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고양이와 살아가기

by Caesar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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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암컷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있다.
이름은 '우라라'


어느 날 아침 그녀의 오른쪽 눈이 부어 있었다.
눈을 계속 깜박거리고 불편한 게 보였다.
병원에 데리고 갔다.

지난여름의 어느 날에는 왼쪽 발을 절뚝거려서 병원에 갔으니 벌써 두 번째다.


동생에 말에 따르면 그녀는 2010년 혹은 2011년 생이라고 한다.
동생 친구가 분양받았다가 키울 수가 없어서 동생에게 맡겼고
동생도 키우기가 어려워져서 2013년 10월에 나에게 왔다.
함께 한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처음 만났을 때 아버지도 모시고 있던 때라.
어떻게 지내나 싶었는데,
모든 오래된 관계는 좋은 친구로 수렴되는 것인지,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내 삶의 1할 5푼 3리 정도는
그녀가 채워준 것 같다.


우라라의 나이가 6살 혹은 7살.
그녀는 이제 중년의 고양이가 되어가고 있다.
사랑하는 아버지와의 이별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슬펐는데
생각해보니 전부터 이별의 징후는 분명히 있었다.



#3.
사랑하는 무언가를 잃었을 때의 허망함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우기 어렵다.
이별은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한다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삶과 사랑은 변화무쌍하기 마련이고
그 어지러움 속에서
사람은 조금씩 성장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 같다.

그 조짐을 더 이상 놓치지 않기 위해 책을 하나 구입했다.
'나이 든 고양이와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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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구두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세라 제화'의 대표님이시다.

연극배우였었다. 황정민과 대학 동기였다.
연극을 오랫동안 하다가 아버지를 따라 구두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흥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항상 연극 생각만 했다.


압구정에 있는 구두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샾 매니저가 지시한 대로 구두를 진열하는 일을 했다.
또 그렇게 연극 생각을 하며 구두를 진열했다.

구두를 진열하고, 조명을 켰는데.


구두 위로 떨어지는 조명을 보면서
구두가 무대 위의 배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뭉클한 순간 덕분에
지금까지 20년 동안 구두를 하게 되었다.

… 고 첫 수업 시간에 이야기를 하셨다.


선생님은 요즘 말로 좀 오글거리죠?
라고 멋쩍게 웃으면서 진도를 나갔다.



#5.
‘오글거린다’는 게 뭘까.
마음이 움직였다는 게 아닐까.
일상에 굳어있던 마음이 움직인 순간.

선생님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아서
지금까지 구두를 만들고 있는 거겠지.


시간을 멈추고 싶은 그 기분
그날의 온도
공기의 흐름
깊은 몰입 후에 밀려오는
그 뭉클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억해야겠다.


기억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던데,
짧은 길이라도 긴 시간을 들여서 여행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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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강유역은 물이 풍부하고 주변에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어 토지 활용이 용이하고 교통이 편리했다.
한반도의 중앙에 있어 중국과의 교류도 쉬워서
삼국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였다.

….라고 국사 시간에 분명히 그렇게 배웠는데,


매주 자전거를 타다 보면
한강과 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각축을 벌인 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7.
같이 어렸다가
함께 서른을 넘긴 친구들과
자주 볼 수 있다는 게 큰 복인 것 같다.



#8.
스토리 펀딩 5회가 나왔다.
http://bit.ly/2hzAccg

원래 1회에 쓸 내용이었는데 여러 이유로 송고하지 않게 되었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나듯
쓸 내용은 언젠가는 쓰게 되는가 보다.



2016년 12월 15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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