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끼 Dec 22. 2021

윤영삼, 갈등하는 번역

오르지 못할 나무는.....

 책도 오랜만 글도 오랜만이다. 기나긴 시험기간이 오늘에서야 끝이 났다. 엄청 기쁠지 알았는데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라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이 책도 무려 한 달도 더 전에 읽기 시작해서 거의 다 읽고 내버려 뒀다가 에필로그 부분을 마저 읽었다. 그렇게 많은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번역투 같이 쓰는 거 같아"라는 말을 한 번씩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동사를 명사화했을 때나 글이 지난하게 길어질 때 사람들은 이 문장은 번역체 같아라고 느끼는 거 같다. 나도 학창 시절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거 같고 지금은 얘기해줄 사람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번역체의 향기가 진하지 않을까 짐짓 예상해본다. 난 번역을 제대로 공부해본 적도 없고 관련 직종에 종사할 의향도 전혀 없으나 이 책을 구매한 이유는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추천을 받아서 이다.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마법의 문장이다. 저 한 문장을 어디다가 갖다 붙이지 않을 수 있을까 


번역을 하는 과정이 글쓰기와 상당 부분 맞닿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이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매끄럽게 읽기는 글을 쓰기 위한 실용적인 방법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능동 수동 관련이라든지, 한국어는 동사를 다채롭게 써야 한다라든지, 부사의 적절한 사용 같은 정말 각 잡고 공부할 만한 내용들이 많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하지만'과 '그러나'를 구분하는 방법도 쓰여있는데, 간단하게 말해서 뒤집고자 하는 내용이 간단하고 짧은 경우에는 '하지만'이 어울리고, 복잡하고 긴 경우에는 '그러나'가 어울린다. 이것을 유념하지 못하고 '하지만'과 '그러나'를 남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으니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그러나" 단순히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서 이 책을 구매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상당히 실용적인 번역 지침서라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원한다면 글쓰기 이야기만 하는 책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매번 쏟아지는 논문 번역 요약 과제를 대비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없지는 않았으나 내가 아무리 번역에 뛰어나다고 해도 과제에 그 정도 열심을 쏟지는 않을 거 같다. 우리에게는 '파파고'가 있으니깐


이런 책이 사실 후기를 쓰기 제일 어려운 거 같다. 내가 번역에 관한 문외한이니 이 책이 실용적 번역 지침서로 어떠한지 시원하게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그냥 푹식한 의자에 앉아 심심풀이로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퍽 권하지 않고 공부하려고 책을 보는 사람에게는 권할만한 거 같다. 

작가의 이전글 칼을 든 괴한에게 대처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