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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스틱 베이커리 Oct 21. 2019

2019-5

선택과 고민의 과정

1학기 중반 이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하루에 1초도 하기 싫었던 학교 생활도 있었고, 지금 금전적으로는 힘들지만 너무 신기하고 뿌듯하고, 앞으로는 익숙해져야할 일들도 생겼다. 더 성숙해진 계기들도 있었고.

그래서 주제별로 조금씩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선택과 집중


어찌되었든 2차수를 보내면서 여러모로 권태기를 보냈었다. 무엇보다 사람의 관계에 치였던 것이 가장 큰 것 같았다. 같이 있어도 홀로 있는 외로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날들 중 하나였었다. 수업은 너무 많이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일들을 도전하고 있었다. 


지금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하고 싶던 미디어 수업도 신청하고, 제품도, 그래픽도 신청했지만, 결국은 할 수 있는 것들만 하게 되었다. Futuristic한 컨셉보다는 컨셉질(?)이 더 맞는것 같고, 그건 아주 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인 성향의 컨셉질이다.


내가 모든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어떤 분야에서 누구와 함께 어떤 일을 하자라는 마음이 생겼다. 

선택과 집중을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



2. 라이노 모델링 강의


다양한 루트로 배운 지식과 정보들을 짜집기해서 정보를 표현한 이전과는 달리 "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모델링의 원리를 최대한 이해시키도록 말하고, 어떤 부분이 왜 틀렸는지를 제대로 설명하기위해 수업마다 고민하고 자료를 만들면서 깨닫게 된 것은 "지켜보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사족이지만, 멀리서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름 열심히 수업들을 준비했었다. 최종 목적지 - 서피스 모델링을 향해 단계적으로 하나씩 클리어 해나갈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짜고, 예제를 설정하고, 교재를 만들고 돌발 질문들에 대처하고 각각 학생들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모든 문제는 결국 "왜"에서 시작하여, "목적"으로 향하는 루트임을 오히려 학생들을 통해 내가 배우게 되었다. 비단 모델링 테크닉 뿐 아니라, 이는 나의 작업과 삶에도 연결되는 문제임을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3. Caily: 크라우드 펀딩과 양산의 시작


진짜 양산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케일리 신발 탈취기가 실제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에 업로드 된 것이다. 펀딩으로 대박을 노린 것은 아니다. 과연 소비자들이 케일리를 얼마나 좋아할까. 케일리는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을까 궁금했다. 


나아가 서울산업진흥원의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었기에 더욱 의지가 불타오른 것도 있었다. 서울시 지원 사업에 인증받았던 내 아이템이 정말 인기가 있을것인가. 


스튜디오를 빌리고 촬영하고 함께 하는 팀과 우여곡절 끝에 올라간 케일리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22일 가량이 남은 현재 100%를 초과 달성하였고, 보완할 부분들을 미리 보완해나가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케일리를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가는 중이다. 


물론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제는 마케팅, 물류 관리, 정산 등 실제 회사의 경영에 직접적인 연관이 되는 부분들을 하나씩 해쳐나가야한다. 하지만 Caily라는 브랜드의 디렉터는 '나'이고, 케일리는 컨셉이고, 이는 어떻게든 소비자들이 케일리를 보고 귀여워하고 마음에 들어할 모습들을 생각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시스템으로서의 컨셉으로서의 Caily world를 하나씩 만들어나갈 것이다. 



4. Design Frankly: From a word to a story


프랭클리란 무엇인가. 어떤 디자인이 프랭클리스러운 디자인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었다. 그동안은 경험적 감각, 어반 익스플로러, 등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한 이야기들이 많았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조금 더 구체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확히 프랭클리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때 가장 영감을 많이 준 것이 건축가 구마겐고의 "의성어 의태어 건축"이었다.


첫 시작이 Slice series였다. 첫 프로젝트를 복기하면서 프랭클리라는 어원 (Frankly speaking), 거기서 파생된 의미,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 등 꾸준히 생각하다보니, 결국 '말'처럼 풀어내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하고 싶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옛날에는 그저 이야기가 담긴 디자인이 라고만 생각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중요한 하나의 뿌리 - 핵심에서 그것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분위기. 그것을 스토리로 풀어냈을때, 그게 진짜 프랭클리가 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5. 그래픽 디자인


항상 2D 작업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럴러면 뭔가 컨셉이 있어야하고, 목표가 있어야하고, 뭐가 이쁘고 안예쁘고 그런거 봐줄 사람도 (나에게는) 필요했고, 항상 생각만 하고있었지 실천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지. 그런데 얼떨결에 응짱이 그런걸 꽤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눈이나 안목이 내가 믿을 만하다, 실무 경험도 꽤 되고, 내가 컨셉질하면 "정리"해줄 수 있는, 쳐낼건 쳐낼수있는 그런 면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걸 알게되었다.


응짱이 추천해준 그래픽 스튜디오 수업을 학교에서 신청해서 들었다. 교수님도 너무 티칭을 잘해주시고, 수업 자체가 너무 재밌다. 그동안 배우고 결과를 내고 싶었던걸 교수님과 함께, 채찍질 당하며 나쁘지 않은, 내 나름의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고, 그걸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고있자니 처음 디자인을 배우던 시절도 생각나고 그러면서 너무 재밌다. 밤을 새도 솔직히 안힘들었다.


게다가 응짱이랑 일을 같이 하고 있는데 / 노트 디자인이라거나 뭔게 컨셉질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구상한다거나 / 뭔가 이쁘고 재밌고 신기하고 그렇다. 진짜 디자인으로 내가 일을 할 수 있구나. 아직 엄청난 결과나 괄목할만한, 대박난 제품이 나오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그냥 재밌다. 진짜 재밌다. 컨셉츄얼한 디자인을 하는게 재밌는게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현실적인' 디자인을 하는게 더 맞고 정말 하고싶은 일인것 같다. 



6. 2019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진짜 나가게 되었다. 케일리로서. 프랭클리 디자인이 낳은 케일리가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었다. 졸업전시도 해본적 없고, 학창시절 조소과? 전시 잠깐 해본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참 신기하고 대단한 첫 발 인것 같다.


케일리의 컨셉을 어떻게 공간 속에 녹여낼지, 그 공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꾸밀지,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동안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 마케팅으로서, 제품 브랜드로서 고민해야될 부분들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재미있다. 신기하다. 말만 참가하고 싶다라고 했었는데, 진짜 참가하게 되었다.



0. 두달이 채 남지 않은 20대를 마무리하며


30이 되면 밖에 나가서 자랑스럽게 "나 디자이너고, 이런 작업을 해왔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목표였다. 나의 진짜 삶은 30부터라고 항상 생각해왔고, 30살이 되었을 때, 제대로된 시작을 하고 싶었다. 


100% 어떻게 만족을 하겠냐만, 말만 해오던 것들을 하나씩 실천하고, 이루고, 소망을 하나씩 이루어가는 것이 신기하고 뿌듯하고, 조금은 자랑스러워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신기한 첫 경험들이 분명 시간이 지나면 너무 당연해지고 지루해지고, 언젠가는 더 이상 하지않게 될 날이 올 때도 있을 것이다. 뭐, 다음이 어찌되든 언제나 겸손하고 확실하게. 프랭클리스러운 디자인, 케일리다운 브랜드, 나다운 나가 될 수 있도록. 나의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면서 나와 있으면 항상 뭔가 하고 싶어지고 긍정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올 수 있는 내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Frnkl design studio, Seoul, Korea,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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