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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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원래 토요일은 자전거 타는 날이다.
구두 아카데미 학원은 성수동에 있었다.
사는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학원에 갔다.
한강을 따라서 갔는데 날씨가 참 좋아보였다.




#5.
쓰다보니 나름의 꿈이 생긴다.
열심히 수강해서 정말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들 각자의 신발을 만들어 선물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내의 하이힐을 만드는 남편,
아들의 졸업 신발을 만들어주는 아빠.
손자의 아기신발을 바느질하는 할아버지.
어머니의 신발을 맞춤하는 아들.
여동생의 롱부츠를 디자인하는 오빠.

아버지 구두를 못 만들어드린다는 것만 빼면
나쁘지 않다. ㅎㅎㅎ


#6.
스토리펀딩 3회가 나왔다.
http://bit.ly/2gGlBhh
발코니, 베란다 인테리어를 하기 전에 생각해 볼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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