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세 번째 제사

by Caesar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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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버지의 세 번째 제사였다.
슬픔은 풍화風化되어 없어지는 것이라고 하던데,
3년의 시간은 슬픔이 풍화되기에는 부족한 시간인 것 같다.
한 30년쯤 지나면 이 슬픔이 사라지거나 잠잠해질 텐데
슬픔이 사라졌다는 사실 때문에 또 슬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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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라는 루마니아 영화가 있다.
차우세스쿠 독재 정권이 끝나던
1989년 12월 22일 10시 10분~10시 20분에
당신이 어디 있었는지를 묻는 영화다.

그 시간에 광장에 나와 정권 타도를 외쳤으면 민주화 투쟁을 한 사람이 되고,
'그때 거기' 가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사람들.
즉 민주화 투쟁에 과 독재 둘 모두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슬쩍 승리한 쪽에 편승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그때 거기'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무척 중요하고
방송국에 모여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몰아치는 이유도
그때 거기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문제이다.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의 백미는 토크쇼의 말미에
프로그램으로 걸어온 전화 한 통에 있다.
전화를 건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밖에 눈이 와요.
지금 빨리 나가서 눈 오는 거 보세요.
하루만 지나면 이 눈은 진창으로 변해 있을 거예요.
눈 구경하세요."


혁명이 앞장섰던 사람이든, 뒷짐을 지고 슬쩍 편승한 사람이든,
그 혁명의 가치를 올바로, 오랫동안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눈이 진창으로 변하기 전에 함께 눈을 보러 나가야 한다.



#3.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촛불이 꺼진 다음 어떤 세상을 만드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생각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특권이 통하지 않는 세상,
열심히 노력하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잘 살 수 있는 세상,
부모 잘못 만나도 노력하면 언젠가 작은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는 세상,
검찰을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세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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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람의 발은 손 못지않게 섬세하고 정밀한 조직으로 이뤄졌다.
발은 뼈 25 개와 근육 19개, 107개나 되는 인대를 갖고 있다.
덕분에 사람은 걸을 때 밑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견디고 몸 균형을 잡는다.
감각도 예민해서 아무리 뭉툭하게 생긴 발이라도 금세 이물질을 알아차린다.



#5.
… 고 하면서 선생님은 구두를 만들려면 일단 발을 잘 그려야 한다고 했다.
발인지, 손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 펌프스와 샌들을 구분할 줄 아는 나 자신이 재미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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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http://bit.ly/2hecUIP
아직 아무것도 없지만 좋은 글들로 채워가고 싶다.



#7.
스토리 펀딩 4회가 나왔다.
http://bit.ly/2hmVvkk

‘도배’에 대해서 다뤘다.
제목 짓기가 어려웠는데
‘인테리어의 기초화장’이라는 표현을 차원종 매니저님이 알려주셨는데
참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8.
짧은 길이라도
긴 시간을 들여서 여행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고 제사 시간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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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9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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