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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스틱 베이커리 Nov 08. 2017

2017 헤럴드 디자인 포럼 후기

변화의 시발 시발 시발점

현재


내가 디자인을 시작하게된 것은 23살 10월부터였다. 레드닷 공모전을 시작하면서 댐에 뚫렸던 구멍을 막듯 시작했던 컨셉 디자인을 시작으로 디자인이란 것이 나의 업이 되었다. 회사에 가면 일러스트레이터부터 열고, 가끔 스케치 작업도 진행하며 라이노와 키샷을 통해 렌더링까지 진행하며 대한민국에 '흔하디 흔한' 디자인 업종 종사자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다. RCA를 목표로 살아가고 있지만, 개인 작업과 회사 작업을 병행함에 있어서도 여전히 어떤 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이유


디자인을 시작하게된 이유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였다. 내가 가진 아이디어들이 과연 효과있는 것인지, 그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어떤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계획하고 어떻게 운용하고,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어떤 생각을 실체화시키고 싶었다. 그러기에 공학은 너무 단편적이었다. 당시 제품에 생각이 유난히 많았었기에 디자인이란 영역을 알게된 후, 난 디자인이 앞으로 삶에 가장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그렇게 제품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시에 제품디자인은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판단, 제품이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동시에 2가지를 할 역량이 안된다고 판단했기에 우선은 2년간 프로 제품디자이너로서 갖춰야할 소양을 모두 갖춘 후 10년에 걸쳐 세계적인 전문가가 된 후 공간까지 아우를 수 있는 토털 디자이너가 되고자하였다. 그 때가 25살 졸업을 앞둔 때였다.


세계적인 프로 제품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2가지 방법이 있었다. 회사에 바로 취직하여 현직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의 현실을 먼저 공부하거나, 혹은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디자인쪽에 부족한 나의 학력과 기초적인 부분들을 보충하거나. 그렇게 3개월간 준비한 후 취직에 실패하면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자고 마음을 먹은 찰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프로젝트들을 많이 진행해왔던 회사에 정말 너무 감격스럽게도 취직하게 되었다.



다시 지금 - 회사


현재로 다시 돌아와, 지난 1년 9개월간 회사에서 내가 진행해온 프로젝트들의 90%는 공간디자인이었다. 이마저도 사인디자인이 대부분이었다. 공간의 특성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공간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분야며, 디자인의 기초인 그래픽적 감각이 필요했던 부분인만큼 여전히 해매고 있지만, 그만큼 많이 배우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문제는 항상 대두되는 프로세스의 부재와 소통 방식의 문제이다. 분명 좋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내가 가진 자격지심으로 인해 나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있지 않음을 깨달은 것은 최근에 와서야이다. 상사들의 장점을 닮고자해온 행동들은 그저 그들의 눈치를 보는 것에 불과했고, 심지어 회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디자인 프로세스들로 인해 항상 어떤 프로젝트든 발전하지 않고 한자리를 맴돌았었다. 3개월에 걸쳐 (주먹구구식이었지만)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지만, 1년 9개월간 추가된 내용은 고작 3작품이었으며, 심지어 지난 1년은 사라진 것과 다름없다.



다시 지금 - I.D


내가 생각한 시대정신은 감각의 부재이며, 이를 해결함으로서 인간의 고유 능력인 창의력을 극대화시키고자함이 나의 디자인적 모토이다. 이를 해결하는 첫번째 시리즈로 '경험적 감각'이라는 주제의 작업들을 진행중에 있다. 예를 들면 똑같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아침, 점심, 저녁에 인간이 느끼는 시간적 감각은 전혀 다르다. 아침은 스쳐 사라지고 점심은 고여있는 물이며 저녁은 냇물처럼 흐른다. 


2014년 진행했던 1차 경험적 감각 (B.E.S 사전) 데이터가 소실되고 2차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굉장히 많은 관찰과 공감과 사색을 필요로하는 프로젝트이다. 일상에서 스치듯 사라지는 일상의 감각들을 말로 표현하고 이를 시각적 언어로 다시 해석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에서 추구하고자하는 방향과 매우 다르다. Academic하고 개념적 성향이 강한 나의 시대 정신과 달리 회사는 단기간에 일을 쳐낼 수 있는, 그러면서 심미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미적 감각'을 요하기 때문이다. 아카데믹한 디자인에 심미적 가치가 필요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어떤 '영혼'을 담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모든 상업적 프로세스에 혼이 담길 수는 없겠지만, 단기간에 적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핵심들만을 가지고 진행하는 파생 프로세스가 존재해야했다. 최소한 30년을 바라보는 회사라면. 



본격 후기


입시 미술을 하지 않았고, 조형적 훈련은 1도 받아본적 없다. 오직 눈치로 지금까지 일해왔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기를 꿈꾸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지금 소중한 나의 시간들이 안개처럼 사라지고 있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나는 디자인을 몇십년 한 사람이 아니다. 이제 2년째 디자인을 처음부터 시작한 '신생아'에 가까운 상황이다. 신생아에게 처음부터 현실은 이러하다. 그러니 넌 이런 '기술'들을 배워야되. 이게 현실이야. 라고 말하는 것은 가혹하다.


분명 현실을 이해하고 인정한다. 그러나 그러기에 나의 젊음이 너무 아까운 것이다. 이제 배양된 나의 태아가 가진 무궁한 가능성들을 현실 안에 지금은 가두고싶지 않다. 남자 인생 30부터다. 나는 지금 30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2년 남았다. 


2017 헤럴드 디자인 포럼은 내가 디자인을 시작한 계기를 알려주면서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지금 이렇게 있어서는 안된다. 더 부지런히 더 깊게 몰입하여 나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그것을 통해 전 세계에 새로운 인류를 위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시대 정신을 가지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과 기반과 그를 위한 몰입이 필요하다. 지금은 할 수 없다.








FRANKLY DESIGN STUDIO, Seoul, Korea,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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